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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t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Sleeping Beauty by 국립발레단 KNB

by Vanodif 2017. 3. 26.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작년 공연 후기 : http://vanodif.tistory.com/953






작년에 이 작품을 보고 카라보스에 반해 버려서, 올해도 카라보스를 잔뜩 기대했다.

그런데 내 스케줄이 아무리 애써도 되지 않아서... ㅜㅠ

원래 금, 토 2시, 토7시, 일 이렇게 네 공연을 예매했으나 도저히 안 되어서

결국 토2시 공연은 취소해야 했다.

이재우 카라보스. 1년을 기다리... 는 아니고 장장 4개월을 기다렸는데. 속상했다.

내년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칫... 강동아트센터에서 공연은 안 하시나... ㅡ는 하기 힘드실지도, 오케스트라가 없으면.


감동이나 욕심 같아선 최대한 자세히 쓰고 싶지만

너무 피곤해서 최대한 간략하게, 기억저장식으로만.



 



<3월 24일 금요일 오후 7시 반 공연>


오로라공주: 김지영

데지레왕자: 이재우

라일락요정: 한나래

카라보스: 김기완



금요일 공연은 불만이 아주아주 많았다. 지금껏 국립발레단의 고전/낭만 발레 공연 중 이렇게 실망이 큰 적은 처음이어서, 일행과 함께 당황했을 정도였다. 일단 주연부터 조연까지 거의 모든 무용수분들의 상태가 안 좋았는데, 일행은 '직전에 단장님께 단체 기합이라도 받았나?' 라 말했을 정도였다. 점프 실수하시고, 무엇보다 김지영 님 로즈 아다지오, 아...! 


나로 말하자면, 다른 분들 실수야 그렇다 쳐도 김지영 님 실수는 믿을 수가 없었다. 한 공연에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그리고는 내내 불안했던 동작들. 그래서 뭔가가 잘못되었다, 싶었다. 한두 분이 이상했으면 무용수 개인의 문제였다 싶었겠지만, 전체가 다 무너지는 걸 보며 문제의 다른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


일단 첫 번째 원인은 관객 매너였다. 짜도짜도 박수가 그렇게 짤 수는 없는 거였다. 물론 무용수분들 전체의 상태가 엉망이었기에 박수칠 맛이 안 났다. 그렇다 해도 관객에게는 좋은 공연을 보기 위해서 무용수분들을 격려해야 할 의무가 있다. 좀 더 박수를 열심히 쳐서 맘껏 응원해 드렸더라면 좀 더 힘내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


그런데 말이다. 아무리 봐도 동작들이 너무 이상해. 팔다리를 뻗다 말고 점프를 하다 말고 회전을 돌다 말고... 그리고 모두 너무 뭐가 급해급해.;;; 로즈 아다지오에서 네 왕자분들이 김지영 님 손을 탁, 하고 옮겨 버렸을 땐 어이가 없었더랬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음악이 너무 빨랐다!!!


그러니까 금요일 공연에서 오케스트라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했던 거였다. 소리를 키웠다 줄였다, 발레 동작에 상관 없이 음악 홀로 제 속도를 즐기며 그렇게. 이 무슨 로즈 아다지오에서 그렇게 사정 없이 달리는 음악이랍니까. 그러면 오케스트라가 왜 있어요, 발레 공연에. 로즈 아다지오는 고도의 집중이 요구되는 극도로 어려운 장면이다. 그 장면을, 어지간한 발레리나들은 팔을 덜덜덜덜 떨면서 손을 떼지도 못하는데, 그럴 때 박자를 좀 유연하게 조절하면서 무용수분들을 도와주는 것이 오케스트라의 너무나 중요한 역할이 아닌가? 근데... 그 어려운 부분에서 그냥 달려 버리니, 마음 급한 왕자님들은 급히 손을 옮기게 되고, 김지영 님의 집중이 흐트러지게 되었겠지. 그나마 김지영 님이시니 쓰러지지 않고 팔을 잡는 것으로 끝났지, 그렇게 급한 마음이라면 어지간한 무용수였다면 난리도 아니었을 듯.


