본문 바로가기
Performance

[연주회] Piano&Talk <러시아 예술과 호두까기인형>Russian classical music & The Nutcracker @ 심산아트홀

by Vanodif 2018. 7. 14.



 Piano&Talk <러시아 예술과 호두까기인형>

* 일시: 2018년 7월 14일 (토) 오후 3시

* 장소: 반포심산아트홀

* 관련 페이지: https://www.seochocf.or.kr/site/main/seocho/show/view?show_idx=119






Tchaikovsky: The Nutcracker - Rotterdams Philharmonisch Orkest


0:00:00 Ouverture 0:03:20 I. The Christmas Tree 0:07:18 II. March 0:09:51 III. Children's Gallop and Dance of the Parents 0:12:21 IV. Arrival of Mr. Drosselmeyer and distribution of the presents 0:18:09 V. Scene and Grandfather Waltz 0:24:28 VI. Scene: Clara and the Nutcracker (The departure of the guests - the night) 0:31:28 VII. Scene: The battle 0:34:58 VIII. A Pine Forest in Winter 0:39:09 IX. Waltz of the Snowflakes 0:46:20 X. Scène: The Magic Castle of the Land of Sweets 0:50:37 XI. Scène: The arrival of Clara and the Nutcrackerprince 0:55:30 XII. Divertissement, which contains: 0:55:30 a. Chocolate (Spanish Dance) 0:56:49 b. Coffee (Arabic Dance) 1:00:50 c. Tea (Chinese D 1:01:52 d. Trepak (Russian Dance) 1:03:04 e. Dance of the Mirlitons (Dance of the Reed Flutes) 1:05:40 f. Mother Ginger and the Polichinelles 1:08:27 XIII. Waltz of the Flowers 1:15:30 XIV. Pas de deux, which contains: (Intermezzo) 1:15:30 The Sugar-Plum Fairy and Her Cavallier 1:21:03 Variation I: Tarantelle 1:22:00 Variation II: Dance of the Sugar-Plum Fairy 1:24:36 Coda 1:26:00 XV.The Last Waltz, Apotheosis (Andante Maestoso) → 이 부분에서 지휘자 야닉 네제-세갱 Yannick Nezet-Seguin 넘 귀엽지 않아요? 행복한 게 얼굴로 다 나타나 보는 내가 덩달아 즐거워진다. ㅋ






고마운 영상 덕에 가능했던 날라리 예습.

인터메쪼 Intermezzo는 어떤 곡인지 모르겠네...

1년 중 12월 내내 듣게 되는 곡인데 올해는 7월부터 듣게 되는군. Andante Maestoso에서 막 박수 쳐야 할 것 같...

아직은 국립발레단의 안무가 떠오르는데ㅡ유니는 작년에 처음 보았으니.

음... 듣다 보니 시원한 느낌이 들기도 하ㅡㄴ 것은 에어컨 때문인가.;;

잠부족 퀭한 눈으로 듣게 되겠네.ㅠ 어서 조금이라도 자야지.









아... 손쉽게 예습은 무슨. 부족한 잠결에 다 아는 곡이라고 자만했나 보다. 좀 더 자세하게 조사했어야 했는데. <해설이 있는 피아노 콘서트 Talk & Piano>는 생각과 많이 달랐다. 적당히 곡에 대해 멘트해주시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는 듣기 힘든 정보들도 제공되는, 생각 이상으로 수준 높고 잘 준비된 공연이었다. 뒷부분 가니까 집중력 떨어져서 연주 중 잡담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제대로 주의 주지 않는 일부 몰지각한 엄마들, 그리고 연주 중 폰 불빛들 몇 개가 짜증나긴 했지만 그건 관객의 수준 문제고, 연주자 두 분은 훌륭하게 준비하고 연주하신 자리였다. 이기정 피아니스트는 다른 날짜에도 참석을 하시는 것 보니까 진행자의 역할도 겸하신 것 같았고, 안미현 피아니스트는 모스크바 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하신 만큼 '러시아 음악'이라는 오늘 공연 주제의 메인으로 잘 어울리셨다.


프로그램 정보에 보면 Tchaikovsky, The Nutcracker Suite Op.71a 라고 나와 있는데... a는 찾아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호두까기인형 The Nutcracker> 자체가 발레 <호두까기인형>을 위해 작곡된 것인 만큼 The Nutcracker Suite Op.71은 발레곡을 지칭한다 한다. 그 발레곡을 차이코프스키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한 것이 바로 The Nutcracker Suite Op.71a라고. 그리고 이 E. Langer의 곡은 그 차이코프스키의 편곡을 다시 '네 개의 손을 위한 피아노곡'으로 재편곡한 곡이다.


