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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연주회] [2018일신프리즘시리즈8] 현대음악앙상블 소리 Contemporary Music Ensemble "SORI" @ 일신홀

by Vanodif 2018. 10. 22.




<★[2018일신프리즘시리즈8] 현대음악앙상블 소리>

* 일시 : 2018년 10월 22일 월요일 19:30

* 장소 : 일신홀 02-790-3364

* 관련 페이지 : http://ilshinhall.com/gnuboard5/bbs/board.php?bo_table=sub201&wr_id=112





[PROGRAM]

“FANTAISIE"


야니스 제나키스 Ianis Xenakis (1922-2001)
Charisma pour clarinette et violoncelle (1971) 6'
Cl.홍성수   Vc.이숙정


올리비에 메시앙 Olivier Messiaen (1908-1992)
Fantaisie pour violon et piano (1933) 9'
Vn.윤염광   Pf.강은하


다리우스 미요 Darius Milhaud (1892-1974)
Suite pour violon, clarinette et piano, Op. 157b (1936) 12'
Vn.윤염광   Cl.홍성수   Pf.강은하

1. Ouverture

2. Divertissement

3. Jeu

4. Introduction et Final


- intermission -


진은숙 Unsuk Chin (*1961)
Advice from a Caterpillar for bass clarinet solo (2007) 9'
BCl.홍성수


에이토르 빌라로부스 Heitor Villa-Lobos (1887-1959)
Dois Chôros (bis) para violino e violoncelo, A.227bis (1928–29) 9'
Vn.윤염광   Vc.이숙정

1. Modere

2. Lent-Anime


토마스 아데스 Thomas Adès (*1971)
Catch for clarinet, violin, cello and piano (1991) 11'
Cl.홍성수   Vn.윤염광   Vc.이숙정   Pf.강은하








어제 공연은 곡이 흥미로웠고 연주는 훌륭했으며 관객매너도 좋았어서 즐거웠다. 후기는 각 곡의 아래에 따로 적기로 하고, 현대작곡가들이라 예습할 때 정보를 쉽게 찾을 순 없었는데 프로그램 노트의 설명이 아주 훌륭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프로그램 노트(글: 송주호 현대음악앙상블 '소리' 프로그래머)를 파란색으로 옮겨 적는다.


현대음악앙상블 '소리'는 연주자분들의 실력은 물론이고 호흡도 좋았다. 연주하시는 모습이 즐거워 보여서 보는 입장에서 더욱 신났던 공연이다. 훌륭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해주신 현대음악앙상블 소리와 일신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람은 현실 뿐만 아니라 환상에서도 살아간다. 환상 속에서 사람들은 영웅이 되고, 사랑을 나누며,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 프로그램은 이러한 환상 속의 장면들을 그린 음악들로, 음악이 함께하는 환상 속에서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이다.






이아니스 크세나키스 Ianis Xenakis (1922-2001)

카리스마 Charisma pour clarinette et violoncelle (1971) 6'

Cl.홍성수 Vc.이숙정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그리스에서 살다가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이아니스 크세나키스. 본래 건축가였던 그는 메시앙의 조언으로 고도의 수학적 설계를 바탕으로 작곡했으며, 그 결과로 얻어진 음악에는 '차가운 열정'으로 가득하다. 클라리넷과 첼로를 위한 <카리스마>(1971) 또한 그러하다. 첼로에는 '브릿지 근처에서 불균일하게 활로 현을 갈 듯이 긁기'와 같은 소음을 요구하고, 마지막에는 가장 낮은 음을 내는 C현을 풀어서 소리를 심연으로 떨어뜨린다. 클라리넷에는 다중음과 미분음, 바람 소리, 키를 세게 누르기 등 전위적인 기법을 죄다 모아놓았다. 크세나키스가 이 곡을 작곡하게 된 계기는 젊은 작곡가 장-피에르 게젝 Jean-Pierre Guézec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 등장하는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빗대어 표현했다.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입고 트로이 군대와 싸우다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 파트로클로스! 이 곡은 젊음과 힘을 잃고 지하 세계로 가야했던 기구한 운명을 지닌 파트로클로스에 대한, 그리고 친구 게젝에 대한 통곡이다. 그렇다면 게젝의 친구 크세나키스는 파트로클로스의 친구인 아킬레우스가 되는 건가? 이것이 본심일지도...



