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rformance

[연주회] The Pianists Series 2 샤를 리샤르-아믈랭 리사이틀 Charles Richard hamelin Recital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by Vanodif 2018. 11. 20.



* 노란색 하이라이트는 해당 페이지로 링크되어 있습니다.





<The Pianists Series 2 샤를 리샤르-아믈랭 리사이틀 Charles Richard hamelin Recital>

* 일시: 2018.11.20(화) 20:00

*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5977



[프로그램] 
 
쇼팽 F. Chopin
 
녹턴 제20번 c#단조, Op. posth.
Nocturne No. 20 in c# minor, Op. posth.
     
4개의 즉흥곡     
Four Impromptus
 제1번 A♭장조, 작품번호 29  No. 1 in A♭ Major opus 29
 제2번 F#장조, 작품번호 36   No. 2 in F# Major, opus 36
 제3번 G♭장조, 작품번호 51  No. 3 in G♭ Major, opus 51
 제4번 c#단조 ‘환상 즉흥곡’  No. 4 in c# minor “Fantaisie-Impromptu” 
          
영웅 폴로네이즈 A♭장조, 작품번호 53
Heroic Polonaise in A♭Major opus 53 
 
 
Intermission
 
 
4개의 발라드 Four Ballades
 제1번 g단조, 작품번호 23  No. 1 in g minor opus 23 
 제2번 F장조, 작품번호 38  No. 2 in F Major opus 38
 제3번 A♭장조, 작품번호 47  No. 3 in A♭Major opus 47
 제4번 f단조, 작품번호 52  No. 4 in f minor opus 52  
     
※ 프로그램은 연주자의 사정에 의해 사전 공지 없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너무 없는데... 예습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2015년 쇼팽 콩쿠르는 어쩔 수 없이 조성진 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조성진 님께서 우승하셨던 그 콩쿠르에서 샤를은 2위를 하였다. 어서어서 예습을!








감상 후]


안개낀 파스텔색 엘프들의 숲과 같은 연주.


샤를 리샤르-아믈랭의 연주는 고왔다. 예습했을 때 느꼈던 부드러움과 우아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차이점이라면 예습할 때는 서늘한 편이었으나, 직접 들은 연주에서는 따스함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부드러운 바람이 어루만지는 봄날과 같은 연주. 사람으로 표현하자면 부드럽고 성숙하고 우아한 아가씨의 느낌이다. 건장한 남성 피아니스트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여성 피아니스트가 표현하는 여성스러움과는 다르다. 엘렌 그리모의 연주처럼 가냘프고 부서질 것 같은 여성이 아니라 기품있고 마음이 성숙한 아가씨. 눈매와 입매, 손끝, 발끝이 단정하고 고운 인상의 상냥한 귀족 아가씨가 떠올랐다. 모든 여성 안에 남성성이 존재하듯 모든 남성 안에 존재하는 여성성을 단아하게 뽑아 정제하여 보여준 것 같은 느낌. 연주로 보자면 샤를은 상처 잘 받고 조심스러우며 상냥하고 부드러운 성격을 지녔을 것 같다.


댐퍼 페달을 많이 사용하여 울림이 큰 연주는 안개낀 엘프들의 몽환적인 숲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많은 음들이 진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지저분하게 들리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의 가벼운 타건 때문인 것 같다. 무릎 높이로 쌓인 눈 표면 '위'로 걷는 <반지의 제왕> 엘프족 리골라스의 발걸음처럼 타건이 소프트하고 가벼워서, 공간 가득 울리던 음들이 어지럽지 않고 오히려 단정하게 들렸던 것이 신기했다. 덕분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부드러운 안개가 드리운 파스텔톤 엘프들의 숲이 되어 환상적인 쇼팽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특별했던 샤를 리샤르-아믈랭의 연주에도 아쉬움은 있었다. '임팩트 있는 한 방이 없다'는 것. 공연이 끝나고 내려가는 계단에서 함께 걸어가던 사람들의 평도 비슷했다. 음악 관련 교수님으로 보이는 한 분은 '(샤를 연주는) 쇼팽보단 슈만이 나았다. 바흐도 꽤 좋았고. 영롱함이 좀 아쉽고 밋밋한 면이 있었다'라고 했고, 다른 어떤 사람은 '연주는 예뻤는데 화려함이 없어'라고 했다. 그 외 웅성웅성 들리는 평들이 많이 비슷했고. 순간의 기쁨이나 슬픔의 감정은 잘 전달되었으나, 존재를 잊어버릴 만큼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는 느낌은 없었다. 나 역시 그 점이 아쉬웠다. 한편 다르게 생각하면 바로 그런 점이 전체적인 기품을 완성한 것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를 두고 '기품있다'라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서 항상성을 기대한다. 어떤 일에도 크게 놀라지 않고 일관되게 안정된 친절함과 마음의 여유를 보여주는 사람을 '기품있다' 하지 않는가. 해서 샤를이 이번 연주에서 보여준 우아함과 기품은 뛰어난 통제력과 일관성을 지닌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표현된 것 같다.


같은 쇼팽 콩쿠르였는데 조성진 님과 샤를 리샤르-아믈랭의 연주는 이토록 달랐다. 특히 리샤르-아믈랭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은 아주 특별했던 만큼 그의 연주가 몹시 즐거웠기에, 다음에 또 기회가 있다면 다시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프로그램 노트는 폴란드 음악학자이자 편집자이고 크라코프 음악원 교수이신 Mieczystaw Tomaszewsk께서 쓰셨는데, 쇼팽의 곡을 이해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여 아래 각 곡의 앞부분에 파란색으로 옮겨 적는다. 






쇼팽 F. Chopin - 녹턴 제20번 c#단조, Op. posthNocturne No. 20 in c# minor, Op. posth.
     

c#단조, 풍부한 표정을 담아서 느리게


이 곡은 쇼팽이 출판하지 않은 작품 중 1830년에 빈에서 누나인 루도비카에게 보낸 소품이다. 이 작품에는 행복한 순간이 다소 표현된 듯한 까닭에 그가 빈에 도착한 직후, 11월 봉기 발발 소식을 듣기 전에 쓴 것으로 보이며, 쇼팽의 작품들 중 독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유머러스한 액센트와 부드러운 분위기가 결합되어 있다. 둘째, 작곡가 자신의 작품을 인용하고 있는데, 이는 쇼팽이 거의 시도하지 않은 방식이다. 사실 이 녹턴 작품은 1875년 Marceli Antoni Szulc가 포즈난(Poznan)의 라이트게버(Leitgeber)사에서 '아다지오'라는 제목으로 출판한 덕분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후 이 곡에는 여러 가지 제목이 붙었다. 루드비카는 자신이 정리한 쇼팽의 미발표곡 목록에서 이 곡을 '느리게, 녹턴풍으로'라고 하고 '빈에서 내게 보냄'이라는 메모를 덧붙였다. 이 곡은 '루도비카 누나가 나의 두 번째 협주곡에 들어가기 전 연습할 수 있도록 누나를 위해'라는 헌정사와 함께 보내졌다.


현재 이 곡은 '풍부한 표정을 담아서 느리게(Lento con gran espressione)'라는 제목으로 알려져 있으며, 녹턴이나 서정시로 분류된다. 반복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시작과 끝 부분은 녹턴의 특징이 우세한 반면, 중반부는 F단조 협주곡(1악장과 3악장), 그리고 가곡 'Zyczenie(소녀의 바람)'로부터의 재치있고 익살스러운 자기인용으로 가득 차 있다.



--- *



쇼팽의 사후에 출판된 피아노곡으로 그의 녹턴 중 인기가 높은 곡 중 하나이다. 2002년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에 삽입되어 더 큰 인기를 얻었다.

작품 배경

쇼팽은 스스로 자신의 녹턴에 대하여 ‘피아노로 부르는 노래’라고 지칭했을 만큼 내면의 다양한 감정을 녹턴 속에 녹여냈다. 이 곡은 1830년 스무 살 때 고국인 폴란드를 떠나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해서 작곡한 것으로,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였다. 작곡 후 누나 루드비카 쇼팽(Ludwika Chopin)에게 편지와 함께 이 곡을 헌정하였으며, 그가 세상을 떠난 뒤인 1895년에 유작으로 출판되었다.

음악 구성

음악은 총 3부 형식으로 피아노의 황홀경을 펼쳐 보인다. 10도를 넘나드는 왼손 위에 흐르는 듯한 오른손의 멜로디는 강한 포르테가 아닌 희미한 사운드로 내적인 감정을 끌어낸다. 독백하듯 풀어내는 루바토와 리듬은 우아하면서도 세련됐다. C # 단조는 작곡가가 의도적으로 가장 어둡고 복잡한 음색을 꺼내고자 하는 조성인데, 전주와 같이 시작되는 2마디와 이어 더 작게 표현되는 같은 2마디는 마치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는 듯 섬세하다. C# 단조에서 Db 장조로 바뀌며 분위기의 반전을 끌어내고,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Db 장조 아르페지오로 마무리하여 밝은 에너지를 선사한다.

