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Romeo and Juliet (Fantasy Overture)
Pyotr Il'yich Tchaikovsky - Romeo and Juliet, fantasy-overture for Orchestra
after Shakespeare for orchestra in B minor, 1880.
Herbert von Karajan.
유리 트라첸코 지휘의 동영상이 없네. 내가 지휘 쪽은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예당 콘서트홀은 바이올린이나 첼로 독주/소나타를 하기에는 살짝 아쉬울 수 있다 생각했다.
피아노 독주회의 경우 3층은 좀 힘들었고.
그런데 그렇게 소리가 모이는 듯 퍼지는? 느낌이 있었던 만큼, '교향악'을 들으면 참 좋겠구나, 싶었지.
그리고는 오늘 교향악을 들었다. 정확히는 피아노 콘체르토인 건데.
초대석 자리가 괜찮았기도 했지만, 오케스트라 연주는 소리가 부드럽게 들렸다.
Piano Concerto No. 1 in B♭ minor, Op. 23 _Pf. Vladimir Ovchinnikov
Ⅰ. 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
Ⅱ. Andantino semplice
Ⅲ. Allegro con fuoco
옵치니코프의 연주 영상이다. 그런데 이 동영상은 실제 연주의 1/5 느낌도 전하지 못한다.
옵치니코프 연주에 대한 인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절도節度 있는 부드러움이다.
인상적인 1악장의 경우 좋았긴 했는데 너무 특별하다 느끼진 않았다, 하필 랑랑의 오색찬란한 연주 동영상을 듣고 간 터라.
그런데 2악장. 아니, 2악장이 그렇게 아름다웠는가? 싶었을 정도로 부드러우면서 아름다웠다.
어떤 느낌이냐면, 황금빛 꿀이 흐르는 냇물 같았지.
낭만주의자 특유의 주체할 수 없는 부드러움이 넘쳐 흐르는 것이 아니다.
절도 있고 인내심 강한, 진중한 부드러움.
음이 뭉그러지는 중에도 가늘지만 한 음 한 음이 식별되어 신기했다.
3악장에선 파워 가득했는데, 어쩐지 좀 쫀득쫀득했다? 그래서 '황금빛 꿀이 떨어지는구나' 여겼던 것이고.
너무 달진 않지만 농도가 짙은 부드러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옵치니코프의 피아노는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것 같아 보였어.
또한 플륫과 함께 했을 때 몹시 아름다웠고.
옵치니코프는 높은 음은 약하게, 낮은 음은 강하게 치는 반면,
꿀띠쉐프는 높은 음을 약하지 않게, 낮은 음을 항상 강하지는 않게 연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앵콜곡은 라흐마니노프 악흥의 한 때 4번
Piano Concerto No. 2 in G Major, Op. 44 _Pf. Miroslav Kultyshev
Ⅰ. Allegro brillante
Ⅱ. Andante non troppo
Ⅲ. Allegro con fuoco
와아아, 꿀띠쉐프. 차가운 빗방울들의 여행.
손가락 통제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아무리 높은 음일 지라도 각 음이 명징明澄하게 다 들렸다.
빗방울도 왜, 희박하게 묻어내리는 이슬비 말고, 뚝, 뚝, 한 방울 한 방울 커다랗게 떨어지는 빗방울 있지 않나.
그 빗방울들이 뚝뚝 떨어져 잠시 냇물되어 흐르는데, 그것도 자갈이 깔린 바닥 위를 흐르기에,
부드럽긴 한데, 한 방울 한 방울이 또랑또랑 느껴지는, 그런.
그러다 강물을 만나 잠시 블러 처리한 듯 뭉그러지며 섞이다가도 이내 다시 한 방울 한 방울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그러다 장마와 홍수를 만나 휩쓸리다가 또 한 방울이 드러나고,
급기야는 흙탕물이 되었다가도 결국 각각 따로 솟아오르던 느낌.
2악장은 악명이 높은 작곡이었던 만큼, 꿀띠쉐프의 연주가 녹아나지 못했다.
그것은 2악장의 바이올린, 첼로와 함께 피아노가 대화 형식을 이루는 부분인 것이었는데,
바이올린과 첼로는ㅡ아무래도 같은 교향악단에서 서로 호흡을 많이 맞추신 덕분이겠지만ㅡ
굉장히 궁합이 잘 맞았었다.
처음 바이올린 독주가 시작되었을 때 '쫀득하다' 싶었는데, 뒤를 이은 첼로도 '쫀득'했다.
현악기의 장점이겠지. 특히 바이올린과 첼로의.
그래서 걱정 반 기대 반 심정이 되었다. 이때까지 차가운 물방울을 연주했던 꿀띠쉐프는
이 쫀득하게 맛있는 꿀덩이들과 어떻게 어울릴 것인가.
처음에는 응? 1악장에 비해 쫀득하게 나왔다. 어? 어울리는데?
그런데 서서히 본연의 차갑고 촉촉하나 끈적하지 않은 연주가 나왔다.
그런데 말이지, 그 다음에 바이올린과 첼로가 같이 깔끔해지기 시작했다?