작곡가 야니스 제나키스에 대해서는 지난 포스팅에 간략하게 언급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그리스계 프랑스인 작곡가입니다. 

https://vanodif.tistory.com/1256


야니스 제나키스의 <카리스마>(1971)는 클라리넷과 첼로를 위한 짧지만 매우 강렬한 이중주로 프랑스 작곡가 장-피에르 게젝에 대한 오마주로 작곡되었다. 앞서 제나키스의 음향적 탐구였던 첼로 독주곡 Nomos Alpha(1966)과 클라리넷과 함께 하는 합주곡인 Anaktoria(1969)에 이어 작곡된 <카리스마 Charisma>는 클라리넷과 첼로 두 악기 모두의 확장된 소리의 조합으로 이루어졌다. 소음과 다중음(multiphonics) 같은 효과가 계속되다가 갑작스레 음역과 강약법이 변한다. 이 작품에 전통적 의미에서의 멜로디는 없으나, 극적인 제스처와 작곡가의 날카로운 시간 감각으로 인해 이 곡은 진정한 명곡이 된다. 

- James Harley




Clarinet: Kaoru NISHIMURA 西村 薫 

Cello: Kei YAMAZAWA 山澤 慧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끝에 가면 클라리넷을 숨의 바람 소리로만 연주한다든지, 활로 첼로의 몸통을 긁는 등의 '확장된 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다.



[후기] 예습할 때도 독특하다 여겼는데 실제로 공연을 들으니 더욱 신기했다. 공연장에서는 다른 곡으로 예습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들으니 곡은 맞게 예습한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의 첼로의 활로 몸통을 긁는 것으로 이해했던 부분이 달랐다. 현을 켜시던 걸. 역시 곡을 잘못 찾은 걸까나?!? 맞는 것 같은데.


일행은 이 곡이 가장 별로였다 했는데 나는 썩 즐거웠던 곡이다. 취향 차이인 거다. 내가 받은 인상으로 말하자면, 처음 악기를 만져보는 사람이 악기의 가능한 기능 모두를 탐구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호흡만으로 강약을 조절한다든가 첼로의 경우 한 음을 활의 압력 차이만으로 강약조절을 하는 모습, 왼손으로 첼로 현을 미끄러짐으로 음의 높낮이를 조절하거나, 윗영상 3:34에서처럼 C현을 풀어서 소리를 떨어뜨린다든가, 활로 첼로의 현을 문지르듯 연주하는 모습 등이 몹시 낯설고 신기했다.


이 모두가 장-피에르 게젝의 죽음을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비견하여 만든 곡이라는 해설 덕분에 단순한 실험 같았던 곡이 드라마를 갖게 되었다. 죽음으로 향하는 파트로클로스에 대한 아킬레우스의 비장한 통곡. 이 곡에서 '카리스마'에 해당하는 영웅은 파트로클로스에 해당하는 장-피에르 게젝일 수도 있겠고, 그를 애통해하는 아킬레우스, 즉 크세나키스 본인일 수도 있겠다. 또는 이 영웅들을 결국 집어 삼키는 죽음의 압도적 카리스마를 의미한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곡을 지배하는 기괴하고 낯선, 마치 공포 영화 배경음악같은 소리는 죽음에 대한 낯섦과 공포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자신을 아킬레우스에 비유하다니. 크세나키스는 깜찍하시지 뭡니까.


이숙정 첼리스트는 안정적인 연주가 돋보였고, 홍성수 클라리네티스트는 뛰어난 호흡 컨트롤이 멋졌다. 한 음의 크레센도 부분에서 두 분 다 균일한 속도와 강도로 서서히 강하고 풍성해지는 소리를 내어 주셔서 감탄했던 곡이다.




Kaoru Nishimura (clarinet) 

Kei Yamazawa (cello)



윗영상의 악보 버전이다. 역시 현대음악답게 외계인의 대사를 옮겨 놓은 듯한 악보다. The Story of Your Life!