카라보스의 점프 실수도 음악 속도로 인한 부작용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다른 무용수분들이 회전을 하다 만 것도, 점프를 뛰다 만 것도. 다들 빨리감기라도 한 것 마냥 바삐바삐 부산스레 움직이시던 모습에 아...! 망했어요, 망했어요, 아, 임요환! 이건 옳지 않아요! 스러웠던. 지켜 보기 괴로웠다.


그 와중에 이재우 님은 멋졌다. 이재우 님이 등장하시니 비로소 평상심을 찾으신 듯 보였던 김지영 님. 이야... 역시 파트너의 힘이란 대단하구나, 싶었다. 다른 분들이 다 힘들어 하시는 바람에 평소에는 보지도 않던 데지레 왕자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세심하게 오로라 공주를 서포트하시던 모습에 깜짝 놀랐다. 발레리나와 함께 하는 발레리노분들이 저렇게 세심하게 발레리나를 지탱하시는 거였나, 새삼 놀랐고. 


라일락 요정 한나래 님은 기품 있으면서도 동작이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라일락 요정은 그런데 어째서 한결같이 넘 아름답지? 라일락 요정만 비추는 밝은 조명이 따로 있는데,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하얗게 표현되기도 하지만, 그냥 아름답게 생기셨다, 모두. 한나래 님은 우아하고 기품있으면서도 리더로서의 단호함도 잘 표현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알리바바 무용수분은 오늘 일요일 공연에서도 나온 분 같은데 점프력이 대단하셨다. 동작들이 큼직하고 화려해서 관객들의 큰 박수가 터졌다. 


개인적으로는 금요일과 토요일 파랑새 커플, 특히 플로린 공주의 동작이 아주 깨끗하다 싶었다. 두 분 동작이 다 깔끔해서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2막은 1막보다 전체적으로 훨씬 나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쁘단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이 날 공연은 개인적으로는 실망이 컸습니다.

많이 속상했어.





<3월 25일 토요일 오후 7시 공연>


오로라공주: 신승원

데지레왕자: 허서명

라일락요정: 정은영

카라보스: 이영철 



걱정이 많았던 건 전날 오케스트라 때문이었으나, 그래도 토요일은 그 문제점을 해결하셨겠지 싶었다. 그리고 드디어... 드디어...! 이영철 님의 카라보스를 보는구나! 하며 맘이 설렜다. 전체적으로 음악, 좋았고요. 전날보다 소리의 크기도 적절했고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발레 동작을 하기에 적절할 만큼 속도가 전날 보단 느려져, 모든 무용수분들의 동작이 충분히 충분히 표현되었다. 아... 좋았습니다.


오로라 공주 신승원 발레리나. 그동안 신승원 님에 대해선 별로 주목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전날 공연이 실망스러웠던 덕에? 신승원 님의 매력이 부각되었다. 1막 16세 소녀의 가벼움과 발랄함이, 마치 벚꽃잎이 흩날리듯 쾌활하고 사뿐하게 표현되었다. 얼마나 가볍게 뛰어 다니시던지. 걱정 없고 고민 없이 사랑 받고 자란 여자아이의 행복한 마음을 참 잘 표현해 주셨다. 로즈 아다지오에선 처음에 살짝 손 잡았을 땐 네 번째 왕자를 지나치신 바람에 응? 하고 다시 불안해졌으나, 본격적인 로즈 아다지오의 그 어려운 지점을 깨끗하게 잘 통과하셔서 내가 다 신났다. 2막에서의 영혼의 몽환적임은... 몽환적이라기 보단 우아한 모습으로 표현해 주셨고, 3막... 그러니까 하이데 버전 2막 2장 결혼식에서는 성숙한 여성의 기쁨을 잘 표현해주셨다. 몸이 참 가벼우셔서는 리프트를 하면 훌쩍 올라가시는 바람에 모처럼 발레리나의 가벼움을 즐길 수 있어 또 좋았고. 아 또 어느 부분이었더라... 그랑 빠 드 되의 코다 부분이었던 것 같은데, 데지레 왕자에게 안겨 이동할 때의 다리동작이 몽글몽글 부드러워서 잠시 즐거웠다. 국립에선 김지영 님과 박슬기 님만 기대했더랬는데, 앞으로 두어 번 더 신승원 님의 연기를 보면 좀 더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도 같단 생각이 들었다.