연주 정보

영화 《피아니스트》의 OST로 쓰인 후 더 많은 피아니스트들 의해 연주가 돼고 있다. 1990년대 선풍을 일으켰던 포르투갈 출신의 여성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레스(Maria JoaoPires)의 연주를 비롯해 멕시코의 피아니스트 리카르도 카스트로(Ricardo Castro), 2015년 제 17회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한국의 피아니스트 조성진,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바딤 사하로프(Vadim Sakharov), 터키 출신의 여성 피아니스트 이딜 비레트(Idil Biret)의 연주가 명연으로 꼽힌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녹턴 제20번 [Chopin, Nocturne No. 20 in C-sharp minor, Op. posth.] (두산백과)





차고 맑고 우아하다. 프릴이 달린 아이보리 드레스를 입은 창백한 금발의 아가씨가 떠오르는 연주다. 직접 들어도 이러할까.


[감상 후]


직접 들었을 때 차다는 느낌은 없었고 나머지 느낌은 같거나 더 증폭되었다. 몹시 부드럽고 고운 느낌이었다. 프로그램 노트의 설명이 우수한데, 전체적으로 부드럽지만 2:00 부분이 노트에서 말한 유머러스한 액센트인 것 같다. 





조성진 님과 비교되는 것을 샤를은 즐기지 않을 것도 같은데. 두 분 다 개성이 다른 거니까. 근데 와... 정말 조성진 님은.ㅠ 샤를과는 완전 다르다. 차갑고 진중하고 사색적이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성이 떠오르는데, 자신의 세계를 강인하게 구축한 남성의 그리움 같다. 와... 마지막 음까지 정성스러운 사색. 조성진 님답다.






쇼팽 F. Chopin - 4개의 즉흥곡 Four Impromptus
 

최근에는 재즈에서 더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즉흥의 기원은 악기의 연주방식인 즉흥연주에서 비롯한 것으로서 악곡 형식으로는 정착한 것이 바로 즉흥곡(Impromptu)이다. 작곡가나 연주가의 즉흥적인 악상이나 영감을 일정한 형식에 맞추어 드러낸 이 즉흥곡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것은 얀 바츨리프 보리셰크(Jan Václav Voříšek, 1791~1825)로서, 그는 1817년에 이 단어를 사용했고 1822년에는 6개의 즉흥곡 Op.7을 출판하기도 했다. 1820년대 이후 이에 영향을 받은 많은 비엔나의 피아니스트-작곡가들은 즉흥곡을 앞다투어 작곡하기 시작했는데, 슈베르트가 1827년에 작곡한 8곡의 즉흥곡을 필두로 슈만의 즉흥곡 Op.5, 리스트의 [왈츠-즉흥곡] 등을 비롯하여 스크리아빈, 시벨리우스, 포레 등등의 많은 작곡가들이 즉흥곡을 작곡했다.

녹턴과 더불어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의 전형적인 양식으로서 새로운 세기인 20세기에 접어들며 그 운명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던 즉흥곡과 가장 친연성이 높은 작곡가를 꼽으라면 단연 쇼팽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이 매력적인 제목을 사용하여 1837년, 1839년, 1842년에 세 개의 즉흥곡을 작곡, 제각기 독립적인 작품으로 출판했다. 다만 그의 즉흥곡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1834년작 [환상-즉흥곡(Fantaisie-Impromptu)]만큼은 쇼팽이 사후에까지 출판되지 않았다.


제1번 A♭장조, 작품번호 29  No. 1 in A♭ Major opus 29


즉흥곡 A♭장조


쇼팽은 이 A♭장조 즉흥곡을 1837년에 작곡하여 다음 해에 출판하면서 제자인 캐롤린 드 로보(Caroline de Lobau) 백작부인에게 헌정했다. 도입부 주제의 고혹적인 아라베스크에 이어 건반 위를 머뭇거리며 끝없이 방황하는 보충구((8)9-16마디)가 이어진다. 나란한 조인 F단조로 된 중반부는 즉흥적인 아리아나 녹턴 방식에 이어 휩쓰는 듯하며 장식음이 화려한 피아노의 노래로 가득 차 있다(42-54마디). 다시 끝날 것 같지 않으면서도 이어지다가, 결국에는 줄어든 소리로 부드럽게 4번째 화음이 연주되며 소멸되는 멜로디의 아라베스크가 다시 반복된다. 자신감의 음악이라는 말 이외에는 이를 달리 칭하기가 어렵다.


이 곡이 우리에게 정말 자신감을 가져다 준다면, 이는 그림자로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러울 것이다. Ferdynand Hoesick의 설명처럼, 이 A♭장조 즉흥곡에는 '분수에서 튀기는 물에서 보이는 밝은 햇빛이 있다.' Arthur Hedley의 의견에 따르면 이 곡에는 '근심 걱정 없는 즉흥의 분위기'가 있지만, 한 편으로 '첫 번째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한 기교가 나타난다.'


쇼팽의 새로운 곡들이 발표되면 이에 감탄하며 앞다투어 리뷰가 쏟아졌다. 그러나 대체로 특정 상황에 이끌린 예외도 있었다. 경쟁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정기간행물인 'La France Musicale'에는 즉흥곡 A♭장조에 대해 흥미로운 익명의 리뷰가 실렸다. '이 작품에 대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쇼팽이 매우 아름다운 마주르카를 작곡했다는 것이다. [...] 5쪽 마지막 부분에서 쇼팽은 여전히 구상 중이다... 그는 9쪽 하단에서 [결국은 구상을 끝내지 못한 채] 십여 개의 화음을 늘어놓음으로써 곡을 마무리한다. 아, 즉흥곡이군요.'



--- *



1837년에 작곡하여 로보 백작부인에게 헌정쇼팽의 첫 번째 즉흥곡으로서, 밝고 경쾌한 주제 멜로디와 가벼운 듯 비상하는 듯한 셋잇단음표의 진행이 인상적인 느낌을 준다. 차분하다기보다는 조금 떠들썩한 느낌이 드는 이 즉흥곡은 세도막형식으로서 가운데 트리오 부분에는 애상적인 느낌을 머금은 서정적인 주제가 격정적으로 변화한다. 맑고 깨끗한 느낌과 음표의 쉼 없는 진행이라는 면에 있어서 슈베르트의 영향 또한 감지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즉흥곡 - 쇼팽 (클래식 명곡 명연주)





역시 우아하고 섬세하다. 과하지 않고 적절한 루바토가 기품있다. 이상하다 싶을 만큼 가슴이 설레는 연주다.





아 키신. ㅠ 샤를과는 당연히 완전 다른 연주다. 가볍고 경쾌하게 시작한 연주가 순간순간 강약을 오가며 노닐다가 사색적이고 진지한 모습으로 바뀐다.






 제2번 F#장조, 작품번호 36   No. 2 in F# Major, opus 36


즉흥곡 F#장조


F#장조의 두 번째 즉흥곡은 1번 A♭장조 즉흥곡이 발표되고 2년이 지나서 쓰여졌다. 쇼팽은 마요르카에서 돌아온 후 노앙(Nohant)에서 점차 건강을 회복하면서 이 작품에 매달렸다. 이 곡은 양식과 특징 모두 즉흥곡 1번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 곡에서는 중반부가 어두움과 그늘로 가득 차 있으며, 즉흥곡 장르와 구분되는 멜로딕한 아라베스크가 직접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은 양립할 수 없는 듯 보이나 실은 놀랍도록 잘 통합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즉흥곡, 녹턴, 발라드, 에튀드 등 여러 가지 형태 및 장르와 결합한다. 뚜렷한 양식이 없는 것 때문에 평자들은 어떤 숨겨진 (문학적) '플롯(plot)'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다.


'분위기를 조성하는' 몇 마디가 이어진 후 단순한 멜로디와 함께 내러티브가 시작되는데, 이는 느리게 그리고 사려깊게 음악적 이야기를 풀어낸다(7-19마디). 그러나 그 가닥은 갈라진다. 우선 부드럽고 집중되어 있으며 다소 미스터리한 코랄을 들을 수 있다(35-38마디). 이어 예상치 못한 멀리서부터 소환되는 듯한 영웅적인 음조가 등장하고, 갑자기 힘이 강해진다(47-52마디). 경탄의 분위기는 가장 마지막까지 악보에 기보된 이 즉흥부에 나타난다. 그리고 뒤따르는 길에 대해 머뭇거리는 이상한 전조 두 마디를 통해 이후로 이어진다(59-61마디).