올리비에 메시앙 Olivier Messiaen (1908-1992)

환상곡 Fantaisie pour violon et piano (1933) 9'
Vn.윤염광   Pf.강은하


올리비에 메시앙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1933)은 <주제와 변주>(1932)에 이어 아내인 바이올리니스트 클레르 델보스(Claire Delbos)와 자신이 연주하기 위한 두 번째 작품이었다. 하지만 델보스가 건강상의 문제로 연주를 하지 못하게 되자 더 이상 바이올린 곡을 작곡하지 않았고, 이 곡들 또한 출판되지 않고 잊혀졌다. (델보스는 1959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다 <환상곡>이 2007년에 출판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메시앙은 그가 만든 선법(모드), 인도 리듬, 새소리 등 그의 음악을 특징짓는 음악언어를 초기부터 확립했으며, 초기곡인 <환상곡>에도 새소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제1주제는 피아노가 옥타브 차이를 두고 유니즌으로 강하게 연주한다. 인도에서 유래한 '첨가 음가' 리듬(반박자 등 음이 추가되어 박자세기를 곤란하게 한다)을 가진 이 주제는 비슷한 시기에 작곡된 <그리스도의 승천>(1932-33) 2악장의 주제를 가져온 것이다. 바이올린이 제시하는 제2주제는 빠른 하행 후 트릴과 꾸밈음으로 이어지며, 곧 빠른 데타셰 détaché 로 상승한다. 각각 <주제와 변주>의 세 번째와 네 번재 연주를 연상시킨다. 제3주제는 매혹적이고 서정적인 선율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스타일의 주제들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며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 올리비에 메시앙 Olivier Messiaen: 프랑스의 작곡가. 아비뇽 출생. 파리음악원에서 M.뒤프레, P.뒤카에게 사사하고 1936년 ‘젊은 프랑스’를 결성, 당시 성행하던 신고전주의적인 추상미를 추구하는 경향에 반대하여 현대에 ‘살아 있는 음악’을 창조하고, 음악을 인간과의 깊은 관계 속에서 찾으려 하는 공통된 목적에 따라 작곡활동을 하였다. 1942년 모교의 교수가 되고, 1944년에는 자신의 작곡법을 종합하여 《나의 음악어법》을 펴내 작곡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은 오늘날까지 현대 음악어법에의 귀중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 1949년에는 피아노곡 《음가(音價)와 강도(强度)의 모드》 《뇜 리트미크》를 발표하였는데 이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중요한 작법인 ‘뮈지크 세리에르’의 출발점이 되어 브레즈 ·쉬토크하우젠 등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또 1952년에는 파리방송국에서 뮈지크 콩크레트에도 손을 대어 《음색=지속(持續)》을 제작, 전위적인 활동을 하였다. 그 창작의 근원은 가톨리즘에 있는데, 오르간곡 《주의 강탄(降誕)》(1935)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곡》(1941), 피아노곡 《아멘의 환영》(1943) 《아기 예수님을 바라보는 20개의 눈매》(1943) 등에 그 경향이 뚜렷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이교적 엑조티시즘을 소재로 한 가곡집 《아라위, 사랑과 죽음의 노래》(12곡, 1945) 《튀랑갈리라교향곡》(1948), 합창곡 《5개의 르샹》(1948) 등 실험적인 작품을 작곡하고, 새소리를 악보에 채택한 피아노의 오케스트라 《새들의 눈뜸》(1952), 관현악곡 《이국의 새들》(1955∼1956), 피아노곡 《새의 카탈로그》(1956∼1958) 등을 작곡하였다. 그 후에도 실내악 《7개의 하이카이》(1963), 합창과 오케스트라 《주의 변용》(1969) 등을 작곡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올리비에 메시앙 [Olivier Messiaen] (두산백과)



Fantaisie pour violon et piano (1933):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1908 - 1992)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메시앙의 피아노와 그의 첫 번째 부인 클레어 델보(Claire Delbos)의 바이올린 연주를 위해 작곡되었다. 이 초기 작품에서도 나타나는 10/8, 11/8, 13/8 등의 오르내리는 박자표는 새로운 리듬형에 대한 작곡가의 관심을 보여준다. 이 판타지는 메시앙의 두 번째 부인 이본느 로리오(Yvonne Loriod)가 재발견한 뒤 2007년에야 발표되었다.




