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주미강 & 알레시오 백스 듀오 리사이틀 Clara-Jumi & Alessio Bax Duo Recital>
* 일시 : 2018.10.14(일) 17:00
*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관련 홈페이지 :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5205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경연,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우승에 이어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으로 유럽 활동에 날개를 단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특별한 반주자와 소중한 레퍼토리로 2년 만에 전국 리사이틀 투어를 갖는다.
그동안 클라라 주미 강은 손열음,선우예권 등 솔리스트 기량이 출중한 건반 주자들과의 협업으로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의 진수를 전하고자 했다. 2018년 한국 투어에선 리즈 콩쿠르, 하마마츠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출신의 알레시오 백스가 반주자로 나선다.
레퍼토리는 클라라 주미 강의 섬세한 감성과 알레시오 백스의 세밀한 테크닉이 극치를 이루는 프랑스와 벨기에 명곡들이 망라됐다.
프랑코-벨기에 악파의 최고봉 이자이의 ‘슬픈 시’를
비롯해, 역시 벨기에서 태어난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주축으로,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 정통 프랑스 컬러가 짙은 드뷔시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가 연주된다. 아울러 주로 바흐 샤콘느의 피아노 편곡으로 국내 관객에게는 주로 건반 전문가로 제한적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작곡가 부조니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도 연주된다.
원곡 명칭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혹은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작품들로, 바이올린과
피아노 모두 솔리스트적 기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최상의 결과를 맺기 힘든 곡들로 엄선됐다. 클라라 주미
강이 파트너를 고를 때 단순히 음형을 보조하는 반주자가 아니라 알레시오 백스처럼 솔리스트로 탁월한 역량의 피아니스트를 선택하는 이유다. 불꽃 튀는 테크닉의 격돌뿐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예술가 최고의 미덕이 기대된다.
[프로그램]
클로드 드뷔시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Claude Debussy : 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G
minor
페루치오 부조니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Ferruccio Busoni : Sonata for violin & piano
No. 2 in E minor, Op. 36a, KiV 244
외젠 이자이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슬픈 시’
Eugene Ysaye : Poeme Elegiaque, Op.12
세자르 프랑크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Cesar Franck : Sonata for violin & piano in A
major, FWV 8
[프로필]
바이올리니스트 : 클라라 주미
강 (Clara-Jumi Kang)
클라라 주미 강은 2009년 서울 국제 콩쿠르,
2010년 센다이 콩쿠르에 이어 같은 해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경연인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비교할 수 없는 우아함과 균형감으로 국제적 커리어를 유지했다. 5세에
함부르크 심포니 협연으로 데뷔했고, 유럽권에선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를 필두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쾰른 체임버,크레메라타 발티카,로테르담 필하모닉,벨기에
국립 오케스트라,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아시아권에선 NHK 심포니,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뉴 재팬 필하모닉,오사카 필하모닉,베이징 NCPA 오케스트라,타이페이 심포니,서울시향과
연주했다. 게르기예프,테미르카노프,정명훈,브랑기에,보레이코,포펜,스피바코프,류 지아, 야마다 가즈키, 크레머, 홀리거와
공연했다. 독주 앨범 ‘모던 솔로’, 피아니스트 손열음 반주로
‘브람스-슈만 바이올린 소나타집’을 데카 레이블에서 발매했다. 독일에서
태어나 한국인 음악가 양친에게 물려받은 예술적 유산을 일찍부터 꽃피웠다. 세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만하임 음악학교에 최연소 학생으로 입학했고 뤼벡에서 자카르 브론 문하에 있었다. 일곱 살에 뉴욕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대학·대학원 교육을 졸업했다. 최종적으로 뮌헨
음대(포펜 교수)에서 교육을 마쳤다. 삼성문화재단의 후원과 대여로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엑스-스트라우스”(Ex-Strauss)를 쓰고 있다.
피아니스트 : 알레시오 백스 (Alessio Bax)
1977년 이탈리아 바리 태생으로 스타의 등용문,
일본 하마마츠 콩쿠르에서 1997년 우승하고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2000년 우승한 콘서트 피아니스트 겸 명 반주자이다. 솔리스트로
런던 필하모닉·버밍엄 심포니,상트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과 협연했고 실내악 멤버 겸 반주자로 엠마누엘
엑스,스티븐 이설리스,조슈아 벨 등 최정상 솔리스트의 파트너로
장기간 활동했다. 2012년 독주자로 첫 내한 독주회를 가졌고,
2016년 조슈아 벨, 2017년 다이신 가시모토 내한 독주회에 반주자로 연이어 내한했다. 레코딩은 시그넘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집,라흐마니노프
작품집을 출반했다. 한국계 피아니스트 루실 정과 가정을 이뤄 여러 페스티벌에서 2대의 피아노, 4 Hands를 위한 피아노 작품을 연탄으로 연주했다. 루실 정과 댈러스의 후아킨 아추카로 재단을 설립해 공동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프로그램 노트의 훌륭한 정보를 파란색(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음악 칼럼니스트)으로 옮겨 적는다.