데지레 왕자 허서명 발레리노. 음... 죄송해요. ㅡㅜ 이영철 카라보스 보느라 신경을 별로 쓰지 못했... ㅜㅠ 근데 하이데 버전에서의 데지레 왕자가 그러하다. 내 관점에선 가장 매력 없는 캐릭터여서 시선이 잘 안 가는 배역이긴 해. 고난도 기술을 사용하는 역할이 오로라 공주이고 데지레 왕자이긴 하지만, 극의 서사를 끌고 가는 건 어디까지나 카라보스와 라일락 요정인 거여서. 데지레 왕자는 캐릭터가 바보 같아요.;; 암튼 허서명 발레리노는 점프 좋으셨고, 회전 빠르셨고. 동작 다 좋았다 싶었는데, 그래도 감상을 잘 하지 못했다. ;; 참! 멀리서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굉장한 미남이셨다.


라일락 요정 정은영 발레리나. 이 분은 오늘 일요일 공연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으셨으며, 감상도 같다. 한 마디로 우아함의 극치. 모든 동작 하나하나가 다 우아하다. 단호함을 표현할 때조차 우아함이 넘쳐날 정도로, 우아함 그 자체다. 오늘 함께 했던 일행은 정은영 라일락 요정의 아름다움에 반했습니다. 도대체 사람이 뭘 먹고 살면 그렇게 되는 건가요.


카라보스 이영철 발레리노. 아...! 이영철 님의 카라보스를 보았으니 되었다! 싶었다. 보는 내내 나와 일행 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음을 멈추지 않던. 아니, 왜 그렇게 귀여우신 거예요. ㅜㅠ 


막 화가 났던 거다, 카라보스는. 자기만 빠뜨리고 너네끼리 논다고. 그래서 화가 나서 아기 공주를 막 저주해댔지. 그렇게 으스대고 있는데 라일락을 제외한 다섯 요정이 다가와 부드럽게 인사를 하자... ㅋㅋㅋㅋ 순간적으로 이영철 님의 다리가 휘청, 힘이 풀렸다. "뭐, 뭐야, 이 빛나고 아름다운 생명체들은!" 하듯이. ㅋㅋㅋ 일행이랑 나랑 웃음이 터져서는. 그리고는 이내 근엄한 척 또 무게 잡는데, 라일락 요정과 싸울 때는 삐졌다가 좋아했다가, 그러면서 라일락을 두려워했다가, 또 좋아했다가, 아, 또 졌어! 하며 열내다가, 또 긍금해하다가... 이영철의 카라보스는 시시각각 감정이 휙휙 바뀌면서 그게 고스란히 몸동작으로 다 표현이 되는데, 으.... 감정표현의 대가란 이런 것이지! 싶었다. 분명 말 없이 무용을 하시는데, 몸동작에서 목소리가 들려. 카라보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마음인 건지가 고스란히 다 들리더라는 거다. 끝나고 일행이랑 확인해 보았더니 둘이 똑같이 느꼈던 걸로 보아, 이영철 님의 연기력이 대단하신 걸로. 와...! 2막에서 라일락요정과 싸울 때도 비열했다가 장난기 가득했다가 억울해했다가 또 언제는 근엄한 척, 그러면서 허풍도 떨었다가. 마지막에 라일락에게 아무리 공격해도 먹히지 않자, 진심 충격 받은 듯, 그 어리둥절해하시던 몸동작과 표정까지. "헉! 아니, 이게 뭐야! 이게 왜 안 듣는 거야! 왜 이래, 이거!!" 하는 몸짓. 넘 재밌고 귀여워서 계속 키득키득거릴 수 밖에 없었다. 무대에서 퇴장하실 때조차, 대체 우리의 이영철 카라보스는 그냥 얌전히 퇴장하는 법이 없는 거다. 무대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 손짓에 뭐에... 그 미친 존재감을 어쩔. 심지어 서막과 1막.. 그러니까 하이데 버전에서 1막1장과 2장 사이, 장막연기에서조차... 그 장면에서는 장막을 처리하는 역할이 카라보스에게는 참으로 벅찬 일처럼 늘 여겨지곤 했는데, 이영철 카라보스는 그 장면에서조차 커가는 오로라 공주와 라일락 요정을 보며 손연기를 하시더라. '맛있게 잘 크고 있네~ 꼴깍' 하듯이 말이다. ㅋㅋ 그리고 커튼콜 때는 첨엔 정상적인 뒷걸음?을 쳐보려 애쓰시다가ㅡ는 너무 길고 풍성한 망또 때문에 힘든 일이다ㅡ결국 에잇! 하며 흥! 하듯 뒤돌아서서는 혼자 관객에게 등을 보인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가셨다. 이런 장면 넘 사랑합니다. ♥ 다른 배역이 아닌 하이데의 카라보스라면 이해하고 말고요! 가뜩이나 새초롬한? 캐릭터인데, 카라보스라면 그렇게 할수록 더욱 실감나는 거지. 이영철 님은 끝까지 관객을 웃게 해. 그것도 도도한 태도로. ㅋㅋㅋ