Violin: James Clark 

Piano: Matthew Schellhorn



[후기] 일행은 이 곡을 가장 좋아했는데, 이유인 즉 비교적 친숙한 음이 많이 들렸기 때문이라 했다. 이상하지? 이 곡이 맞는 것 같은데 이 역시 공연장에서 들었을 때 다른 곡처럼 들렸다. 검색을 잘못했나...;;


제1주제의 시작부분에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1악장의 첫소절이 떠올랐고 뒷부분에선 다른 익숙한 음들도 들렸는데, 아마 이전에 들었던 타쿠야 오타키 공연 때 들었던 타케미추의 Rain Tree Sketch II 'In memoriam Olivier Messiaen'(1992)에서 연상되는 음들 때문인 것 같다. 크세나키스 곡에 비하면 훨씬 듣기 편한 곡이었다.




Matt Albert, violin 

Liudmila Georgievskaya, piano






다뤼스 미요 Darius Milhaud (1892-1974)
모음곡 Suite pour violon, clarinette et piano, Op. 157b (1936) 12'
Vn.윤염광   Cl.홍성수   Pf.강은하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과거의 성과를 거부하기 마련이다. 고전주의와 바그너, 드뷔시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모습이 뒤섞여있던 20세기 초 파리의 음악계에 혜성같이 나타난 프랑스 6인조는 이들의 진지한 태도와 두터운 화음을 거부했다. 그들은 파리에 유입된 아메리카 대륙의 음악들을 활용하여 과거의 음악과 차별화하면서, 당시 유행했던 대중문화와 살롱문화에 힘입어 영화와 연극, 살롱 등을 위한 가벼운 음악을 만들었다.


다뤼스 미요는 프랑스 6인조 중에서도 주동자급이었다. 그는 영화와 연극을 위해 여러 음악을 작곡했고 이 음악을 활용하여 파생 작품들을 남겼는데, <모음곡 Op.157b>(1936)는 그 중 하나이다. 이 곡은 1936년에 장 아누유(Jean Anouih)의 연극 '짐 없는 여행자'를 위해  쓴 음악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듬해 1월 19일에 초연되었다. 1악장 '서곡'은 피아노의 저음부에서 연주되는 탱고와 같은 전형적인 라틴댄스 리듬인 3-3-2 리듬을 기반으로 진행된다.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의 선율은 카페 음악과 같이 밝게 시작하지만 곧 남미의 열정적인 분위기로 바뀐다. 마치 반도네온 소리가 들리는 듯한 환청마저 느끼게 한다. 2악장 '디베르티스망'은 느리고 서정적인 악장으로,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의 속삭이는 대화로 시작한다. 피아노의 등장으로 대화가 보다 풍부해지면서 클라리넷이 두 번째 주제를 제시하고, 마지막에 첫 주제를 다시 연주한다. 3악장 '놀이'는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의 유쾌한 대화로, 세 개의 짧은 주제가 아치 형태(A-B-C-B-A)로 등장한다. A에서는 바이올린이 이중음 주법으로 피들을 연주하듯이 유쾌하고 거칠게 연주하며, B는 바이올린의 피치카토를 배경으로 클라리넷이 전원풍의 선율을 연주하고, C는 클라리넷의 아르페지오를 배경으로 바이올린이 짧은 선율을 연주한다. 마지막 4악장 '서주와 종곡'은 5박자의 서주를 비장미 있게 연주한 후 6/8의 종곡이 이어진다. 민속음악과 같이 유쾌한 선율과 당시 파리에 유행했던 블루스 스타일도 들린다.




Charlotte Maclet, violin 

Fiachra Garvey, piano 

William Slingsby-Duncombe, clarinet


1. Ouverture 00'00 

2. Divertissment 01'45 

3. Jeu 04'30 

4. Introduction et Finale 06'12



더는 예습 못하겠다... 어서 영상만 올리고 포스팅을 마쳐야겠다.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의 조화가 좋네. 현대음악인데도 익숙하고 편안한 이 느낌은 뭐지? 프랑스 작곡가 다리우스 미요는 재즈와 브라질 음악에 영향을 받았으며 광범위한 다조성polytonality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편안한 현대음악은 오히려 낯설 정도다.;; 좋군요.



[후기] 예습할 때도 이 곡이 가장 좋았는데 직접 들으니 역시 좋았다. 이 공연에서 일행과 나의 의견이 일치한 곡이다. 화려한 바이올린과 사려깊은 클라리넷, 똘망똘망한 피아노 각각이 사람을 형상화하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햇살처럼 밝은 1악장과 서정적인 2악장 등 음악이 진행되면서 파리의 세느강이 떠올랐던 곡이다.