'즉흥곡 2번은 별로일지도 모르겠다. 모르겠지만 너무 신선해서 말이다. 하지만 너무 올로프스키스럽거나, 짐머만스럽거나, Karsko-Konsk스럽거나, 돼지스럽거나, 또는 다른 동물스럽지만ㅡ파리 살롱 음악의 작곡가들에 대한 암시ㅡ않으면 괜찮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적어도 800프랑은 받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



헌정자가 없는 1839년에 작곡한 쇼팽의 두 번째 즉흥곡은 그의 즉흥곡 가운데 가장 상상력이 풍부하고 명상적인 분위기까지를 띄고 있다. 녹턴적인 주제가 제시된 이후 5개의 부분과 코다로 이루어진 이 2번 전주곡은 쇼팽이 친구인 줄르 폰타나(Jules Fontana)에게 보낸 편지에 의하면 “어쩌면 그다지 가치가 없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신선한 형식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즉흥곡 - 쇼팽 (클래식 명곡 명연주)





뒷부분의 화려한 아르페지오에서는 온갖 신화적 상상력이 튀어 나오는데? 쇼팽 연주 정말 좋구나, 샤를.





오히려 아쉬케나지의 쇼팽이 담백하게 들릴 정도라니.;;






 제3번 G♭장조, 작품번호 51  No. 3 in G♭ Major, opus 51


즉흥곡 G♭장조


세 번째 즉흥곡은 쇼팽의 살롱, 즉 전통적이고 고상한 체하는 것이 아닌, 그러나 우아한 만큼이나 시적이며, 그곳에 온 사람들을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키는 것 같은 특별한 살롱의 분위기를 풍긴다.


즉흥곡 G♭장조는 빛이 퍼지고 과도한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듯한 음악을 선사한다. 이 곡은 이 장르에 정해진 세 부분(반복부)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과 끝부분에는 형태를 닮은 활기찬 멜로디가 거의 주를 이룬다. 가운데 부분은 피아노의 차분한 노래로 가득 차 있다. 따라서 도입부 주제는 끝없이 단일하게 오랜 호흡의 움직임으로 아라베스크처럼 계속된다. 놀랍도록 모호한 멜로디가 변화하는 음들의 짧은 불협화음으로부터 점차 해방되는데, 이는 겉보기에는 피아니스트의 빠른 손놀림으로 생기는 듯하며 점차 뚜렷해진다(1-8(9)마디). 이후 2도와 5도의 듀엣으로 강화되며 조화로움은 최고조에 이른다(11-14)마디. 곡 중반부에는 느린 서정적인 선율의 단일한 아름다움이 나타난다. 중간 빠르기(소스테누토)와 어두워진 조(E♭단조)를 따라 흐르는 멜로디는 첼로와 같은 음색으로 이야기한다((48)49-56(57)마디).


앙드레 지드는 자신의 '쇼팽에 관한 메모'에서 쇼팽 즉흥곡의 이상한 아름다움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했는데, 이 장르에서 특히 가장 중요한 한 가지 특징에 주목했다. 그는 바로 핵심을 지적하며 이렇게 썼다. '쇼팽의 예술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독특한 점은 그것이 다른 모든 것들과 가장 놀라우리만치 다르다는 점에서, 나는 바로 프레이즈를 방해하는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을 든다. 의식하지 못하고 감지할 수 없이 하나의 문제에서 다른 문제로 미끄러져 가며, 이는 수많은 그의 작품들에 유동적인 흐름의 모습을 부여한다.'[각주:1]



--- *



1842년에 작곡된 Op.51은 에스테르하지 백작부인에게 헌정되었다. 이 해는 쇼팽의 연인 조르주 상드의 노앙 별장에서 창작의 원숙기를 맞았던 때로서 쇼팽에게 있어서는 삶의 절정기였다. 그만큼 다채로운 표현력과 다양한 기법, 즉흥곡이라고 하기에 다소 복잡한 전개가 적용되어 있다. 이 역시 서주와 코다를 가진 세도막형식으로서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오른손과 왼손의 2성부의 대화와 잔잔한 선율의 아름다움이 발군인 트리오 부분의 대조가 인상적이다. 자주 연주되는 작품은 아니지만 쇼팽의 창작열과 원숙함이 압축되어 있는 명곡으로서, 화사하면서도 부드러운 서정 가운데에서도 우울함과 공허함과 같은 이질적인 감성들이 나지막한 어조로 그 존재감을 살포시 드러내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즉흥곡 - 쇼팽 (클래식 명곡 명연주)





처음 듣는 곡이다. 확실히 샤를은 댐퍼 페달을 많이 사용한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이 극대화되는 연주.





시작 부분 아쉬케나지의 저 살포시 사뿐한 느낌. 설렌단 말이죠. 봄날 노래하는 아지랑이같다.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아쉬케나지의 쇼팽이다.







 제4번 c#단조 ‘환상 즉흥곡’  No. 4 in c# minor “Fantaisie-Impromptu” 
          

환상즉흥곡


연대기적으로는 쇼팽의 즉흥곡 중 첫 번째 곡인 이 환상즉흥곡은 그가 출판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이는 의도적인 것은 아니지만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하게 보이는 Ignaz Moscheles의 즉흥곡 E♭장조와의 유사성 때문에 보류된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그 필사본 중 하나를 소유하게 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이 곡이 한 귀부인(데 남작부인)에게 팔렸으며, 이 사람이 단순히 자신만의 재산으로 간직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추측한다. 어떻게 해서든 c#단조 즉흥곡은 다른 미발표 곡들과 함께 쇼팽의 포트폴리오에 남아 있으며,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이 곡은 녹턴에서 자주 등장하는 형태의 반전과 같이 반복부 소품의 형태이다. 즉흥곡에서는 처음과 마지막 부분에서 움직임이 많아지는 반면, 중반부는 꿈을 꾸는 듯 잠잠한 부분이 나온다. 이러한 형태는 이미 슈베르트에서 낯익은 것이다. 쇼팽은 이를 가져와 자신의 마지막 즉흥곡 세 곡에 활용하여, 모든 도식주의로부터 완전히 동떨어진 방식으로 그 유형을 정착시켰다. 그러나 즉흥곡 1번에서는 일부 도식주의를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텍스처 영역에서 일부 혁신을 보여준다. 그는 오른손은 2박자, 왼손은 3박자로 하여 양손이 다른 박자로 연주하도록 했다. 따라서 알레그로 아지타토 빠르기가 지속되는 전반과 후반부는 거의 에튀드 같은 형태이다(5-12마디). 중반부는 녹턴의 느린 부분과 같은 특징의 음악이 나온다. 이어 모데라토 칸타빌레 빠르기로 전개되고, D♭장조의 멜로디가 소토 보체로 펼쳐지며, 이는 마치 미로를 빠져나올 길을 찾을 수 없는 듯 두세 차례 반복된다. 셋잇단음표로 연주되는 반주가 이와 만나거나 무심하게 피해간다(43-50마디). Huneker의 지적처럼 거장의 손에서 이는 매우 황홀할 수 있다.



--- *



1834년 24세의 쇼팽이 파리에서 작곡한 곡으로서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친구인 줄르 폰타나에게 헌정했다. 작곡가는 생전에 이 작품을 애지중지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생전에 출판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작곡가 사후 유작으로 출판되었고, 특유의 몽환적인 비애감과 격정적인 고양감으로 인해 이내 쇼팽의 작품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세도막형식으로 구성된 이 ‘환상-즉흥곡’은 비르투오시티넘치는 오른손의 16분음표의 향연과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왼손의 8분음표의 굽이침은 서로 다른 리듬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다이내믹을 증폭시키고, 여기에 우수에 찬 C샤프 단조 특유의 멜랑콜릭한 분위기가 더해져 열정의 수렴과 발산을 조울증적으로 반복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채색한다. 그리고 몽상적인 아름다움과 서정적인 유려함이 발군인 가운데 트리오 부분이 앞과 뒷부분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며 연속성을 부여하는 모습 또한 현실과 꿈을 오가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 음표과 감정의 숨 막히는 질주를 뒤로 한 채 마지막 코다는 순결하면서도 신비로운 뉘앙스를 주며 조용히 끝을 맺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즉흥곡 - 쇼팽 (클래식 명곡 명연주)


해설이 예술이다...





가장 유명한 곡이니 만큼 가장 익숙하다.


[감상 후]


감상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던 연주. 정말 아름다웠다.





알프레드 코르토. 