바이올린 - 첼로 만의 연주를 할 땐 적당한 쫀득함이 있었지만, 피아노와 함께 할 땐 쫀득함이 가시고 깔끔한 것이었다.
이처럼 훌륭한 연주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이코프스키의 이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처음 작곡되었을 때 왜 그토록 혹평을 받았던 것인지 납득이 갔지.
바이올린과 첼로의 연주는 아주 훌륭했으나, 둘이서 너무 다정하게 대화를 하는 바람에 피아노가 은따되었달까.
'이거 피아노 협주곡 아니었어?' 하고 잠시 갸우뚱했던.
3악장에 가서는 으하하, 이 나라 저 나라 여행을 하던 빗방울들이 마침내 빗방울 나라에 도착했지.
그러면서 얘네들이 각각 성격을 입기 시작하는데, 비슷한 얼굴을 한 가족구성원 마냥
아가씨가 나왔다가, 소녀가 나왔다가, 아버지가 나왔다가, 엄마가 나왔다가, 할아버지가 나왔다가, 나중에는
여기저기서 수다수다수다수다...
그러다 으하하, 빗방울들이 미쳤어! 미쳐서 날뛰다가는 나중에는 또 정신차리고 품위있게 짜잔ㅡ 끝내더라는.
22일 독주회에서 발레곡이 메인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드라마틱한 연주를 기대하는 분들이 많이 있던데,
1, 2악장에선 그닥 드라마틱하다 느끼지 못했으나, 이 3악장에서 다채로운 캐릭터가 등장해서 마치 요정에 홀린 것 같았다.
너무너무 재미있었어.
꿀띠쉐프의 연주를 들으면서 쇼팽의 곡은 어떻게 연주할까 싶었는데, 그런 마음을 읽었는가.
앵콜곡에서 쇼팽의 에뛰르를 연주해주었다.
이 곡이었던 것 같은데 일행은 갸우뚱하네. 아닌가...;;
두 번째 앵콜곡은 차이코프스키 호두까기인형 중 '사탕요정의 춤'. 너무 유명하니까 뭐.
여기저기서 설탕가루가 흩날리던 아름다운 느낌.
무튼, 옵치니코프도 그러했는데 꿀띠쉐프 역시 '주체할 수 없는 낭만이 넘쳐 흐르는' 느낌은 아니었다.
다소 절제력이 있었으며, 옵치니코프는 따뜻하면서도 이성적인, 그리고 꿀띠쉐프는 차고 이성적인 느낌이었다.
특히 꿀띠쉐프는 보기엔 여리여리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아 보였는데, 피아노 앞에 앉으니 카리스마 작렬하는 모습이
파워파워앤파워업! 이었달까. 피아노 부서지는 줄.
오랜만에 맑고 부드러운 물로 귀청소를 한 기분이다.
※ 연주곡들에 대한 포스팅은 http://vanodif.tistory.com/1010 를 참고.
[프로그램]
국내 최초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2번을 동시 연주!
Pyotr Ilyich Tchaikovsky (1840-1893)
Romeo and Juliet (Fantasy Overture)
Piano Concerto No. 1 in B♭ minor, Op. 23 _Pf. Vladimir Ovchinnikov
Ⅰ. Allegro non troppo e molto maestoso
Ⅱ. Andantino semplice
Ⅲ. Allegro con fuoco
Piano Concerto No. 2 in G Major, Op. 44 _Pf. Miroslav Kultyshev
Ⅰ. Allegro brillante
Ⅱ. Andante non troppo
Ⅲ. Allegro con fuoco
[프로필]
* Pianist Vladimir Ovchinnikov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
세계 최고 권위의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1982년)와 리즈 콩쿠르(1987년)에서 모두 우승한 유일한 피아니스트인 그는 리즈 콩쿠르 우승 이후 런던에서 영국 여왕과 왕족들 앞에서 성공적인 데뷔 무대를 가졌다.
로얄 필하모니, 필라델피아 필하모니, BBC 심포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모스크바 필하모니 등의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스베틀라노프, 아쉬키나지, 드미트리에프, 페도시프, 시모노프, 게르기예프 등 세계 최고의 지휘자들과 연주하였으며, 모스크바 음악원 볼쇼이홀,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홀, 카네기홀, 링컨센터, 런던 로얄페스티발홀, 게반트하우스, 산토리홀 등 세계 유명 공연장에서 연주하였고, EMI 등 세계 메이저 음반사들과 리스트, 라흐마니노프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녹음하여 CD를 발매하였다.
현재 모스크바 음악원과 모스크바 국립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인 블라디미르 옵치니코프는 일본 사쿠요 대학과 영국 로얄 노던 컬리지의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2005년 러시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최고권위인 “National Artist of Russia”의 영예를 직접 수여받았으며, 2009년 수원에서 열린 제6회 주니어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방한하였고, 2011년 14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 등을 포함한 전 세계 유명 국제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 Pianist Miroslav Kultyshev 미로슬라브 꿀띠쉐프
피아니스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영재 음악학교에서 쥬커를 사사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학부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에서 산들러를 사사하였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였고, 6세에 첫 공연무대에 섰으며, 10세에는 테미르카노프 지휘의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협연하며 그 천재성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일찍이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그는 특히 2007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3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의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하며 그의 명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되었으며, 2006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의 솔리스트로 활약하며, 러시아는 물론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 네덜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UAE, 우크라이나 등 세계 각국에서 공연하여 전 세계의 음악 애호가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거장 게르기예프와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것을 비롯하여 아쉬키나지, 바슈메트, 시나이스키 등 유명 지휘자들과 연주하였다.