진은숙 Unsuk Chin (*1961)
애벌레의 조언 Advice from a Caterpillar for bass clarinet solo (2007) 9'
BCl.홍성수


두 세기에 걸친 진은숙의 음악 현재의 시점에서 보건대 그녀의 음악을 특정 범주로 구분짓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음악극에 가까운 작품들도 있고, 현대적인 기법과 화려한 음색으로 가득한 작품들도 있으며, 전통에 맞닿아 있기도 하고, 나아가 다양한 음악 스타일이 혼재하는 혼합양식 스타일을 보이기도 하며, 실험적인 요소들이 눈에 띄는 작품들도 있다. 또한 음악학자 한노 에를러(Hanno Erler)가 "'새로운 복잡성'으로 분류되는 작품들... 을 연상시킨다"고 할 정도로 극도로 복잡하기도 하고, 반면에 몇 개의 성부가 투명하게 보이는 작품도 있다. 그리고 음악적 유머로 가득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압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스타일은 시간의 흐름과 상관관계를 갖지 않기 때문에 작곡양식이 변한다고 보기도 어려운데, 이쯤 되면 그녀는 주제에 맞추어 자유자제로 음악을 만드는, 즉 음악적 자유자이다.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04-07)는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혼합양식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는데, 진은숙은 올해 객석 1월호에 개재된 필자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를 밝혀 말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제가 알고 있던 다양한 음악을 많이 넣었죠. 그래서 서로 다른 여러가지 스타일의 음악들이 등장합니다. 바로크 음악과 같은 부분도 있고요."


오늘 연주되는 <애벌레의 조언>(2007)은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삽입된 곡으로, 키가 7센티미터로 작아져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는 앨리스에게 버섯 위에 앉아 물담배를 피우고 있는 애벌레가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하는 부분이다. 루이스 캐럴의 원작은 앨리스와 애벌레의 대화지만, 진은숙의 오페라에서는 애벌레의 독백으로서 베이스 클라리넷 독주로 대체하고 대본은 무대에 비춘다. (연주 모습이 물담배를 피우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 곡은 따로 떼어서 콘서트 무대에서 독립된 작품으로 연주되기도 하며, 말하는 듯한 독특한 선율로 주의를 강하게 집중시키는 신비한 매력이 있다.




Emily Beise, Bass Clarinet



오와, 베이스 클라리넷 소리를 듣게 되겠네! 신기하다. 



그러고보니 베이스 클라리넷의 마우스피스와 연결된 목 부분과 아래의 벨 부분이 구불거리는 것이 꼭 기어가는 애벌레 같이 생겼다. 애벌레가 베이스 클라리넷에게 조언을 해준단 말이지... 귀엽. ㅋㅋ 혹시 advice에 다른 음악적 뜻이 있나요? 검색해도 못 찾겠다.





[후기] 화면의 대본을 보면서 음악을 듣게 되는 작품이다. 곡 자체만으로 꿈틀꿈틀 애벌레가 기어가는 모습이 떠오르는 이 작품은 텍스트와 함께 감상하도록 의도된 음악이라는 면에서 독특함을 지닌다. 공연에서는 위의 영상에서처럼 뒤의 스크린에 영어와 한글 대본이 글자로 뜨고, 해당하는 단어가 노란색으로 섬세하게 표시되어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곡이 포함된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전막 꿀영상이다. 와... 정말 아방가르드하고 추상적이며 초현실적인 작품이다. 코메디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블랙유머 작품이라는 사람도 있고, 이 장르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는 사람도 있고, 엉망이라며 악평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굉장히 뛰어나고 흥미로운 작품이라며 호평하는 사람들도 많다. 짐작컨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작품인 것 같은데 내가 보아온 오페라 중에서도 굉장히 독특하고 낯설다. 화면 편집이나 움직임 없이 전막을 그대로 올려주었더라면 더 감상이 편했을 텐데 그 점은 좀 아쉽다(내가 워낙 편집된 화면을 안 좋아한다. 화면 기술이나 편집이 감상에 크게 방해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가만 놔두면 알아서 감상할 텐데 말이죠). 이 영상의 34:30가 <애벌레의 조언>에 해당하는 장면인데, 여러 사람의 팔로 애벌레 다리를 묘사한 것이 재치있다. 그런데 댓글에 보면 이 영상 애벌레 장면의 앨리스 인형과 무대 장치는 이 공연 감독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다른 공연에서는 이렇게 표현되지 않는다고. 신기하고 독특한 오페라다. 어떻게 감상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흥미롭다. 오페라가 좀 으스스하지?