쇼팽 F. Chopin - 영웅 폴로네이즈 A♭장조, 작품번호 53 Heroic Polonaise in A♭Major opus 53 
 

영웅 폴로네이즈 A♭장조 Op. 53


노앙에서 작곡된 폴로네이즈 A♭장조는 감상을 위해서만 작곡된 것이다. 이 곡은 댄스 포엠의 형태와 특징을 갖고 있다. 폴로네이즈의 리듬과 활기, 그리고 특히 장엄함이 분명히 드러나고 있지만, 춤곡보다는 발라드(서사가)에 가깝다.


폴로네이즈의 시작을 알리는 도입부에는 열정 그리고 행동의 대담함 뿐 아니라 위엄과 단호함이 있다. 이 폴로네이즈의 주제(주요한 도입부 주제, 즉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 주제)에서는 강함, 끈질김, 위로 올라가는 열망을 듣게 된다. 쇼팽은 이를 포르테와 마에스토소로 연주하도록 한다. 강함은 옥타브와 저음부에 의해 전해지며, 끈질김은 도입부 프레이즈의 계속되는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위로 향하는 그 분투로 잠시 동안 거만하며 으스대는 주제는 건반 위로 그리고 충만한 절대적인 울림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보통은 한숨 돌리는 소수테누토조차도 그 긴장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내러티브의 추진을 거의 억누르지 못한다. 예상치 못한 E장조와 화음 7개를 포르트시모로 등장시키면서 쇼팽은 경이롭고, 거의 발라드와 같은 트리오의 세계, 즉 작품의 중심부로 우리를 이끈다. 저음부의 규칙적인 옥타브에 대해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굉장한 팡파레의 단순한 효과로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받게 된다. 클라이맥스와 그 전체 사운드가 지나고서야 서정적인 분위기가 잠시 나타난다. 그리고 나서 예상했던대로 폴로네이즈가 승리와 같은 코다의 왕관을 쓰고 그 자랑스럽고 영웅적인 풍부함으로 다시 등장한다.


Arthur Hedley는 폴로네이즈 A♭장조, Op. 53를 '찬사를 나열할 필요조차 없는 작품'이라고 했으며, Jachimecki는 '폴로네이즈 역사상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고 했다. Hugo Leichtentritt는 다음과 같은 말로 경탄을 표현했다. '재기발랄함, 탁월함, 힘과 열정의 측면에서 폴로네이즈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한 가장 즐거운 방식으로 이 대작에 표현되어 있다.'



--- *



최소한 열 다섯 곡에 달하는 폴로네이즈는 쇼팽이 평생토록 꾸준히 작곡했던 장르다. 최초의 폴로네이즈는 그가 여덟 살 무렵에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르샤바 근교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폴란드 농민들의 무곡에 깊이 동화했던 쇼팽은, 궁정 무도회에서 사용되었던 것과 같은 느긋하고 장엄한 무곡으로부터 진실로 위대한 숨결과 힘을 담아낼 수 있는 서사적이고 리드미컬한 시의 형식으로 폴로네이즈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1842년에 작곡된 Op.53은 [영웅 폴로네이즈]와 함께 쇼팽의 폴로네이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고난을 헤치고 점차 고양되는 흥분감과 이에 대한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해결, 종국에 이르러서는 승리에 대한 도취가 터져나오는 압도적인 작품이다. 절대적으로 자유로우며 격렬한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키지만, 한 편으로는 경건하고 장엄하며 단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작품은 피아니스트로 하여금 초인적인 비르투오시티와 창조적인 드라마를 요구하는 난곡으로도 유명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폴로네이즈 [Chopin, Polonaise] (클래식 명곡 명연주)



[감상 후]

음. 나는 샤를의 영웅 폴로네이즈를 들으며 역시 여성 영웅을 떠올렸다. 희한하게 여성적 특성이 묻어나는 영웅이었는데, 누굴까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쇼팽의 연인인 조르주 상드가 떠올랐지. 그러다 조르주 상드라기엔 너무 스케일이 커지는 거다. 3:16부터 시작되는 말타고 개선의 행진을 하는 모습 때문이었는데, 그때부턴 잔다르크가 연상되었다. 위의 영상보다 실제로 들으니 훨씬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느낌이었다. 부드러운 강인함이 화려하게 빛나던 연주. 




리시차를 듣고 싶어지는 곡이니까. 아, 역시 좋다. 조성진 님의 폴로네이즈가 세련되고 진지하고 강인한 젊은 남성 영웅이라면, 리시차의 영웅은 밝고 유쾌하며 거침없는... 남성도 떠오르고 여성도 떠오르는, 그런 영웅이다. 그러면서 섬세함도 있고. 쓰고 보니 리시차와 닮았어! 리시차 연주 듣고 싶어졌다.ㅠ


 


 
 
쇼팽 F. Chopin - 4개의 발라드 Four Ballades
 

독일의 라이프치히에 있던 슈만에게 언급한 바대로 프레데릭 쇼팽이 네 개의 발라드를 작곡하게 된 동기는 작곡가의 친구인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Adam Mickiewicz)의 문학적 상상력 덕분이다. 그는 리투아니아의 전설과 요정 설화 등등을 정치적 배경의 작품으로 바꾼 장본인이었다. 문학작품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를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로 다시 만들어냈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혁신적이고 모험적인 작업이었다.


1835년 쇼팽이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를 처음으로 작곡하여 발표한 이후 중세풍 환상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낭만주의 특유의 초월의지는 발라드 장르에 의해 폭발적인 생명력을 얻었다. 발라드가 표현하는 감성은 19세기 예술정신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잡기에 이른다. 이후 리스트, 브람스, 리아도프포레 등의 작곡가들이 그 전통을 이어받아 탐미적 예술성을 꽃피우지만, 쇼팽이 보여준 환상적이고 영웅적인 동시에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충만한 음악적 세계에는 미치지 못했다.

발라드는 본래 서정적인 샹송의 한 형태로서 초기에는 단선율로 불리웠다가 점점 폴리포니로 발전해나갔다. 12세기에는 대중적인 무곡 형식을 뜻했던 발라드는 각 절이 두 개의 악구를 가지며 그 뒤에 후렴구가 붙는 형식을 취했다. 13세기에 접어들며 발라드는 투르바두르들, 특히 음유시인 아당 드 라 알에 의해 유럽 각지에서 불리게 되었고 14세기에는 아르스 노바의 음악가들, 특히 42개의 발라드를 작곡한 기욤 드 마쇼와 같은 작곡가들에 의해 그 이름을 드높였다. 15세기에 접어들면서 작곡가 뒤파이와 뱅쇼아에 의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데, 음악에 붙여진 텍스트의 대부분은 귀부인을 향한 궁정풍의 사랑 노래였다.

이후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등지로 퍼진 발라드는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명맥을 이어왔고 독일의 ‘슈투름 운트 드랑(질풍노도)’ 시대에 활동했던 시인 쉴러나 괴테는 옛 전설에서 착상을 얻어 시를 만들어 붙였다. 슈베르트, 슈만, 브람스는 이들의 시를 바탕으로 피아노 반주가 딸린 독일 가곡으로 승화시켰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던 발라드는 19세기에 들어와 쇼팽에 의해 피아노를 위한 장르로 재탄생하며 그 영화로운 시대를 제창하게 된다.

1830년 크리스마스 이브, 쇼팽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친구인 얀 마투친스키(Jan Matuszynski)에게 절망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살롱에 들어서야만 하네. 하지만 방으로 돌아오면, 이내 피아노에 내 감정을 쏟아내곤 하지. 비엔나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내 피아노에게…. 이렇게 가까스로 나는 내 감정을 드러내곤 한다네.” 러시아의 압제에 대항하여 폴란드의 봉기가 일어났다는 소식이 오스트리아에까지 들려오자 쇼팽의 친구인 티투스 보이체초프스키(Titus Woyciechowski)는 폴란드 독립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비엔나를 떠났다. 이와는 달리 쇼팽은 예술적인 수단으로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작곡가 칼 뢰베(Karl Loewe)에 의해 가곡으로 불리워진 ‘에드워드(Edward)’처럼 쉽게 기억되고 감성적이며 대중적 스타일의 장르인 발라드를 선택한 것이다.

1831년 쇼팽은 파리로 이주하여 1836년 첫 번째 발라드를 출판했고, 리스트의 연인인 마리 다구(Marie d'Agoult) 백작 부인이 주최한 저녁 만찬에서 조르주 상드(Geroge Sand)를 소개받는다. 당시 그는 상드에게 매력을 느낀 바도 없었다. 이듬해까지 이 둘은 만나지도 않았다. 살롱 음악회의 연주자이자 스타로 숭배받았지만 자신의 명성에 대한 환상도 없었을 뿐더러 일종의 무대 공포증까지 있었던 쇼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슈만 앞에서 [발라드 1번]을 연주하여 천재의 작품임을 인정 받았다.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가 세상에 그 탄생을 알린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4개의 발라드 [F. Chopin, Ballade No. 1, 2, 3, 4] (클래식 명곡 명연주)


제1번 g단조, 작품번호 23  No. 1 in g minor opus 23 

제1번 g단조

쇼팽은 첫 번째 스케르초 발표 1년 후인 1836년 첫 번째 발라드를 발표했다. 그는 이 곡을 당시 친구였던 하노버왕국 대사 나다니엘 슈톡하우젠(Nathaniel Stockhausem) 남작에게 헌정했다. 남작과 그의 아내는 모두 쇼팽에게서 피아노 교습을 받았다.