이영철 님의 상상을 초월하는 연기력과 애드립 덕분인지, 여기저기서 애드립이 터졌다? ㅋㅋㅋ 빨간모자와 늑대에서 늑대분이 디베르티스망의 빠 드 되 이후 인사하고 들어가시는 길에... ㅋㅋㅋ 눈 앞에 백설공주의 난쟁이 둘이 앉아 있네... 하며 군침을 뚝뚝 흘리며 서있지 뭔가. 으하하하하하하. 그 부분에서 쓰러질 뻔 했는데. ㅋㅋㅋ 하필 난쟁이 역이 어린이 무용수였어서 그 애드립을 받지 못했지. 으악, 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응...? 아저씨, 뭐해요?" 하는 듯 고개를 들고 빤히 쳐다만 보던. ㅋㅋㅋ 이날 공연이 너무너무 재밌어서 일행이랑 두고두고 그 얘기 하면서 웃었다. 워낙 뒤의 모든 인물들이 각각 개인연기들을 하는 작품인 건데, 이날은 다들 개그 포텐 터지셨거든. 시종일관 유체이탈하며 딴짓하는 야수하며... 는 커튼콜 때까지. ㅋㅋㅋ 넘넘 유쾌했어요. 이영철 님은 은퇴하시면 안 되지 말입니다. 그 연기력을 전수하시고서 가시든가요ㅡ는 받을 사람이 있다면 말이지만요. 작년 공연을 상기해 보면 이재우 님께서 좀 가능성이 있지 싶은데, 그래도 이영철 님의 그 능청맞은 연기를 따라가시려면...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희극 발레지만 내겐 전혀, 전혀 웃기지도 재밌지도 않았다. 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백 배는 더 유쾌하고 재밌고 웃기고 그래. 희극처럼 원색적으로 웃기는 것은 아니지만, 원래 진지한 표정으로 제대로 치는 개그가 더 웃긴 것처럼, 이 작품, 특히 하이데 버전에서의 카라보스가 내게는 너무나 보기에 신나고 유쾌한 캐릭터다. 그리고 여기저기 많은 애드립이 가능하다는 점도 즐겁고. 내년에도 이영철 카라보스를 꼭 보고 싶다. 