이번 공연 감상하면서 곡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예습하면서 들었을 때도 생소하다 싶었는데, 그 사이 바빠서 한 번씩 밖에 듣지 않고 갔더니, 막상 꿀좌석에서 들은 공연은 몹시 낯설었다. 너무 낯설어서... 감상이 잘 안 되었을 정도. 몸이 피곤한 상태였기도 하고. 그래서 이 훌륭한 공연을 즐길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은 나자신이 속상했다.
첫곡인 드뷔시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단조는, 음... 내가 예콩 1층 11열 중앙에 앉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소리가 멀리서 들려서 깜짝 놀랐다. 굉장히 가까운 자리인데도 이상하게 다른 세계에서 들리는 것 같았달까. 좌석 위치 때문에 그런 건지 클라라 주미 강의 연주 때문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내 컨디션 때문이었을까? 암튼 상상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들었는데 소리가 정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클라라 주미 강의 연주는 유투브로 듣던 것과 많이 달랐다. 일단 음정이 굉장히 정확하고 망설임 없는 보잉이 두드러지는 건 유명 연주가다운 솜씨였다. 예쁘게 소리 내기 힘든 고음의 소리가 깨끗하고 균일해서 듣기에 즐거웠는데, 다른 연주자에 비해 좀 독특하다 느낀 점이 비브라토였다. 검색하니 어떤 분께선 앞선 공연에서 진폭이 큰 비브라토가 좋았다고 하셨는데ㅡ그 블로거분은 바이올린 연주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지니신 분 같았다. 나야 바이올린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으니 아마 그 분의 감상이 맞을 게다. 다만 내 귀에 들렸던 바를 여기에 적는다ㅡ, 내게는 정반대로 들렸다. 물론 곡에 따라 다른 것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클라라 주미 강의 비브라토는 몹시 잘아서 언뜻 들으면 비브라토를 쓰지 않는 것처럼 들렸을 정도였는데, 그렇다고 하기엔 음이 묘하게 설레는 특별한 느낌을 냈다. 그래서 '이렇게 잔 비브라토를 쓰시는가?' 싶어 감았던 눈을 뜨고 보았는데, 핑거 비브라토(finger vibrato) 또는 세밀한 리스트 비브라토(wrist/hand vibrato)를 쓰시는 것 같아 보였다. 물론 곡과 부분에 따라 핑거, 리스트와 암 비브라토(arm vibrato)를 골고루 쓰셨겠지만, 전체적으로 이렇게 미세한, 그것도 빠르면서도 작고 세밀한 비브라토를 쓰시는 건 처음 들은 것 같아서 몹시 경이로웠다. 이런 잔 비브라토 덕분에 클라라 주미 강의 연주가 깔끔하고 깨끗하며 도회적이고 이성적이며 균형이 잘 잡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연주에서는 다양한 사람의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미소년에서부터 소녀, 아가씨, 청년, 중년 여성에서 중후한 남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군상이 상상되었다. 그런데 그 모든 사람들이 질척질척하지 않고 산뜻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몹시 즐거웠던 연주다. '이성적인'이라는 느낌 때문이었던 건데,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를 일행과 함께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망설임 없이 시원하게 시작하는 첫음과, 쫀득하지만 질척이지 않는 활의 압력이랄까, 보잉의 방향이 바뀔 때의 느낌, 그리고 음을 끝낼 때 기대했던 것보다 길게 늘어지지 않고 짧게 끝이 나곤 했는데, 그런 특징들 때문에 열정적이고 감성적일지언정 감상적이거나 감정적이지 않고 이성적이며 깔끔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첫음에서는 거의 대부분 변성기 전의 미소년이 떠올랐는데, 아마도 공기의 느낌이 나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보잉 방향이 바뀌는 순간에 역시 쫀득한 공기층이 느껴졌는데... 내 표현이 이렇지, 뭐.ㅠ
드뷔시 첫곡에서는 다른 세계에서 들려오는 듯한 낯선 소리 때문에 상상이고 뭐고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두 번째 부조니의 곡에서였던 것 같은데... 지금 들으니 못 찾겠네.ㅠ 거울탑에 유폐된 아가씨가 떠올랐더랬는데. 일층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 말발굽 소리 등 떠올라서 즐거웠다가 자꾸 소리가 낯설게 느껴져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상상을 놓쳐버리고 그런 일의 반복. 세 번째 외젠 이자이의 곡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라는 설명을 미리 읽었는데 그런 느낌이 나기는 했는데 집중이 많이 흐트러졌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주변 관객매너도 참 좋았는데. 넘넘 아까웠다.ㅠ
마지막 곡인 프랑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 소나타는 올해 연주회에서만 네 번째 듣는 곡인 만큼 이젠 귀에 익숙해서인지 상상이 터졌다. 그런데... 이런 감상을 올릴 때는 늘 심장에서 땀이 나곤 하는데, 몇 사람이나 내 황당한 감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심하게 들기 때문이다. 어지간해서는 '이게 뭐야?' 싶을 것 같아서. 하지만 일기 개념으로 남기는 감상이니 다음 번에 나 자신이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 남기기로 한다. 음... 해당 곡 아래에 적는다.