한 피아노로 두 명 이상의 피아니스트가 동시 연주하는 것을 '연탄 Four(or Six) hand(ed) performance'이라고 하는데, 그 중 한 피아노로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것을 '듀엣 Duet'으로, 말하자면 '1 piano 4 hands'곡이 되는 것이고, 각각 한 대씩 두 대의 피아노로 동시에 연주하는 것을 '듀오 Duo', 즉 '2 pianos 4 hands'라 부른다고 이기정 님께서 세분화하여 말씀해 주셨다. 이런 꿀팁을 주시다니.ㅠ


인터미션 없는 1부에서는 두 분이서 <호두까기인형>의 파트를 연탄곡으로 들려주셨고, 2부에서는 안미현 님께서 독주를 선보이셨다. 아무래도 발레는 안무가 버전별로 안무가 살짝 다르기도 해서, <갈대 피리의 춤 Dance of the Mirlitons (Dance of the Reed Flutes)>은 국립 버전에선 <프랑스 인형의 춤>이었다든가 식으로 몇몇 곡들은 내가 알던 춤의 내용과는 달랐으나, 상관 없이 해당 안무들이 떠올라 뜻밖에 나는 12월 크리스마스 언저리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다. 


피아노 콘서트인 것을 알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앉으니 '어, 오케스트라곡을 어떻게 피아노 한 대로 표현하지;;' 싶었는데, 막상 들으니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특히 연탄곡 중 마지막 곡이었던 그 유명한 <꽃의 왈츠 Waltz of the Flowers>는 네 개의 손 모두가 화려함을 한껏 뽐내었고, 특히 안미현 님의 오른손과 이기정 님의 왼손이 교차하는 장면도 있어서 보기에 몹시 즐거웠다. 건반 위에서 황홀하게 교차하며 건반 가득 충실하게 활용했을 연탄곡 연주하는 손가락들을 위에서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는데, 심산홀은 무대가 객석보다 너무 높아 일부러 건반 위치에 자리를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을 거의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한 대의 피아노와 네 개의 손으로 그렇게 웅장하고 화려한 곡을 표현할 수 있음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1부 첫곡인 미니 서곡 Miniature Overture 후에 이기정 님께서 '짧게 톡톡 끊는 아티큘레이션의 스타카토가 연주하기에 재밌고 즐거웠어요'라고 소감을 말씀해 주셨는데, 연주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소감을 이렇게 말로 표현해 주시면 듣는 저야 고마울 따름이죠.ㅠ


2부가 되어 연탄곡이 끝나고 안미현 님 독주가 있기 전, 이기정 님께서 안미현 님께 '러시아 음악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셨다. 이에 정말 다른 곳에선 돈 주고 들어야 하는 꿀정보가 쏟아졌는데...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페테르부르크'가 '뻬쩨르, 즉 표트르 대제의 도시'라는 뜻이라고. 표트르 대제는 러시아의 문화부흥기를 이룩했는데, 그가 구축한 전폭적 예술 지원 덕에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무소르그스키,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한 음악가들과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문학가들이 배출될 수 있었다 한다. 그러다 혁명이 일어나고 공산주의 구소련 체제가 되자 사회 전반적 억압이 강해졌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에 대한 보호의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냉전시대 당시 미국과 세계 양대산맥으로 겨루던 소련은 사실상 대표적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 경제적으로는 도저히 필적할 수가 없는 공산국가였다. 하여 전폭 지원한 분야가 예술, 운동, 항공우주였다고. 그 말씀을 들으니 예전 '볼쇼이 발레단 염산 테러 사건'을 다루었던 영화가 생각났다. '볼쇼이는 러시아의 비밀병기다. 볼쇼이로 유럽과 서구 나라들의 문을 열고 러시아의 우수함을 전파한다'라는 인터뷰가 있었는데, 그런 사상이 구소련, 더 거슬러는 표트르 대제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소련 공산주의 시절 일반인들은 말 한 번 함부로 하면 어디로 잡혀가서 무슨 일을 당할 지 모르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극도로 심했다 한다. 모든 표현에 있어 억압이 컸는 데다 남보다 열심히 일해도 버는 돈은 변하지 않는 공산주의 사회였기 때문에, 일을 마친 후 저녁이면 유일하게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는 발레나 음악회, 연극 등 예술을 보며 즐기게 되었다 한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지금도 일반인들이 죄다 저녁이 되면 영화관이 아닌 발레나 연주회에 가며, 발레 무용수들이 우리나라 연예인급 팬층과 인기를 누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 그 배경에 이런 사정이 있었음을 확인하게 되어 나로서는 참 고맙고 풍성한 시간이었다. 꿀이 뚝뚝 떨어지는 정보들, 정말 고맙습니다. 시간만 허락되었다면 밤새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기정 님께서 이미현 님을 두고 '러시아 피아니즘 Russian Pianism을 전수 받으신 정통 연주가'라고 소개하셨는데, 그 '러시아 피아니즘'을 나는 처음 들었다. 그래서 무엇이 다를까, 하고 들었는데, 나와 일행이 들은 바에 따르면 한 마디로 '정직하다' 였다. 정석 그대로의 정직하고 깨끗한 음. 딱 김지영 발레리나가 떠오르지? 역시 김지영 님도 러시아에서 학교를 다니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낭만이 넘쳐나는 음악들을 듣다가 이렇게 정직하고 곧고 알차고 기본기 탄탄한 연주를 들으니 디톡스를 한 기분이랄까. 마음이 상쾌해졌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 믿을 수 있는 편안함. 그래서 좀전에 검색을 하니 아니나 다를까, '러시아 피아니즘'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다는 글을 읽었다. 모르겠다. '러시아 피아니즘 Russian Pianism'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 글만 읽었는데, 아주 훌륭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링크를 건다.