슈만은 1836년 가을 자신의 친구인 하인리히 도른(Heinrich Dorn)에게 이렇게 알렸다. '쇼팽으로부터 발라드 한 곡을 받았네. 이 곡은 그의 천재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가장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작품인 것 같아. 나는 그에게ㅡ슈만은 쇼팽과 만난 다음 날 이 곡을 쓰고 있었다ㅡ그가 지금까지 쓴 곡들 중 내 마음에 가장 쏙 드는 곡이라고 이야기했다네. 오랜 침묵 후에 쇼팽은 이런 점을 강조하며 대답했어. "기쁘군. 나도 이 곡을 가장 좋아하거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품일세.".' 우리는 다시 한 번 수많은 수수께끼에 직면한다. 먼저, 슈만과 쇼팽이 이야기하던 발라드가 어떤 곡이었는가? 슈톡하우젠 남작에게 헌정한 1번 G단조인가? 2번 F장조도 그 당시에 이미 작곡되었으며, 쇼팽은 곧 이를 슈만에게 헌정할 것이었다. '로베르트 슈만에게'라는 이 작품은 1839년 마요르카에서야 최종 형태를 갖추었기 때문에 1840년이 되어서야 나왔다. 1836년 슈만은 라이프치히에서 그 초기 버전을 들었는데 이는 다른 곡이었다. 따라서 모든 점을 고려하면 쇼팽과 슈만이 모두 언급한 이 발라드는 G단조였다. 또한 당시 라이프치히에서 쇼팽은 분명히 슈만에게 자신의 발라드는 Adam Mickiewicz의 발라드에 영감을 받아 쓴 것이라고 했다. 슈만은 F장조 발라드 평에서 이에 대해 분명히 썼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Mickiewicz의 시로부터 처음 영감을 받은 때는 언제였을까? 그리고 그 영감을 얼마나 깊이 또는 광범위하게 이해해야 할까?

G단조 발라드는 스케르초 B단조와 운명을 같이했지만 이를 증명할 만한 것은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 곡이 1833년경 작곡되었고 그로부터 3년 후 출판되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 작품을 쇼팽이 빈에서 보낸 때와 연결시킨다. 추정되는 내용은 이 작품이 빈에서 스케치되고 파리에서 완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G단조 발라드의 분위기, 특징, 스타일이 E♭장조 론도, B♭장조 변주곡, Grand Duo Concertante보다는 B단조 스케르초와 초기 녹턴 및 에튀드들과 더 유사한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발라드는 쇼팽이 초기 파리 시절 동안 복귀했던 '뛰어난' 스타일과는 아무런 유사성이 없다. 이 곡에는 1829년 가을부터 1831년 가을 사이 쇼팽이 바르샤바-빈에서 지낸 기간 동안 추구한 순수한 로맨티시즘이 나타난다. 이는 쇼팽의 질풍노도 시기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쇼팽이 음악을 통해 엄청난 긴급함과 폭력성을 보이며 무엇이 독창적이고 독특하며 뛰어난 것인지를 말하면서, 현실 경험과 트라우마, 감상적인 기억과 꿈, 낭만적인 관념과 상상의 세계와 같은 자신의 내적 세계를 자발적으로 제한 없이 표현한 것은 바로 이 2년 간이었다. 그 시기가 지난 후에는 그는 애국적이거나 친밀한 감정 외에는 인생에서 그러한 경험과 트라우마를 겪지 않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중부 유럽 문화에서 이 발라드의 등장은 질풍노도의 낭만주의 운동과 연결짓는 경우가 많았다. 좀 더 정확하게는 그 운동의 이론가인 헤르더(Herder), 새로운 종류의 발라드로 그 유명한 '레오노래'를 선보인 작가 Gottfried August Burger, 그리고 쉴러와 괴테, 발라드와 서정소곡의 저자들과 같은 인물들, 또 괴테의 '마왕'에서 전자에 이르기까지와 연결짓는 것이었다. 1822년 발라드와 서정소곡들을 발표한 Adam Mickiewicz가 바로 여기에 속했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발라드는 서사작품으로, 고전주의의 최고 시가에서는 거부되었던, 대중의 상상에 영감을 받은 초월적이고 설명이 불가하며 미스터리하고 환상적이며 비이성적인 사건들이 전면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낭만주의에서 발라드는 '계획에 따른(programatic)'장르가 되었다. 바로 현실과 초현실이 만나는 곳이었다. Mickiewicz는 스스로 이렇게 정의했다. '발라드는 매일의(즉, 현실의) 삶의 사건들로부터 또는 의협심이 강한 기사 이야기로부터 나왔으며, 낭만주의 세계의 이상함에 힘입어 멜랑콜리한 톤에 진지한 스타일로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소설이다.' 그리고 쇼팽이 자신의 첫 번째 피아노 발라드를 쓰면서 이렇게 매우 낭만주의적인 장르의 그러한 시각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가 만들어낸 것은 한때 일어난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서사작품이었으며, '이상함에 힘입었고', '멜랑콜리한 톤'이 퍼져있고 진지한 방식으로 표현되었으며, 자연스럽게 표현되었고, 공들인 아리아보다는 도구적인 노래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 곡의 제일 첫음부터 우리는 발라드적 분위기에 휩싸인다. 우리는 이 음악이 정말로 우리에게 무언가 비범하고 이상한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도입부 레치타티보를 마무리하는 불협화음정 e♭은 행복하지 않은 결말의 전조가 된다. (흥미롭게도 독일판에서는 이 음이 협화음정인 d로 바뀌었다.) 동시에 우리는 이를 외국이 아닌 국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이야기일 것임을 감지한다. 도입부 마디의 루바토는 명상에서 깨어나는 것, 기억으로부터 무언가를 끄집어 내는 것 같다.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매우 아름다운 멜로디로, 멜랑콜리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규칙적으로 높낮이가 있는 6/4박자로 움직이면서 지속되다가(발라드 톤과 뗄 수 없는 구성요소) 천천히 이어진다. 새로운 주제(또는 모티프)가 등장하고, 마치 지나간 것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상황은 극적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발라드 음악에서 필연적으로 뒤따라야 할 것이 뒤따른다. 즉 이 세계, 아니 어쩌면 또 다른 세계로부터 특별한 주제가 등장하는 것이다(E♭장조). 처음에는 모호하다... 꿈 같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 주제에도 역시 발전, 그늘, 뗼 수 없는 보완부가 있다.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소나타 알레그로처럼 펼쳐진다. 설명에 이어 발전부가 뒤따르는데 여기에는 다른 음조로 바뀐 두 주제가 완전히 변화하며 새로운 주제와 함께 에피소드가 전면에 등장한다. 그런 다음 반복부가 이어져 이 두 주제의 순서를 바꾸어 적절한 조성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역동적이고 반짝이는 코다로 등장한다.

그러나 G단조 발라드를 이런 식으로 설명하게 되면 우리는 그 발라드의 정수를 완전히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 플롯은 정적인 형태의 법칙이 아닌 서사 드라마의 법칙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우리 눈앞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이야기 속에 말려들지만, 이는 지나간 사건들의 먼 세계 속으로 한 순간을 취소할 뿐이다. 우리는 비극적인 상황이 되어가는 비범한 사건들의 목격자이며, 변화(심지어 변형까지도)의 목격자이다. 예를 들면, 모호한 주제가 힘이나 전능함을 발하는 형태로 등장하거나 중심 주제가 황홀경의 순간, 즉 아파시오나토에 이를 때 말이다.

'계획에 따른' 생각을 위한 부드러운 지점을 가진 그러한 해석자들이 이 발라드 이야기의 미스터리함에 심하게 평가되어 왔음은 자명하다. 발라드 네 곡 모두에 대해서 이에 대한 여러 해결책을 찾고 시도해왔다. 그러나 모두 무용지물이거나 적어도 눈에 띄는 결과는 없었다. Mickiewicz의 발라드 중 어떠한 곡도 의심스러운 절차를 막으며 소팽의 발라드와 성공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G단조 발라드를 Mickiewicz가 '콘라트 발렌로트(Konrad Wallenrod)'에서 이야기한 낭만적-영웅적인 이야기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들 역시 무의미하며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쇼팽 음악의 언어는 소위 산술이 아니라 대수학의 언어다. 그 언어는 그 아래에 어떠한 구체적인 가치도 토대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는 세부적인 것과 일화에 얽히지 않은, 순수한 감정과 분위기, 경험과 열정의 영역에 살고 있다.