공연 메이트에 따르면 클라라 주미 강의 연주는 자신감이 당당하고 시원시원해서 멋졌다고 했다.
알레시오 백스의 연주는 가볍고 부드러웠다. 딱히 맑고 청량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 가벼운 느낌이 경쾌했는데, 프랑크의 곡에서는 검붉은 힘과 감정의 응축을 보여주어 즐거웠다.
클로드 드뷔시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Claude Debussy : Sonata for Violin and Piano in G minor
클로드 드뷔시(1862-1918)는 만년인 1914년부터 각기 다른 악기에 의한 여섯 개의 소나타 작곡에 착수한다. 음악 출판업자인 자크 뒤랑이 격려하는 가운데 시작된 프로젝트는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1915), 플루트, 비올라, 하프를 위한 소나타(1915)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1917)를 낳았다. 드뷔시는 네 번째 소나타는 오보에, 호른, 하프시코드를 위한 작품이 될 것이고, 다섯 번째 소나타는 트럼펫, 클라리넷, 바순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 될 거라고 계획을 밝혔다. 마지막 여섯 번째 소나타는 다양한 악기들을 조합한 음향을 느낄 수 있는 협주곡을 예정했다. 대상이 되는 악기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 트럼펫, 하프, 피아노, 하프시코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대규모였다. 그러나 1918년 드뷔시의 죽음으로 뒤의 세 곡은 미완에 그쳤다.
소나타 시리즈 중 세 번째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단조는 1916년부터 1917년 사이 작곡된 드뷔시 최후의 자품이다. 1917년 2월 완료됐다가 3악장을 수정 보완해 그해 4월에 작품이 최종 완성됐다. 1917년 5월 5일 파리에서 가스통 풀레의 바이올린과 작곡가 자신의 피아노 연주로 초연됐다.
1악장 알레그로 비보의 1부는 주제와 거기에서 파생된 악상으로 이뤄졌다. 2부에서는 2/4박자의 스페인풍 주제가 바이올린 파트에 나타난다. 곧 3/4박자로 되돌아와서 스페인풍 주제가 묻히고 더욱 열정적인 주제가 이어진다. 3부에서는 1부의 주제와 2부의 열정적인 주제가 뒤섞인다. 2부의 주제는 바이올린의 펼침화음 속이나 피아노의 화음 속에 교묘하게 묘사된다.
2악장은 간주곡 판타스크에 레지에(마음껏 경쾌하게)다. 카덴차풍의 서주로 시작해 16분음표가 새기는 리듬이 오스티나토로 연주된다. 그 리듬의 화신인주제 A와 포르타멘토 효과가 재미있는 주제 B, 특징적인 화음을 이끌고 유니즌으로 연주되는 아름다운 칸타빌레 C가 얽혀서 서주 A-B-C-A-C-B로 악장을 구성한다.
3악장은 피날레 트레 자니메(아주 쾌활하게)다. 서주에 1악장 1부의 주제가 놓인다. 3악장의 주제는 스페인 풍 색채가 짙다. 느긋한 부분도 있고 여러 가지로 변화하며 3악장 전체에서 화려하고 눈부시게 활약한다. 마지막에 피아노로 확대된 주제가 나타나 활기있게 마무리된다.