<3월 26일 일요일 오후 2시 공연>


오로라공주: 김지영

데지레왕자: 이재우

라일락요정: 정지영

카라보스: 김기완



어제 공연 음악이 괜찮았기에 오늘 공연은 기대가 컸다. 음악이 정상화되었고, 김지영, 이재우 커플이고, 막공연이고. 이야...! 싶었지. 아니나 다를까, 1막에서의 로즈 아다지오에서 김지영 님은 금요일의 실수를 만회하셨을 뿐 아니라, 보란 듯 아예 양 손을 다 떼고서 한참을 오른발끝으로 서 계셔서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역시 김지영...!!!!!!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난 만에 하나 또 그 실수가 되풀이되면 어떡하나 졸아들었던 마음이 툭, 하고 놓이면서 묵은 체증이 다 풀린 듯 시원해졌다. 그렇지. 이게 김지영 님이지. 이 엄청난 멘탈과 완벽한 테크닉. 바로 이거지. 1막 내내 잘 하셨다. 그런데도 2막에서 이재우 님이 등장하자 김지영 님은 비로소 마음껏 빛나면서 날아다니시더라. 다시 한 번 절감한 파트너의 힘이었다. 근데 김지영 님은 참 좋은 무용수다. 모든 동작의 각도가 정확하고, 회전도 정확하고. 유연함은 상대적으로 너무 막 빛나는 편은 아니시지만, 모든 것이 정확해서 믿음이 간다.


그런데 '동작의 깨끗함과 정확함'이란 표현을 오늘 같이 갔던 일행이 이재우 님에 대해 말하는 바람에 또 한 번 놀랐다. 이야... 파트너는 역시 닮는 걸까나. 김지영ㅡ이재우 커플은 서로에게 참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다. 이재우 님 너무 멋지셨다. 그런데 난 역시 이재우 님의 카라보스가 보고 싶어요.ㅜㅠ 가까운 지방 공연이라도 없나요? 이재우 카라보스의 토요일 공연이면 대전까지는 미친 척 하고 갈 의향 있는데. 물론 이영철 카라보스도 한 번 더 보러 갈 의향 있습니다.♥ 


이재우 님은 서 있는 것 만으로도 함께 하는 발레리나를 작디 작은 유리인형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라일락 요정은 어제와 같았고...


김기완 카라보스. 오늘의 김기완 카라보스는 좋았다! 뭐랄까, 작년의 근엄함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었는데, 좀 더 코믹한 면이 첨가되었달까. 코믹하면서도 정중한 카라보스. 점프 어마무시했고, 또 동작과 회전이 빨라서 보기에 시원시원했다. 카라보스는 망또가 길어서 다른 역보다 몇 배는 힘드셨을 텐데도 잘 소화하셨고. 하이데 버전에서 카라보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등장하기 때문에 참 힘든 역할이라 생각한다. 기술적 기교 뿐 아니라 변덕스런 감정선까지 표현해야 하니, 더욱 힘들 것이다. 그런데 코믹한 장면에선 코믹하게, 또 진지한 장면에선 진지하게 잘 표현해 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김기완 카라보스는 라일락 요정이 "당신이 저 공주를 가시에 찔리게 해 죽게 했나요?"라고 물을 때 "그렇소. 내가 그랬지" 하고 답하는 모습이 그렇게 웃길 수 없는 거다. 금요일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고, 그 장면에서의 김기완 카라보스를 보면 복잡한 감정을 느꼈는데, 마치 '드디어 라일락에게 인정을 받았다' 인 것도 같고? 한 편으론 '그럼. 오빠 실력 대단하지?' 하고 뻐기는 것도 같고? 아니면 단순히 아름다운 라일락이 곱게 물어 보니 최대한 정중하게 '그렇소. 내가 그랬소' 하고 답하는 것도 같아서, 그 장면이 인상깊었다.







참, 일요일 공연 네가지 색의 쥬얼리 중 빨간 루비역 발레리나분은 멀리서도 한 눈에 굉장한 미인이셨다. 


작년에도 느꼈던 거지만 2막 사냥터에서 여성 무용수분들의 치마가 너무 길어요. 은근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발레에서는 발동작이 보고 싶은 건데, 치마 속에서 대체 어떤 동작을 하시는 건지 궁금하단 말입니다. 발목 만이라도 드러나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장화고양이 커플의 경우 작년 보다 올해 공연에서 그 매력을 절감하게 되었는데, 이햐...! 동작 하나하나가 요염하면서도 귀여웠다. 살랑살랑 유혹했다가 밀쳐냈다가, 싸웠다가, 쓰다듬었다가, 아주, 대단히 고양이스러웠다.