--- *


슈톡하우젠 남작에게 헌정된 [발라드 1번]은 1835년에 완성되었으며 미츠키에비치의 시 ‘콘라드 월렌로드’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했다. 시의 내용을 보면, 술에 취한 월렌로드는 폴란드인 친구가 스페인의 압제에 맞선 무어인의 저항을 칭송하는 것에 충격을 받는다. 월렌로드 역시 재앙을 몰고와 적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어둠과 밝음이 교차하며 서로 투쟁을 벌인 뒤 장엄한 결말을 맞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듯한 이 작품은 음악평론가 제임스 후네커(James Huneker)로부터 “쇼팽 영혼의 오딧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작품은 장중한 서주에 이어 애조 띈 1주제와 화려한 2주제가 펼쳐지며 점점 우울하고 불길함을 더하는 한편 영웅적이며 화려하지만 비극적인 클라이막스로 치달아간다. 장대한 서사적 영혼이 몰락하는 듯한 격렬한 코다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자극적인 흥분과 도취적인 고양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쇼팽의 모든 작품을 통틀어 찾아보기 힘들다. 20세기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평생토록 이 작품의 악마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이미지를 스펙타클하게 이끌어낸 최고의 연주자로 뭇 피아니스트들의 존경을 받아왔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4개의 발라드 [F. Chopin, Ballade No. 1, 2, 3, 4] (클래식 명곡 명연주)


이 곡은 샤를 버전 영상이 없네.





조성진 님은 어떻게... 이렇게 연주를 하지? 땅거미 내리는 깊은 숲속으로 홀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악마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이미지를 스펙타클하게 이끌어낸 최고의 연주자"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감상 후]


아... 이렇게 영상으로 들어서는 전혀 떠오르지 않네.ㅠ 공연장에서 샤를이 이 곡을 연주했을 때 굉장했다. 어마어마한 장면들이 떠올라서 깜짝 놀랐더랬는데. 이 작품이 맞았던 것 같은데. '아끼는 인간에게 그 인간의 파멸을 말해야 하는 운명의 슬픔과 비극'이 떠올랐는데. 운명은 의인화시킨 '운명' 그 자체다. 영상으로는 전혀 그런 것이 떠오르지 않아 그 상상의 복기가 불가하다.ㅠ 






 제2번 F장조, 작품번호 38  No. 2 in F Major opus 38
 

제2번 F장조


1840년 10월 슈만은 일기에 이렇게 썼다. '쇼팽의 새 발라드가 나왔다.' 그는 이렇게 이어갔다. '그 곡은 내게 헌정된 것이다. 어떤 통치자로부터 의뢰를 받은 것보다도 훨씬 기쁘다.' 그는 즉시 'Neue Zeitschrift fur Musik'지에 이전에 쇼팽이 4년간 라이프치히에 체류했던 것을 언급하며 평을 실었다. '나는 쇼팽이 이곳에서 그 발라드를 연주했던 때를 매우 잘 기억하고 있는데 그 곡은 F장조로 끝났다. 이 곡은 A단조로 끝난다. 뒷부분에 열정적인 에피소드가 삽입된 듯하다.'[각주:2]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이 설명은 너무 상세해서 슈만의 기억이 잘못되었다고 추측할 수는 없다. 이 곡의 초기 버전, 즉 쇼팽이 슈만과의 기억에 남는 두 번째 만남 동안 슈만과 지인들에게 보여준 버전이 존재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은 많다. 게다가 우리는 쇼팽이 마요르카에서 F장조 발라드에 매진하고 있었음을 확실히 알고 있다. 1839년 1월, 파리에서 플레이엘 피아노가 도착했을 떄 그는 홀리안 폰타나(Julian Fontana)에게 이렇게 알렸다. '곧 프렐류드와 발라드 곡을 받게 될 걸세.' 그리고 며칠 후 그 프렐류드 곡 필사본을 보내면서 이렇게 썼다. '몇 주 있으면 발라드, 폴로네즈[A♭장조와 C단조], 스케르초 곡도 받게 될 걸세.' 따라서 이 발라드 곡의 최종 형태는 마요르카에서 구상되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의 시칠리아니 음악을 악마스러운 프레스토 콘 푸오코, 즉 슈만이 '열정적인 에피소드'라고 한 그 음악과 대비시키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바로 경이로운 야생의 자연에 둘러싸인 버려진 그 수도원의 분위기에서였다.


슈만이 라이프치히에서 쇼팽을 만나고 그의 발라드 곡을 들은 것은 그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음에 틀림없다. 그는 쇼팽과의 대화 그리고 그가 쇼팽에게서 직접 들은 그 곡의 원천 및 영감에 대한 정보를 이렇게 적었다. '당시 쇼팽 역시 Mickiewicz의 시들을 보고 자신의 발라드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쇼팽의 발라드 음색의 기원, 그리고 그의 발라드 내레이션의 특징에는 Mickiewicz가 있다. 이는 슈만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쇼팽으로부터 직접 들은 것이었다. 그러나 F장조 바랄드가 'Switez'와 'Switezianka' 모두와 연결되어 왔음에도, Mickiewicz의 발라드 중 어떠한 곡도 의심스러운 절차를 막으며 쇼팽의 발라드와 성공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이는 매우 흥미롭다. Mickiewicz의 동료들과 그의 가족 및 지인들이 그가 시를 즉흥적으로 써내려간 방식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예를 들면 그는 Maria Szymanowska의 살롱에서 그렇게 했다. 이 피아니스트는 'Laura i Filon-로라와 필로(Laura and Philo)-'와 같이 그가 좋아하는 멜로디를 연주함으로써 그에게 시의 무아지경을 선사했다. 'Już miesiąc zeszedł, psy się uśpiły, / I coś tam klaszcze za borem-달이 떠올랐고 개들은 잠들어버렸네 / 그리고 저기 숲 옆에 무언가가 지저귀고 있네'. "Świtezianka'에 동일한 리듬이 나온다. 'Jakiż to chłopiec piękny i młody / Jaka to obok dziewica-매우 잘생긴 젊은이가 달빛 아래 서 있네 / 그 옆에 어여쁜 아가씨가 함께 있네-'. 로라와 필로에 관한 이 노래는 6/8박자의 로맨스-발라드로 쓰여졌고, Mickiewicz의 'Świtezianka'는 Maria Szymanowska에게 동일한 박자를 제안했다. 그리고 쇼팽의 발라드 네 곡 모두 6/8박자로 이루어져 있다(발라드 1번은 사실 6/4로 진행되지만, 이는 표기의 차이지 실질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다).


이 발라드의 내레이션은 F장조의 목가적인 주제로 시작하여 아름다운 가락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잠시 후 단조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는 나란한 조인 D단조가 아니라 이 맥락에서는 '외래적(foreign)'이고 '이상한' A단조이다. 그리고 여기까지 발라드의 내레이션은 그 두 조성 사이를 계속 오가는데, 이는 두 개의 다른 색조의 세계로부터 온 듯하다. 발라드의 대주제 프레스토 콘 푸오코가 폭발하며 목적인 분위기가 산산조각나는 것은 A단조에서이다. 이 작품의 두 주요 주제간 뒤얽힘, 아니 그보다는 충돌이 이 발라드의 전개 방향을 결정한다. 그러나 목가적인 시칠리아나 주제는 볼품없어지는데, 즉 '변형된다'. 바로 쇼팽 발라드의 특징적인 절차다. 매우 예상치 못하게 이는 강도와 힘이 커진다. 결국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역주: 특히 극이나 소설에서 가망 없어 보이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동원되는 힘이나 사건)가 근본적인 힘, 즉 새로운 힘, 새로운 주제... 최종적인 주제와 함께 시작된다. 그러나 이 곡을 마무리짓는 것은 그 주제가 아니다. 가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 격렬한 부분이 약해진 후, 시칠리아나 모티프가 피아니시모로, 마치 다른 세상에서 온 것처럼 멀리서 들리는 메아리와 같이 들린다. 그리고 슈만이 쓴 것처럼 도입부 주제의 이 공명은 원조(F장조)가 아니라 두 번째 '외래적' 조인 A단조로 나온다. 이로 인해 음악학자들은 그의 시간과 스타일의 원칙들에서 벗어나는 것이 힘들었다. 쇼팽이 이런 식으로 작품을 쓴 것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었음에도 말이다. B♭단조 스케르초는 이미 D♭장조로 끝났고, 몇 년 뒤에는 F단조 환상곡이 A♭장조로 끝났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여기서 내러티브의 '유예(suspension)' 즉 고의로 이야기를 끝까지 하지 않는 것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쇼팽 발라드의 주요 원칙 중 하나에 따라 F장조/A단조 발라드라는 2조 성질은 두 가지 발라드 세상, 즉 현실과 초현실의 공존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다소 이상하거나 부적절할 수 있겠지만 한 때 누군가는 F장조 발라드에 대해 마요르카에서 작곡, 아니 그보다 완성되었다고 하는것이 좋다고 보기도 했다. 그 사람은 Manuel de Falla로, 쇼팽에게 헌정한 짧은 합창 칸타타 'Bakkada de mallorca'에서 쇼팽 발라드에 카탈로니아어 가사를 붙여 사용했다. 그 칸타타는 팔마와 발데모사에서 열리는 마요르카 쇼팽 패스티발의 주제가가 되었다.