Violin: Clara-Jumi Kang
Piano: Yekwon Sunwoo
페루치오 부조니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Ferruccio Busoni : Sonata for violin & piano No. 2 in E minor, Op. 36a, KiV 244
페루치오 부조니(1866-1924)는 피렌체 남부 엠폴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이탈리아인 클라리네티스트, 어머니는 독일인 피아니스트였다. 7세 때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고 1894 년부터 192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했다. 부조니의 활동은 대부분 피아노, 관현악, 실내악 부문에 분포하고 있다.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피아노 협주곡 등이 대표적이다. 1911년 이후 '파우스트 박사' 등 오페라 작곡에 힘썼다.
부조니는 20세기 음악의 근원적인 존재로 평가 받는다. '음악 미학 구상' 등 저술에서 말하고 있듯이 근본적으로 새로운 사상으로 가득한 진보적 인물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음악에서는 조성, 음계, 새로운 음향 등 실험을 하고 또 미래를 향한 앞선 생각들을 모두 수용하려 하면서도 엄격하게 전통의 테두리에서 작곡하는 보수성을 견지하고 있었다. 음악을 향한 주지적인 접근은 그를 신고전주의자로 볼 수 있게 한다. 그는 낭만적인 표현과 음악을 개인의 감정을 토로하는 매개체로 사용하는 일에 반발하기도 했다.
두 개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3악장 구성에 확장된 모습이 닮아 있다. 그러나 소나타 2번이 좀 더 독창적이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헬싱키에서 작곡했고 형식은 일반적이다.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작곡할 때 부조니는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었다. 초연은 헬싱키에서 빅토르 노바체크의 바이올린, 부조니의 피아노 연주로 이뤄졌다.
1890년대 부조니의 이름은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 쪽에 가까웠다. 이 바이올린 소나타 2번에 이르러서야 부조니는 비로소 작곡가로서의 정체성을 내세우게 된다. 1905년 9월에 부조니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는 "나의 작곡가로서의 길은 바로 이 바이올린 소나타로부터 시작됐소"라고 씌어있다. 부조니는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자신의 진정한 '작품번호 1'로 여겼다.
부조니는 바이올린 소나타 2번 Op. 36a를 친구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히얄마르 폰 다메크(Hjalmar von Dameck)의 권유로 작곡했다. 폰 다메크는 그 10년 전 부조니 바이올린 소나타 2번 Op.29, 그리고 1년 전 부조니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Op. 35a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부조니 바이올린 협주곡은 브람스의 영향 아래 작곡한 최후의 곡이라 할 만하다. 역사주의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결헙했다고 할까. 부조니는 베토벤 소나타 30번 Op. 109을 기반으로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작곡했다. 자세히 말하면 이 곡의 3부 형식을 따왔다. 1악장은 느리게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더 빠르고 대조적인 요소인 생기있는 2악장으로 연결된다. 마지막에 변주곡으로 끝을 맺는 것도 닮아 있다.
1악장 시작은 네 개의 동기로 구성된 침울한 코드의 랑장(Langsam, 느리게)이다. 보다 빨라진 주요 에피소드가 분위기를 다소 밝게 변화시킨 뒤 다시 느린 코다로 진행하며 1악장을 마친다. 2악장은 짧고 쾌활한 플스토다. 보통 타란텔라로 여겨진다. 3악장에 이르면 다시 장엄하고 무거운 선율이 나타난다. 이 부분은 바흐의 코랄 BWV517 '오 영혼의 친구여 그것이 옳으나이까(Wie wohl ist mir, O Freund der Seele)'를 바이올린으로 교묘하게 채색했다. 이후 세련된 일련의 변주곡이 따른다.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의 완벽한 호흡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조용한 푸가와 토카타가 엇갈린 다음 안단테 피우토스토(Andante piuttosto)로 진행하다가 오프닝 모티브를 인용하고 곡을 마친다.
외젠 이자이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슬픈 시’
Eugene Ysaye : Poeme Elegiaque, Op.12
외젠 오귀스트 이자이(1858-1931)는 벨기에가 낳은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버지에게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비에니아프스키, 비외탕 등 명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사사했다. 1886년 브뤼셀 음악원 교수로 임명된 이후에는 주로 모국 벨기에 음악계의 발전에 힘썼다.
이자이는 연주 뿐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특히 뛰어난 바이올린 작품들을 남기고 있다. 여섯 곡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Op.27은 바이올린 리사이틀에서 앙코르로도 자주 연주된다.