에이토르 빌라로부스 Heitor Villa-Lobos (1887-1959)
두 개의 쇼로 Dois Chôros (bis) para violino e violoncelo, A.227bis (1928–29) 9'
Vn.윤염광   Vc.이숙정


에이토르 빌라-로부스는 어린 시절부터 브라질의 대중음악인 '쇼로 Choro'의 기타 반주자로 활동했다. 그런데 그는 후에 "내가 곧 '쇼로'이다. 이 형식을 창조한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쇼로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후에는 자신을 브라질 음악의 영웅 수준으로 미화하기도 했다.) 그가 창안한 쇼로의 형식은 모자이크와 유사하다. 음악 블록을 연결하는 형태로, 한 음악 블록은 앞선 블록의 변주일 수도 있고 대비되는 특징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빌라로부스의 쇼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즉흥연주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 이 곡이 지닌 독특한 화음과 복잡한 복합리듬, 화려한 기교 등으로 아방가르드 음악가들에게 주목을 받았으며, 프랑스와 브라질 음악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교양있는 세련미와 거친 야성미의 공존으로 대중으로부터도 인기를 얻었다.


빌라로부스는 번호가 붙어 있는 열두 곡과 다른 두 곡을 더하여 모두 열네 곡의 '쇼로'를 작곡했다. 오늘 연주되는 <두 개의 쇼로>(1928-29)는 번호가 붙어있지는 않은 곡이다. 첫곡은 첼로가 이중주법으로 연주하는 리듬 반복 위에서 바이올린이 즉흥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중간 부분에 서정적인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두 번째 곡은 이중주법으로 무게감을 준 서주 후 기타를 연주하는 듯한 스타카토를 배경으로 빠르게 쇼로 선율을 연주한다. 하모닉스의 하모니를 들려준 후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곧 화려한 화음으로 마친다.




Anat Cohen: Clarinet 

Cesar Garabini: 7-String Guitar 

Vitor Gonçalves: Accordion 

Sergio Krakowski: Pandeiro


0:32 Pandeiro 0:40 Paschoal de Barros - Teclas pretas


↑위에서 언급된 브라질 음악 쇼루 Choro다. 쌈바 Samba, 보사노바 Bossa nova와 함께 브라질을 대표하는 음악이다. 이 쇼루에 관해 너무나 훌륭하게 설명된 포스팅이 있어 일부를 발췌하여 싣는데, 쇼로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이 블로그를 꼭 방문해서 포스팅을 읽어 보시길 권한다.


쇼로(Choro)는 20세기 초반 히우지자네이루에서 유행했던 브라질 전통 기악곡으로, 서구 클래식 악기와 브라질 토착 리듬의 첫 만남이 어떠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음악적 뿐만 아니라 역사적 가치가 있는 브라질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입니다. 이 쇼로 음악은 다른 브라질 음악과는 다르게, 브라질 내에서 가장 유명하며 외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음악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남미학을 전공했거나 음악 대사전을 펼치지 않는 한 쇼로 음악에 대해 알 길이 없죠. 

[출처] 브라질 음악 박물관 두번째. 브라질의 자존심, 쇼로(Choro)|작성자 에스꼴라 알레그리아


그리고 같은 블로그의 브라질 역사 속 쇼로에 대한 훌륭한 포스팅을 하나 더 소개한다. 

https://blog.naver.com/alegria33/120138902499




Paulinho Viola, 

Marisa Monte


위의 포스팅에서 추천한 쇼루의 대표곡 Carinhoso(사랑스러운)이다. 보사노바 느낌이 강하네. 쥬아웅 질베르뚜João Gilberto 곡이라 해도 믿겠다. 포스팅이 또 산으로 가고 있다. 그나저나 Choro는 '쇼루'가 맞는 발음입니다. 음악적으로는 '쇼로'라 발음하는 것 같은데 스페인어/영어식 발음이다. 마치 '히우 지 자네이루'를 '리오 데 자네이로'라고 발음하는 것처럼.