--- *



1836년에 작곡하여 1838년에 개정이 이루어진 발라드 2번은 [크라이슬레리아나]를 자신에게 헌정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슈만에게 헌정했다. 이 작품은 미츠키에비치의 ‘윌리스의 호수’라는 시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러시아의 약탈에 황폐화된 폴란드의 어느 도시를 연상시키는 호수가 배경이다. 러시아의 압제에서 벗어나고자 도시의 젊은 여인들이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하자 잔잔한 호숫가를 둘러싼 독을 품은 꽃들로 변해버리는 불가사의한 사건을 묘사한 내용이다. 이 작품 역시 섬세한 F장조와 보다 우울한 A단조가 전투적으로 대립을 벌이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안단티노를 거친 뒤 갑자기 파도가 밀려오듯 전율적이고 분노에 찬 악절이 펼쳐지며 이내 발작적인 엑스타시를 터뜨리는 프레스토에 이른다. 한 작품에서 두 개의 상반된 자아가 등장하여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형식은 슈만의 오이제비우스와 플로레스탄과 많이 다르지 않은 듯이 보인다. 이렇게 쇼팽, 슈만과 같은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소나타 형식을 벗어나 표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형식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형식은 휴머니티에 대한 진정한 반영으로 평가받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4개의 발라드 [F. Chopin, Ballade No. 1, 2, 3, 4] (클래식 명곡 명연주)





[감상 후]


프로그램 노트에서 '목가적'이라 표현한 도입부분에서 나는 '기도하는 아가씨'를 떠올렸다. 당연히 네이버 지식백과를 읽은 영향이다. 차분하고 규칙적으로 시작하는 박자는 안정적인 음을 내고 있었고, 그래서 교회에서 기도하는 아가씨를 떠올렸다. 그런데 난 데 없이 잔뜩 불길한 음들이 몰아친다(2:14). 노트에서 '외래적'이라 표현한 부분이다. 기도하다 잠든 혹은 명상에 빠진 아가씨에게 몹시 불길한 꿈 또는 환상이 떠오른 장면이었는데, 화들짝 정신이 든 아가씨는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는 마음으로 다시 기도를 하고는(3:09) 조심히 마을로 향한다. 마을로 다가갈수록 점점 불안해지는 마음과 신을 향한 믿음이 교차한다. 그러다 5:21이 되자 그녀의 눈에 나타난 그녀의 마을은 온통 불길에 휩싸여 있다. 정신없이 자신의 집과 사랑하는 이를 찾아다니는 그녀 앞에 6:38 죽은 연인의 시체가 보이고, 이윽고 코마 상태처럼 모든 정신과 마음을 잃은 그녀의 눈이 진공의 허무 속으로 꺼져간다.


곡이 끝나고, 원래 읽은 내용은 '호숫가 근처를 독을 품은 꽃이 가득 둘러싸는 것'이었음이 떠올랐고 나는 망연자실했다. 왜 난 저런 상상을 본 거야?


대단한 연주였다. 연주 동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어.






제3번 A♭장조, 작품번호 47  No. 3 in A♭Major opus 47
 

제3번 A♭장조


쇼팽은 1841년 여름 동안 A♭장조 발라드를 썼다. 이는 그의 앞선 두 발라드 작품들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어둡고 사악하고 강력한 단게적 변화 부분이 있었지만, 밝은 울림, 심지어 반짝임으로 가득찬 색채에 의해 지배된다. 그러나 이 역시 발라드 곡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서사 내레이션의 톤은 첫 번째 주제를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도입부에서 느껴지며, 이는 앞으로 벌어질 일의 전조가 되는 다소 방해되는 보충구와 결합한다. 두 번째 주제는 그 반짝임을 내러티브로 가지고 온다.을 추고, 요염하며, 리드믹하게 의도적이고, 지속적으로 당김음을 사용하고 있다.


이 곡에는 세 번째로 덧붙여진 주제도 등장한다. 이 주제는 등장하여 그 매력을 사방으로 퍼뜨린 후 사라진다. 그 과정에서 패시지와 피오리투라(fioriture)를 통해 이 주제는 마지막 부분에서 잠시 다시 나온다. 이 발라드 곡의 모든 사건들이 첫 번째 두 주제, 즉 아름다운 선율의 주제와 반짝이는 주제 사이에서 연주된다. 이들은 활짝 음향으로 피어났다가 서로 빠져나가고 얽히며 함께 만나고 헤어진다. 황홀경의 순간 이들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된다.


쇼팽 전문가 Arthur Hedley는 A♭장조 발라드의 전개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A♭장조 발라드가 해주는 유일한 이야기는 도입부 주제가 어떻게 그 최종 형태로 변형되는가이다.' 그러나 그 설명은 분명히 반농담이다. 어지러울 정도로 사건을 펼쳐놓는 A♭장조 발라드 음악에서 구분되는 모티프, 특징, 분위기를 파악하고 찾아내려는 시도가 이루어져왔다. 여기에 영감을 주었을 만한 원천 두 가지가 추측되어 왔는데 흥미로게도 이들은 공통의, 상당히 낭만주의적인 분모로 압축될 수 있다. 슈만은 이 발라드 곡에서 발산되는 바로 그 '시의 숨결'에 사로잡혔다. Niecks는 이 곡에서 '흥분의 떨림'을 들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암시와 설득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으며, 영광과 애정은 이보다 더 유혹적일 수 없다'. Jan Kleczyński는 (두 번째가 아니라) 이 세 번째 발라드가 'Adam Mickiewicz의 이야기, Undine에 영감을 받은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각주:3] 그 열정적인 주제는 'Rusalka'라는 곡의 정신에 있다. 결말은 분명히 그 운명이 정해진 젊은이가 최후의 심연으로 빠지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Zygmunt Noskowski는 다른 원천을 들고 있다. 그는 1902년에 이렇게 썼다. '쇼팽의 지인과 동시대인들은 A♭장조 발라드가 하이네(Heine)의 '로렐라이(Lorelei)' 이야기를 나타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력이 넘치고 매혹적이며 요염한, 규칙적인 단계로 이루어진 그 놀라운 멜로디에 온 신경을 집중해 들어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추측이다. 그것은 분명히 라인강둑 위에서 부주의한 뱃사람, 그러니까 여자의 유혹적인 노랫소리에 넋을 빼앗긴 채 위험한 강물 속으로 사라지는 뱃사람을 기다리며 누워있는 고혹적인 여자의 노래다.' Noskowski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이처럼 어느 지점에서 두 가지 추측은 맥을 같이 한다. 두 추측은 전형적으로 서로 유사하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추측일 뿐이다. 그리고 쇼팽은 자신의 이름 철자 I 위에 점 찍는 것을 싫어한 것처럼, 소위 계획에 따른 음악 사조를 피했다. 그리고 조르쥬 상드(George Sand)의 따뜻한 지붕 아래에서 작곡된 대작 중 하나인 A♭장조 발라드를 들으면, 이는 다소 염두에 둘 가치가 있다.