이자이는 비르투오소 바이올리니스트로 연주여행을 다니면서도 작곡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30대 초반 이후인 1890년경부터 이자이는 이전 젊은시절 작곡한 작품들이 독창성이 결여되었음을 작각하고 좀 더 깊이있는 새로운 형식의 작곡을 꾀하게 된다.
이 떄 작곡을 시작한 장르가 시곡(poem)이다. 형식의 압박이 덜하고 단악장 구성에 여러 섹션을 명백한 성격적 대조로 표현할 수 있었다. 시곡은 심미적인 취향과 비르투오시티를 결합할 수 있었다. 때로는 우울하고 이따금 사나운 성격을 모두 나타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서정적인 본성을 가진 장르다.
이자이의 시곡은 표제음악이 아니면서도 다양한 심상과 정서를 불러 일으키는 특별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시곡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이자이는 "시곡은 협주곡의 신성불가침한 형식에 부여된 제한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극적이고 서정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본래 낭만적이고 인상주의적이다... 시곡은 울고 노래한다. 그림자와 빛이며 변화하는 프리즘이다. 시곡은 자유롭다. 고통스런 느낌과 심상, 추상으로 안내하기 위해 제목만 있으면 된다. 문학적인 캔버스는 필요 없다. 한 마디로 시곡은 모델 없이 그린 그림이다"라고 썼다ㅡ라면 추상화인가.
이자이에게 시곡은 자신의 작곡에서 진보를 이룬 분야이자 음악적인 관심과 위대하고 진정한 비르투오시티를 결합하는 실험이었다.
일생동안 이자이는 아홉 곡의 시곡을 썼다. 그 중 '슬픈 시'Op.12는 1892년부터 1893년에 걸쳐 작곡된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협주적 악곡이다. 시곡에 대한 이자이의 열정에 불을 당긴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엥서 받은 영감으로 썼다. 19세기 비르투오소 작품들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에서 이자이는 스코르다투라(변칙조율)를 사용했다. 좀 더 어둡고 따스한 음색을 표현하기 위해 바이올린의 최저현음을 더 낮게 조현한다.
곡의 시작부분부터 바이올린의 애수를 띤 D단조 선율이 흔들리는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내며 강렬하게 지속된다. 이자이는 악센트와 싱커페이션, 트리플 포르티시모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세상을 떠난 순간을 표현한다. 서주의 끝에서 B플랫단조의 새로운 주제가 도입된다. '장례 정경'이라 명명된 이 섹션에서 바이올린은 깊은 장엄함을 띠고 지속적으로 연주한다. 이후 동요하는 듯 당김음 리듬으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피아노)의 인터플레이가 불꽃튄다. 곡은 클라이맥스에 이르고 장례 주제가 다시 나타난다. 마지막 섹션은 도입부 주제와 장례 주제가 중첩되어 시작한다. 후반 라르가멘테 지시로 오케스트라의 총주에 의한 장대한 비극의 절정을 구축한 장면은 감동적이다. 이 부분은 쇼송의 '시곡'에서도 들을 수 있다. 리하르트 바그너, 세자르 프랑크, 가브리엘 포레 등 작곡가들의 영향이 보이는 이 작품에서 이자이는 새로운 표현의 자유를 구가하고 있다. 이자이는 이 작품을 포레에게 헌정했다.
Violin: Albrecht Breuninger
세자르 프랑크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Cesar Franck : Sonata for violin & piano in A major, FWV 8
세자르 프랑크(1822-1890)는 프랑스에서 활동했지만 벨기에 리에주에서 태어난 독일계 작곡가다.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교향곡 D단조와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성악곡 '생명의 양식' 등을 꼽을 수 있고, 피아노 5중주 F단조, 전주곡, 코랄과 푸가 Op.21등은 그에 버금가는 인기작이다.
프랑크의 유일한 바이올린 소나타인 이 작품은 작곡가가 54세 때인 1886년에 썼다. 그 이전 1879년, 작곡가의 피아노 5중주가 주목을 끌었고 이어서 이 바이올린 소나타로 프랑크라는 이름이 알려졌다. 독일 고전음악의 지적인 구축성과 프랑스의 감성을 순도 높은 추상성에 녹인 프랑크의 작품은 당시 살롱음악과 오페라에 경도됐던 파리 청중들에게 뒤늦게 스며들었다.