현재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림스키코르사코프 음악원의 교수로 후학 양성을 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아쉬키나지, 키신 등에 이은 피아니스트로서 깊어지는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 Conductor Yury Tkachenko 유리 트카첸코
러시아의 미래를 이끌어갈 신세대 지휘자로 차이코프스키 볼쇼이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를 역임한 유리 트카첸코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심포니,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 러시아 국립 글린카, 노보시비리스크, 니즈니노브고로드, 로스토프, 우크라이나 국립 심포니, 유고슬라비아 필하모닉, 벨기에 라디오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였으며, 모스크바 콘서바토리 대공연장,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홀, 마드리드 내셔널 오디토리오, 바르셀로나 Palau de la Musica, 바르샤바 라디오 폴란드홀, 도쿄 산토리홀 등의 무대에서 세계적으로 활발한 지휘 활동을 해왔다.
또한 마추예프, 메츠세티나, 비니츠카야, 옵치니코프, 꿀띠쉐프, 타라소프, 트레티야코프, 카미오, 페도토프 등의 유명 솔리스트와 협연하였으며, 폴란드의 Lyutoslavsky 페스티벌, 벨기에의 2005 유로파리아 페스티벌, 크로아티아 두브르닉 페스티벌, 일본 후지TV 페스티벌, 2008 모스크바 월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등에 참가하였고, 2004 일본의 구라시키, 2009 한국의 수원, 2012 스위스의 몽트뢰에서 개최된 주니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결선 지휘자로 참가하였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4년간 러시아 국립 로스토프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로서 활약하며 러시아는 물론 폴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활동한 그는 10개의 CD를 발매하였고, 그의 레퍼토리는 러시아 작곡가의 작품과 서유럽의 클래식 음악을 아우르고 있으며, 비평가들은 흠잡을 데 없는 연주와 깊이 있는 그의 작품 해석을 극찬하였다.
지휘자 유리 트카첸코는 2002년 러시아 연방 정부로터 공훈 예술가의 칭호를 받았으며 현재 모스크바 국립 문화예술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 KOREA COOP ORCHESTRA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
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예술단체들도 협동조합법에 의한 단체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자주적(Independent), 자립적(Self-sustained), 자치적인(Autonomically) 단체를 갈망하던 전문 연주자들이 협동조합의 가치인 자조와 자기적 책임(Self-help and Self-responsibility), 공정(Equity), 민주주의(Democracy), 평등(Equality), 연대(Solidarity)와 만나 KOREA COOP ORCHESTRA를 창단하게 되었다.
연주자들이 스스로 오케스트라를 조직, 운영, 관리함으로써 연주의 질적 향상에 책임을 다하고 세분화된 복무규정과 철저한 자기성찰로 높은 수준의 연주력을 유지하며 친절하고 밝은 오케스트라를 추구하고 있다. 또한 투명한 예산운영으로 소속된 연주자들의 기본 생계비 보장뿐만 아니라 음악을 전공한 많은 연주자들의 올바른 일자리 창출에도 그 목적을 가지고 있다.
KOREA COOP ORCHESTRA는 정기연주회, 오페라, 발레, 순회연주회, 해외공연 등 정통 클래식 공연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으며,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음악회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http://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29619
공연장 좋았고 좌석 괜찮았는데 단 한 가지 관객 박수매너 좀. -_ㅜ
1, 2번 모두 악장 사이에 박수가 터졌다.
연주자가 연주를 멈추었다고 해서 곡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한 곡은 끝날 때까지 흐름을 타고 가야 하는 바, 같은 흐름의 큰 줄기가 바뀌는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연주자가 다음 악장을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이기에 박수로 방해하지 않아야 해요.
마음에 드는 부분에서 마음껏 박수를 쳐도 좋은 발레와는 다른 점이죠.
음악은 '귀'를 매개로 소통하는 작업이기에, 박수로 인한 '소리'는 가뜩이나 예민한 귀를 지닌 음악가들에겐 좋지 않아요.
연주회 가기 전에 무슨 곡을 연주하는지 알아두고 가시는 게 어떨까요.
정 안 되면 가서 미리 프로그램북을 구입하셔도 좋고요.
악장마다 박수가 터져서 속상했다아.
합창석에 누군가 앉아서 박수금지라는 X 표시라도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싶었어.
이게 하필 음악가들인 것이라 이렇게 민감한 것이다.
주위에 음악하는 동생들이 있어서, 그들의 귀와 감각이 얼마나 예민하며, 또 그로 인해 고통 받는지를 알기 때문에.
예당은 정말이지 최고다.
이거슨 기승전예당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