* 에이또르 빌라로부스 Heitor Villa-Lobos (1887-1959): 브라질의 작곡가 ·지휘자. 리우데자네이루 출생이다. 아마추어 음악가인 아버지에게 음악의 기초교육을 받고, 국립음악연구소에서 잠시 F.브라가에게 사사하였다. 1918년 D.미요를 만나 프랑스 인상파음악의 영향을 받았으며, 루빈슈타인은 그의 음악을 높이 평가하여 세상에 널리 소개하였다. 1923년 파리로 유학, 음악교육면에서도 그는 최고 책임자로 있으면서, 1945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에 브라질음악학원을 설립하고 브라질 각지의 관현악단과 합창단을 지휘하기도 하였다. 또한 젊었을 때부터 브라질의 민속음악에 열중, 미개지의 원주민 노래와 춤곡 등을 수집하여 악보화하고, 이들 음악 속에 담겨 있는 독특한 리듬과 선율을 작곡에 채택함으로써 남국적인 향취가 풍기는 작품을 썼다. 대단한 다작가로서 오페라 ·교향곡을 비롯하여 2,000곡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 주요작품으로는 14곡의 쇼로스(Chôros:날카로운 리듬과 발라드풍 선율의 브라질 고유의 춤곡), 8곡의 《바키아나스 브라질레이라스 Bachianas Brasileiras》, 그리고 피아노곡 《야만적인 시》 등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에이토르 빌라로부스 [Heitor Villa-Lobos] (두산백과)




Hirono Sugimoto Borter, violin 

Philip Borter, cello



작품 번호까지 정확히 나와있진 않아서 이 곡이 맞는지 확신할 순 없는데. 근데 내가 에이또르 빌라로부스를 어떻게 알고 있지?? 



[후기] 아마도 나는 빌라로부스를 보사노바 함참 들었을 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선지 음악이 많이 낯설지 않고 익숙한 편이다. 이 <두 개의 쇼루>는 들을수록 귀에 쫀득쫀득 달라붙는 멋진 곡이네.




Ernst Kovacic

Anssi Karttunen







토마스 아데스 Thomas Adès (*1971)
캐치 Catch for clarinet, violin, cello and piano (1991) 11'
Cl.홍성수   Vn.윤염광   Vc.이숙정   Pf.강은하


영국 작곡가 토마스 아데스는 사이먼 래틀이 그의 그로마이어상(Grawemeyer Awards) 수장작인 관현악곡 <아실라>(1997)를 세계 곳곳에서 연주하면서 그를 널리 알렸으며, 오늘날 그의 관현악 작품들과 오페라 등이 주목을 받으며 연주되고 있다. 그는 고전적인 선율과 재즈 스타일의 리듬 등을 자연스럽게 혼합하여 어떠한 사조에 얽매이지 않고 표현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집중한다. 그래서 현대적인 음악언어로 공감도가 높은 극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 청중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오늘 마지막 곡 <캐치>(1991)는 20세에 작곡된 그의 첫 실내악곡으로, 요즘도 자주 연주되는 아데스의 스테디셀러이다. 이 작품에는 그의 음악이 가진 연극적인 특징이 매우 잘 나타나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가 가운데 빈 의자 하나를 두고 날카로운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서주를 연주하며 곡이 시작된다. 그런데 어디선가 클라리넷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나타나 무대를 가로질러 지나간다. 또다시 클라리넷이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하며 무대에 등장하고, 세 연주자는 그를 유혹하듯 이 선율에 맞춰 연주한다. 네 연주자는 아데스의 말을 빌면 "아주 쾌활한 공 뺏기 놀이(pig-in-the-middle)"를 한다. 클라리넷은 무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또다시 사라진다. 세 연주자는 또다시 클라리넷이 나타나기를 숨죽이며 기다리다가,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깨려는 듯 현악기들이 이런저런 음악적 재치를 부린다. 그러다 어느덧 클라리넷이 서정적인 선율을 연주하며 나타나고 두 현악기는 다시 부드럽게 화음을 맞춘다. 클라리넷은 무대를 배회하다 마음이 놓였는지 가운데 빈 의자에 털썩 앉는다. 드디에 잡기에 성공했다!