네 개의 악장으로 이뤄진 작품에서 프랑크는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순환형식(forme cyclique)을 취하고 있다. 1악장 제1주제의 상승하고 하강하는 선율형이 전곡을 관통하는 기초적인 악상이다. 순환형식은 전악장의 긴밀한 관계를 부각시킨다. 프랑크는 이를 통해 모든 악상을 끄집어내 극도로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프랑크는 이 곡을 1886년 9월 26일, 자신과 동향인 리에주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의 결혼식 날 축하 선물로 헌정했다.
1익장은 알레그레토 벤 모데라토다. 전개부를 생략한 소나타 형식이다. 피아노의 조용한 네 마지 서주에 이어 바이올린이 신비한 제1주제를 연주한다. 이 주제가 점차 고조되며 E장조로 전조하고 제2주제가 도출된다. 이 제2주제는 주로 피아노가 연주하는데 제1주제와 그리 대조적이지 않다. 이윽고 제2주제가 장식적인 아르페지오로 반주되고 코데타에 들어가 바이올린으로 제1주제의 단편을 연주한다. 피아노가 네 마디를 연주하며 재현부에 들어가면 다시 바이올린이 제1주제를 노래한다. 피아노의 울림은 두터워지고 제2주제는 A장조로 피아노에 나타나 바이올린이 조용히 들어온다. 피아노의 단음에 의한 하강으로 코다에 들어가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끝난다.
2악장 알레그로는 가장 격렬하고 힘찬 악장이다. 피아노의 세 마디 서주에 이어 박진감 넘치는 리듬으로 제1주제를 제시하고 바로 바이올린이 이어받아 피아노와 유니즌으로 되풀이한다. 기본 악상을 사용한 이 주제는 불안하고 숨막힌다. 경과구가 피아노로 시작되고 바이올린이 조용히 하강하다 다시 격렬하게 상승하며 다시 한 번 제1주제가 되풀이된다. 다음으로 네 마디 리듬의 경과구가 연주된다. 1악장 제1주제로, 나중에 4악장에도 이페소드로 나타난다. 제2주제는 정결하고 아름다운 선율이다. 이 주제로 노래한 뒤 우아한 셋잇단음의 피아노 반주가 있는 코데타에 이어 전개부로 들어간다. 전개부에서 피아노가 묵직하게 화음을 연주하고 바이올린이 조용히 울리다 점차 고조된다. 제1주제와 제2주제가 대위법적으로 화려하게 전개된다.
재현부는 제1주제가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유니즌으로 재현되고 제시부의 충실한 반복 뒤에 마지막으로 코랄 풍 일곱 마디를 거쳐 코다로 들어간다. 바이올린이 피아니시모의 불안한 정서로 시작해 정열적으로 격렬히 고조되다 찬란하게 끝을 맺는다.
3악장 레치타티보 판타지아에서도 기본 악상은 여기저기 나타난다. 벤 모데라토로 시작돼 피아노가 네 마디 중후한 화음을 연주하고 바이올린이 긴 레치타티보를 연주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응답 뒤 피아노가 최초의 주제로 돌아가 바이올린의 레치타티보를 연주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응답 뒤 피아노가 최초의 주제로 돌아가 바이올린의 레치타티보가 다시 연주된다. 피아노의 아름다운 아르페지오가 피아니시모로 울리고 이를 타고 바이올린은 극히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바이올린의 노래 뒤 피아노는 점차 고요하게 가라앉는다. 1악장 제1주제의 변형이 바이올린에 나타나 두 번 되풀이되고 피아노의 정열적 반주와 함께 고조된다. 코다는 다음 악장의 명랑함으로 이어진다.
4악장 알레그레토 포코 모소에서는 첫머리 주제가 몇 번 나타나고 3악장까지 나타난 주제를 둔 자유로운 론도가 연주된다. 론도 주제는 피아노에 나타나고 한 마디 늦게 바이올린이 이 선율을 뒤쫓는 돌림노래의 수법으로 전개된다. 이 주제가 2회 되풀이되면 피아노에 3악장 판타지아의 주제가 나타나고 바이올린은 장식적인 패시지를 연주한다. 론도 주제가 이번에는 바이올린의 주도로 나타나고 다시 한 번 앞에서 나온 판타지아의 주제가 바이올린으로 노래된 뒤 론도 주제로 돌아온다. 다시 피아노가 앞장선다. 선율은 저음부에 나타나 발전하면서 고조되는데 돌연 피아노(p)가 되고 여기에 2악장 제1주제와 제2주제를 맺는 1악장 첫머리 주제가 바이올린에 나타난다. 이윽고 피아노만이 피아니시모로 경과부를 연주하는데 바이올린이 나타나 론도 주제 최초의 동기를 전개하고 피아노가 거칠게 저음부에 후반의 동기를 펼친다.