--- *



1841년에 작곡한 3번은 미츠키에비치의 ‘물의 요정’을 음악으로 변용한 작품으로서 쇼팽의 발라드 가운데 그나마 밝은 작품이다. 젊은 여인은 남자들의 진심을 믿지 못하여 물의 요정으로 모습을 바꾼다. 그녀는 젊은 남자를 유혹하여 알 수 없는 환상을 쫓다가 파멸하도록 이끈다. 평론가 후네커는 최면적이면서도 휘몰아치는 격정이 펼쳐지는 이 곡을 일컬어 “귀족적이고 명랑하며 우아한 동시에 자극적인 아이러니컬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4개의 발라드 [F. Chopin, Ballade No. 1, 2, 3, 4] (클래식 명곡 명연주)











제4번 f단조, 작품번호 52  No. 4 in f minor opus 52  
     

제4번 f단조


쇼팽은 1842년의 여름 초반을 그의 발라드 네 곡 중 마지막 곡이자 앞선 두 곡들과는 다른 F단조 발라드를 작업하며 보냈다. F장조처럼 성급하지도, A♭장조처럼 기운이 넘치지도 않지만, 이 새 발라드곡의 독특함은 G단조 발라드와 유사하다. 피아노에 적합한 시의 특징과 함께 매우 현란하고, 처음에 분위기를 설정하며,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드라마, 전체적인 발라드 색조 등의 면에서 유사하다. 다른 점은 피아노의 질감을 통해 그리고 음악적 내러티브를 구분짓는 표현이다. 그 질감은 두꺼워진다. F단조 발라드는 변주와 다성음악이라는 두 가지 기술이 결합된 패턴으로 엮인다. 내레이션은 이전 발라드 곡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서정적인 표현과 반영이 특징이다. 이는 G단조 발라드만큼 부드럽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이 곡의 서정적 내레이터는 약해지고 망설이며 정지하고 앞으로 나갈 길을 찾으며, 약간 다른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듯하다. 그는 자신의 생각에 다른 톤의 조명을 전한다. 그리고 나서, '처음에는 낮고 불확실한 목소리로',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경험과 마음 상태인 듯한 것을 다루는 이 곡의 주요 주제가 다양한 모습과 특징으로 계속해서 나타나며 변형되고 더 생기있어지고 소심함은 없어지면서 강한 사운드로 고조된다. 마지막으로 황홀경이 가득 찬 소리로 그 자신을 잃으면서 피크에 도달한다.


이 내러티브는 곧바른 길로 우리를 이끌지 않는다. 플롯은 얽히고 되돌아오며 멈춘다. 오디세우스의 이야기에서처럼 미스터리하고 기이하며 환상적인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그 후 갑작스럽게 중단된다. 이는 피아노의 카덴차에서 표현된 매력적인 현상에 대한 생각을 위한 문학적 휴지이며, 그 후 어려움이 없지는 않지만 내러티브가 모방을 통해 돌아와 부서졌던 가닥을 늘려간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는 두 번째 주제, 다시 말하면 이 발라드 이야기에서 그에 상응하는 것, 즉 두 번째 인물의 이미지를 듣게 된다. 이는 (B♭ 장조로) 피아노에 돌체로, 그리고 매우 부드럽고 온화하게 목가적인 시칠리아나 리듬으로 들려온다. 


그 부분은 발전되고 활짝 피어나 황홀경의 정점에 달할 것이다. 내레이션의 클라이맥스 지점에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적합한 말을 찾기가 불가능하다. 화성의 구성음에 푹 빠진 흔들리는 패시지와 화음들을 통해 표현된 열정과 감정의 이러한 폭발은 비할 데가 없다. 여기서 쇼팽은 그 자신조차도 초월한 듯하다. 이는 강조나 비통함은 드러내지 않은 채 궁극적인 힘에 대한 표현이다.


F단조 발라드의 반응을 보면 기쁨과 경탄을 불러일으켜왔다. 이 곡은 발라드 장르에서 최고의 성취로 인정받아왔다. 지나치게 세세한 것에 얽매이는 분석가들은 '소나타 형식의 대가다운 변형(G. Abraham)'이라거나 '발전부가 없는 소나타 알레그로(V. Protopopov)'라고 깎아내렸지만, 이 발라드의 놀라운 내러티브를 자세히 들은 이들, 그 음악에 완전히 빠져든 사람들은 모두 그런 식으로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를 들면 james Huneket에게 이 곡은 열정적인 서정주의에 명상과 반성의 분위기를 결합한 발라드이다. Iwaszkiewicz는 F단조 발라드의 미스터리하고 수수께끼 같은 특징을 불가해하고 함축적인 Caspar David Friedrich의 캔버스에 비교했으며, 그 메시지가 음악 그 자체의 완벽함을 초월하여 우리를 또 다른 차원, 또 다른 영역으로 데려가 준다고 느꼈다.


이 곡을 골똘히 들어본 사람은 누구에게나 독창적이든 문학에서 빌려온 것이든 어떠한 일화의 가능성도없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예를 들어 뛰어난 피아니스트 Alfred Cortot가 F단조 발라드의 내러티브를 Adam Mickiewicz의 세 형제에 관한 발라드(Trzech Budrysow)에 '맞추려고' 한 시도는 완전히 비웃음을 살 만하고 확연히 부적절한 것으로 치부될 뿐이다. 이 발라드의 음악은 어떠한 것도 모방하고 있지 않으며 어떠한 것도 그려내고 있지 않다. 이 곡은 경험된 세계를 표현하며, 가능하고 이상적이며 상상된 세상을 나타내고 있다.


ㅡ출처: Thr Fryderyh Chopin Institute 저자: Mieczystaw Tomaszewsk(폴란드 음악학자, 편집자, 크라코프 음악원 교수)



--- *



본질적으로 슬라브적인 기질을 머금고 있는 4번은 로쉴드 남작부인에게 헌정한 곡으로서 1842년에 완성했다.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든 발라드 작품 가운데 정점을 이루는 작품이다. 풍부하고 자유로우며 창조적일 뿐만 아니라 자아 성찰적 성격 또한 가지고 있다. 이 곡은 아버지가 담비를 잡으라고 내보낸 형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미츠키에비치의 ‘버드리의 세 형제’라는 시를 바탕으로 한다. 자식들이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는 형제가 전쟁에 휘말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형제들이 약탈당한 불모의 땅으로부터 신부를 데리고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역시 평론가 후네커로부터 “불가항력적인 마법을 지녔다”고 평가받은 이 곡은 느리고 평화로우며 속삭이는 듯한 왈츠 리듬으로 시작한다. 점차 스케일이 확장되면서 대위법적 발전부에 의해 불안감이 증폭된다. 쇼팽 피아노 음악의 진정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이 정교하며 극적인 발라드는 바르카롤(barcaroll) 풍의 휴지부를 뒤로 하고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격정적인 테크닉과 온몸을 불사르는 듯한 뜨거운 열기가 휘몰아치는 코다를 펼쳐내며 클라이막스의 절정을 향해 질주한다.

루빈스타인의 전곡 연주(RCA)는 가장 폴란드적이면서 낭만적인 쇼팽의 모습을 제시한다. 테크닉 효과보다 작품의 정서를 꼼꼼하게 살려내는 모습은 후대의 귀감으로 남아있다. 침메르만(DG)은 현대적 분석력과 탐미적 세련미를 바탕으로 곡의 의미를 새롭게 변화시켰다. 낭만주의 피아니즘의 모든 것을 계승한 페라이어(SONY)는 자연스러운 선율미와 음향효과가 압도적이다. 키신의 연주(RCA)는 쇼팽 발라드 전곡 음반들 가운데 가장 주관적인 동시에 가장 극적인 효과를 증폭시킨 연주다. 어두운 색채감과 흡인력 강한 카리스마는 단연 월등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쇼팽, 4개의 발라드 [F. Chopin, Ballade No. 1, 2, 3, 4] (클래식 명곡 명연주)










나로 말하자면 발라드 2번을 들은 후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3번과 4번도 몹시 좋았으나 무엇을 떠올릴 에너지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쇼팽 곡으로만 채워진 리사이틀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샤를 리샤르-아믈랭이 마련한 이 쇼팽곡 리사이틀이 몹시 특별하게 와닿았다. 그동안 음반으로만 듣던 쇼팽곡들을 이렇게 공연 연주로 충만하게 들으니 쇼팽의 세계에 흠뻑 빠져드는 것 같았다. 정말 멋진 시간이었다. 부드럽고 정중하고 조심스레 세심한 연주는 파멸을 이야기하는 순간에도 따뜻해서, 마치 다정한 누군가의 손을 잡고 비극의 지옥을 통과한 기분이 들었다. 에너지 소모는 몹시 컸으나, 이렇게 상냥한 연주를 해준 샤를 리샤르-아믈랭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앵콜곡 1] Bach-Kempff - Largo from Harpsichord Concerto No. 5 in f minor BWV 1056





쇼팽이 보여주는 비극에 온통 찢긴 마음을 차분히 위로해 주는 것 같던 연주. 정말 많이 울었다. 후기를 쓰는 지금도 공연 때의 감정이 떠올라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끝까지 한 번 더 토닥. 샤를의 슈만은 정말 좋았다. 슈만과 잘 어울렸고.

좋은 연주 잘 들었습니다.




  1. André Gide, Notes on Chopin, tr. Bernand Frechtman (New York, 1949), 41. [본문으로]
  2. Excerpts from review translated in Robert Schumann, On Music and Musicians, tr. Pasul Rosenfeld, ed. Konrad Wolf (London, 1947), 143 [본문으로]
  3. Jean Kleczynski [Jan Kleczyński], Chopin's Greater Works, tr. Natalie janotha (London, N. D.), 68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