* 러시아 피아니즘에 대한 글: https://blog.naver.com/pollini15/220894668897


참, 그리고 이기정 님과 안미현 님 두 분께서 연출하신 재미난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미국에서 수학하신 이기정 님과 러시아에서 수학하신 안미현 님의 러시아 음악가에 대한 평이 판이하게 달랐다. 



안: 러시아에선 대체로 음악가 중에선 차이코프스키, 문학에선 톨스토이와 푸슈킨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존경하고 아낍니다.


이: 재밌군요. 미국에선 미국인 자신들이 러시아의 예술가들로 하여금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게 해주었다고들 자랑하거든요. 그래서 미국에선 차이코프스키 보다는 미국으로 망명해서 더욱 명성을 얻은 라흐마니노프나 스트라빈스키를 더 크게 칩니다.


안: 음. 러시아에선 라흐마니노프나 스트라빈스키 등의 망명 예술가들이 생애 최고의 작품을 쓴 시기는 러시아에 있는 동안이었다고 쓴 책을 읽었을 정도로, 그들의 예술적 재능은 러시아에서 빛을 발했고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쫓겨나 망명한 이후에는 연주를 주로 하면서 상업적인 부를 누렸다고들 평가합니다. 그들은 생존과 예술을 지속하기 위해 망명할 수 밖에 없었지만, 고국 러시아를 평생동안 몹시 그리워했다고 해요.



ㅋㅋㅋ 나로 말하자면, 당신들께서 각각 수학하신 러시아와 미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 완전 즐거웠는데, 아마도 이기정 님께서 좀 더 받아 치고 싶으셨을 것 같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버려 꿀꺽 참으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에이... 좀 더 보고 싶었는데. 세상 어디에서 그토록 우아하고 예의 바르며 차갑고도 맑고 상쾌한 배틀을 볼 수 있단 말인가. 짜릿했는데.ㅠ 논쟁이란 게 그토록 우아할 수 없는 거다. 넘 재밌었다. 예술가들은 논쟁도 이토록 품위있게 하시는구나.


기대보다 수준 높은 연주회였어서 다음에도 시간만 허락한다면ㅡ은 다른 기다렸던 공연과 겹치지 않는다면ㅡ이 Piano & Talk에 다시 참석하고 싶다. 특히 10월이었던가. 내가 좋아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곡과 이번 9월에 정경화 & 조성진 님께서 연주하시는 <프랑크 Franck,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Violin Sonata in A major>를 연주하시던데 꼭 듣고 싶습니다. 스케줄 맞춰 봐야지. 


이처럼 재밌고 유익하고 훌륭한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









오늘의 연주는 바로 이 1 piano 4 hands인 듀엣 Duet이었다.





이것이 2 pianos 4 hands 인 듀오 Duo. 무려 아르헤리치.ㄷㄷㄷ





인기짱 유자 왕의 장난기 감도는 유쾌한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