포르티시모로 3악장 판타지아 주제가 일순간 나타나는데 다음에 피아노에 의한 론도 주제 전개 뒤에 다시 한 번 나타난다. 마지막에 론도 주제가 낭랑하게 돌림노래로 연주된다. 코다에서 바이올린이 론도 주제로 긴 트릴을 연주하며 화려하게 마무리짓는다.
※ 경고: 공연이나 전시를 감상할 때 떠오르는 상상을 즐기는 개인적인 습성이 있는데, 지금껏 누구에게서도 납득 받은 적 없는 부분이다. 어쩌면 당혹스러움이 유치함으로까지 뻗을 수도 있을 텐데, 황당함에 비위가 약한 분이라면 이 부분은 패스하시기를 강력히 권한다.
얼마 전 프랑크의 바로 이 곡을 정경화 님과 조성진 님이 연주하셨는데 그때는 <백조의 호수>의 변형된 스토리가 떠올랐더랬다. 이번 클라라 주미 강과 알레시오 백스의 연주에서는... 으음... 내 상상은 스스로 당혹스러울 정도로 황당한 경우가 있어서.;; 일단 피아노의 아르페지오가 많아선지 물결이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평소 이 곡을 들으면 1악장 시작에서는 거의 푸른 초원이나 숲이 떠오르곤 하는데, 클라라 주미 강의 1악장 시작 부분에선 도시의 건물들이 떠올라서 신기했다. 누군가 자꾸 내 손을 잡고 건물들 사이로 데려가는 거다? 골목들 사이를 지나니 유럽의 도시 같은 곳이 나오고, 계속 따라가니까 윗영상 2:04 부분에서 난 데 없이 파란 바다가 펼쳐져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촉촉한 물내음. 윗영상으로는 이전에도 들었고 지금도 듣지만 그런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ㅠ 강주미 님의 연주는 직접 듣는 것과 많이 다르다, 내게는.
누구인지 모를 손을 따라 가니 바닷가의 해초와 풀이 치렁치렁하게 걸쳐진 아름다운 바다 바위동굴이 나오고, 섬이 나오고.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쉬는 동안 해가 저물고 파란 바다에 놀이 지고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하는 동안 4:34 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거대한 고래의 표면! 진회색 몸은 물속에 거대하게 잠겨 있고, 수면 위로 간신히 올라온 피부의 둥근 선을 따라 은빛으로 빛나는 모습. 황당합니까? 뭘 이 정도로. 나도 여기까지는 견딜 만 했다? 그런데 2악장이 되면서 상상은 더욱 아스트랄하게 증폭되었다.
텅! 하고 등장하는 것이 바다괴물. 이게 뭐야? 하며 눈을 감고 좀 더 집중했는데, 시커먼 바다괴물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고, 그 앞에 아름다운 아가씨가 묶여 있는 겁니다!ㅡ하면 이제 떠오르는 이야기게 있겠죠. 네네. 안드로메다입니다. 황당한가요? 아직 아니라니깐, 내 괴랄한 상상력은 끝을 모른다고.ㅠ 분노한 포세이돈이 보낸 바다괴물이 안드로메다 앞에서 몸을 뒤틀면서 괴성을 지르고, 그런데 못말리는 내 상상 속에선 가녀리고 무력한 모습으로 바위에 묶여 고통스러운 눈물을 아름답게 흘리고 있어야 할 안드로메다가... 쇠사슬을 풀고 바다괴물과 싸운다는 점이 또 당혹스러운 점.;; 싸우다가 도저히 이겨낼 수 없어 이제 목숨이 위태로운 때가 되자... 12:48, 하늘에서 빛이 내려오면서 요정들 또는 뭔가들이 내려와 그녀에게 제안을 한다. 음... 이 부분에서 진짜 내가 싫었는데. 괴물을 물리칠 수 있게 도와주겠으나, 남은 삶을 인간이 아닌 이, 인어로 살아야 한다는 것. 아 진짜...ㅠ 결국 받아들이고 괴물을 물리치는 것으로 2악장이 끝난다.