ㅡ 글: 송주호(현대음악앙상블 '소리' 프로그래머)




Christoffer Sundqvist - clarinet

Sini Simonen - violin 

Ursula Smith - cello 

Thomas Sauer - piano



[후기] 이 곡은 정말 재밌었다. 프로그램노트의 멋진 설명 덕분에 즐겁게 강상했는데, 연주 내내 사려깊고 따뜻하던 클라리넷의 엉뚱하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 부각되어 더욱 즐거웠다. 차가운 화려함을 뽐내던 바이올린은 이 곡에서도 화려하지만 은근한 장난기가 더해졌고, 성숙하고 안정적이던 첼로 역시 이 곡에서는 클라리넷을 잡기 위해 몸을 낮춰 다가가는 듯한 느낌이 났다. 똘망똘망한 피아노는 기민한 동작으로 클라리넷을 노리는 것 같게 느껴져서 마치 눈 앞에서 장난꾸러기 아이 넷이서 돌아다니며 노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은 연주였다.


클라리넷은 4:59초에 영어 동요인 Rain, Rain, Go Away의 가락을 연주함으로 더욱 아이들의 놀이 효과를 강조했다. 또한 11:01 부분의 바이올린과 첼로 소리는 어떻게든 클라리넷을 의자에 앉히려 비위를 맞추며 달래는 것 같아서 들으면서 혼자 웃었다. 재밌게 잘 들었습니다.





Rain, Rain, Go Away 노래.







현대음악앙상블 ‘소리’ SORI 

현대음악앙상블 ‘소리’는 2001년 11월 12일 故박창원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첫 연주회를 개최한 한국 최초의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고문 : 작곡가 나인용, 첼리스트 故현민자 교수)로, 현재 첼리스트 이숙정(현 대표)을 비롯한 국내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상임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리’는 신인부터 원로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의 여러 작곡가들에게 작품을 위촉하고 뛰어난 현대음악 작품을 아시아 혹은 한국 초연하는 등 새로운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영화음악, 어린이 음악, 재즈, 탱고 등도 우리시대의 음악으로 다루며 접근성 높은 레퍼토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흥미로운 프로그램으로 매년 정기연주회와 기획음악회, 초청음악회 등 다양한 국내 무대에서 현대음악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으며, 유럽의 여러 음악제에도 참가하며 세계적인 현대음악 앙상블로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Vn. 윤염광
중앙대 음대 실기수석 졸업
맨하탄음대 석사졸업, 맨하탄음대 전문연주자과정 장학생
한국문화제 콩쿠르 금상
경기도지사, UN, New Jersey, 비엔나, 부다페스트 초청 연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수석역임
현재 : 서초교향악단 부악장


Vc. 이숙정
예원, 서울예고 졸업, 서울대 재학 중 도불
파리 국립고등음악원(CNSM) 첼로 1등상 졸업
이화콩쿨, 중앙콩쿨, ‘앙리 소게’ 실내악 국제콩쿨 1위
Cziffra 재단 1996 수상자, 2004 난파음악상, 2007 문화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수상
현재 : 한양대 겸임교수, 예원, 서울예고 출강
트리오 ‘탈리아’, ‘디 앙상블’, 앙상블 ‘유니송’, 현대음악앙상블 ‘소리’ 멤버


Cl. 홍성수
계원예고, 한양대 졸업
파리 에꼴노르말 전문연주자과정 졸업
Evry 국립음악원 졸업, Creteil 국립음악원 실내악 최고연주자과정 수료
유러피안 피카디콩쿨 입상(Amien, France)
현재 : 선화예중, 계원예고, 강원예고, 전주대 출강
안양윈드오케스트라 악장, 서울모던앙상블, 현대음악앙상블 ‘소리’ 멤버


Pf. 강은하
서울예고, 경희대 졸업
취리히 국립음대 석사과정 및 최우수과정 졸업
서울심포니와 협연 및 다수의 독주회
스페인 현대음악제,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초청연주
현재 : 인천예고 출강
클라모레 앙상블, 뮤지카듀오 단원, 트리오 ‘아이테르’, 현대음악앙상블 ‘소리’ 멤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