오늘 늑대분 왜 그리 재밌으십니까. 안에 이영철 님이라도 들어 계신 줄 알았지 뭔가. ㅋㅋㅋ


파랑새 커플은 오늘도 감동. 그런데 어제가 조금 더 깔끔했어요.


내가 왜 코르 드 발레를 언급하지 않는가 하면, 금요일엔 3층이어서 코르 드 발레의 황홀함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지만 음악이 좀 빨랐고, 토, 일요일에는 2층에 앉았어서 코르 드 발레의 묘미가 1/3 정도 삭감되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구도와 배열을 바꾸는 그 장면이 압권인 건데, 2층에서는 그것이 전체적으로 잘 감상하기 힘들었다. 2층이 3층 보다 훨씬 좋지만, 군무 감상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자리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1막 2장의 군무에서는 보는 내가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느낌을 느꼈을 정도였다.

이 발레는 무슨, 모든 남성 무용수분들이 툭하면 공중 2회전이냐. -_-
거기다 모든 여성 무용수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발끝으로 서 있고. -_-
3시간이 넘는 작품에 편안히 앉아 보는 데만도 체력이 쭉쭉 소모되던데, 직접 하셨던 무용수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싶었다.
부디 푹 휴식 취하시고 체력회복하시길 바랍니다.

무대장치와 의상의 아름다움은 두 말 할 필요도 없겠죠.
조명은 토요일 저녁 때 카라보스를 잠시 따라가지 못했던... 은 이영철 카라보스였으니 이해할 만도(응?!? ㅋㅋ 이영철 카라보스면 뭐든 다 이해되는 겁니다)... 만 제외하고 다 좋았다. 얼금얼금 숲모양도 좋았고.



역시 매번 드는 생각이다.
예당이 아니라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이 아니라면 대체 어디 가서 이런 근사한 발레를 이런 착한 가격에 보겠는가 말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발레를 보고 즐길 수 있어 참 행복한 일이다.







일행이 둘쨋날 커튼콜 사진을 보내주었다.
커튼콜 땐 사진이 허용되지만, 다들 사진 찍느라 박수를 치지 않는 현상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서
어지간한 사진은 내가 아니어도 다들 올리시니까, 
나는 주로 예당이나 국립발레단 홈피, 기사에 실린 사진을 가져오는 편이다.
발레의 커튼콜 땐 내 손바닥은 내 손바닥이 아니란 생각으로 박수를 치는 편이라
ㅡ인데 이번 공연은 인사가 평소보다 좀 짧았다.
암튼, 일행이 나 대신 짧게ㅡ는 내 취향에 맞춰 이영철 카라보스를 위주로ㅡ사진을 담아 주었다.






둘쨋날, 아름답고 우아한 라일락 요정, 정은영 님.





카리스마 가득하게 걸어나오시는 이영철 카라보스!





들어가시는 모습도 심술궂 당당하게!

이때만 해도 뒷걸음질 비슷하게 유지하셨더랬다.





황홀했던 신승원 오로라 공주와 조각미남 허서명 데지레 왕자.





그리고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이영철 카라보스의 그 등돌린 뒷... 앞걸음! ㅋㅋㅋ

이것이 정말 희귀한 커튼콜인 거다.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이렇게 관객을 향해 등을 돌린 채 당당하게 걸어 들어가는 커튼콜은 없었어.

하이데의 카라보스여서 가능했던, 악동스런 모습.

마치 일부러 연출한 모습 같지 않은가?

아닙니다. 뒷걸음질 치려다 망또가 자꾸 밟히니까 에잇! 하고 휙, 돌아서신 것이다ㅡ저렇게 근사한 자태로!

(뒤에서 눈 마주친 무용수분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까. ㅋㅋㅋㅋ)

사랑합니다, 이영철 카라보스.♥





이 모습은 흡사 2막의 박쥐떼를 타고 높게 등장하시던 모습까지 연상시키지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