자, 3악장은 무엇일까요? ㅡ당연히ㅡ인어로 변하는 모습이다. 안드로메다가 그것을 기뻐했을 리 없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어쩔 수 없음을 안다. 길고 희고 아름다운 그녀의 다리 위로 달빛이 비치고, 은빛 가루가 다리로 스며들더니... 16:23 무지개빛으로 짜잔, 그리고는 발끝부터 비늘이 하나 둘 발을 덮기 시작한다. 자신의 다리가 비늘로 덮히는 것을 쳐다보는 안드로메다. 아... 너무 괴랄하지 않아요? 엉엉. ㅠ 암튼 프리즘으로 햇빛을 통과시키듯 온통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느낌은 황홀했다. 자, 그렇지만 괴랄함은 여기서조차 끝나지 않는 거죠.;; 18:00 즈음부터 좀 이상한 기분이 들더니 누군가 찾아 온다...? 18:20에서 드러나는 얼굴은... 페르세우스인 겁니다. 미치는 줄 알았...ㅠ 젊은 남성이 다가왔는데, 안드로메다라면 페르세우스인 게지. 근데 신화와는 다르게 그녀를 구했어야 할 그가 너무 늦게 온 거라고요. 둘은 첫눈에 서로가 일생의 사랑임을 알지만 그녀는 이미 인어가 되어 버렸고. 드디어 찾은 운명의 상대에 기뻐하면서도 잔인한 타이밍으로 인해 더욱 큰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아아, 나의 망할 상상력이여! 3악장 나머지 부분 내내 둘은 그들의 운명을 개탄한다.
원래는 외젠 이자이를 위해 결혼의 행복을 노래해야 할 4악장. 나는 지금껏 이 곡을 들으면서 이 4악장이 이토록 슬프게 느껴진 적 없었다. 들으면서 너무 당황해서는.;;; 둘은 운명의 상대인 둘이 결혼했더라면 있었을 갖가지 행복한 결혼생활들을 떠올린다. 결혼식을 했겠지. 아이를 가졌겠지. 서로 말다툼도 하겠지만 따뜻한 볕이 드는 벤치에서 서로를 껴안으며 사랑을 만끽하겠지, 하는 모습들. 마치 오페라를 듣는 것처럼 음 하나하나에 가사가 입혀 들려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24:00 즈음에 들리는 이 곡 특유의 '축하 종소리' 느낌이 클라라 주미 강의 연주에서는 상대적으로 별로 축하 종소리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신기했고. 아마 슬픔의 감정이 너무 진해서 알아채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던 그들에게 25:06이 되자 현자타임 시작되는데, 25:19에서는 안드로메다의 인어 하체가 잔인하게 빛나는 바람에 눈물 펑펑. 이제는 비극적인 이별을 나누어야 할 시간이 되었고, 둘이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는 모습이, 눈물과 함께 웃으면서 서로의 이별을 납득하고 수용하는 그 모습이 슬펐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너무나 분명하게 결혼식의 종소리를 표현하는 27:32를 거쳐 27:46 부분이 여기서는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막이 되어 쏟아졌다.
다른 곡은 아니었는데, 이 곡은 워낙 연주가 좋았어선지 곡이 끝나자마자 관객의 박수가 터져서 잔향 감상이 방해 받아 속상했다.
정말 신기했다. 이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그것도 4악장이 이토록 처연하고 슬프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이, 들으면서도 납득이 안 갔는데, 대체 내게는 왜 이런 장면들이 보이는 건지 의아했다. 하지만 좋은 연주를 들을 때 떠오르는 상상을 따라가는 것은 내가 즐기는 유희인 것이라 내게는 소름끼치도록 즐거운 공연이었는데, 이런 걸... 누구와 나눌 수 있는 거냐고, 대체.
이런 다양한 상상을 더 즐기려면 더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 두어야겠지. 그리스 신화와 하이브리드된 인어 이야기라니, 원. 공연 메이트에게 또 한 말씀 듣겠군요.ㅠ
<앵콜곡>
Gluck, Melodie
Renaud Capuçon violon
Jerôme Ducros piano
Paganini, La Campanella
그 유명한 클라라 주미 강의 라 캄파넬라를 들었다. 첫음이 나오자 관객석에선 "와~!!"하는 탄성이 울렸고, 나는 서둘러 귀병풍을 만들었다. 이 동영상이 활홀합니까? 실제로 듣는 연주는 이 동영상의 10배입니다. 숨이 멎는 줄.
Debussy-Heifetz, Beau Soir
Jascha Heifetz
완벅의 그 이름, 하이페츠.
Kyung Wha Chung, Violin
Kevin Kenner, Piano
로콩 정경화 님 연주 때 막곡이었나 앵콜곡이었던 것 같은데, 암튼 그때 들려주셨던 드뷔시의 Beau Soir.
아름다운 저녁이군요.
공연 정보만 읽어도 많은 공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