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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t

[발레] 백조의 호수 @ 충무아트센터 by 유니버설발레단 UBC

by Vanodif 2017. 8. 5.










마음이 복잡하다. 황혜민 님께 실망?한 건 처음이어서. 정확히 말하면 실망이라기 보단 걱정이다. 어디가 안 좋으신 건지, 아니면 무대가 너무 작았던 건지. 예당 오페라극장에서 보다가 충무에서 보니까 참... 오페라극장이 얼마나 멋진 곳인지 알겠다. 물론 충무는 오케스트라석이 빠진 만큼 관객석이 무대에 가깝고 아담해서 무용수분들이 훨씬 잘 보인다는 점이 크나 큰 장점이었다. 그런데... 아, 뭐지.  무대가 작아서 무용수분들이 뭔가를 하실 수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광대분 빼고 모두 좀 힘이 없어 보이셨다 하나.


유니버설의 극장점은 시작 전 문 단장님의 설명이다. 발레의 내용 뿐 아니라 특징, 마임, 배경, 음악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수준 높은 정보를 제공해 주시기에, 발레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가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국립발레단이 예당과 함께 가격 면에서 절대 대중화를 이루어 내었다면, 유니버설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내용전달에 있어 관객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대중화를 취하였다. 나는 두 발레단의 방식 모두가 참 맘에 드는 건데, 국립은 국립다운 방식으로, 유니버설은 유니버설다운 방식으로 대중화를 위해 애쓰고 있음을 알겠다. 그리고 문 단장님은... 그 고아한 자태와 품위 있는 음성으로 친절하게 발레에 대해 설명해주셔서 항상 큰 도움이 되곤 한다. 오늘 배운 내용은 <백조의 호수> 안무는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의 두 안무가 합해진 것이라는 사실. 그래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고전발레다운 화려함과 이바노프 버전의 호숫가 백조 장면은 <지젤>의 낭만발레의 환상적인 모습을 둘 다 담고 있다는 것. 동작은 손이 안으로 향하는 5번 동작에서 백조를 표현하기 위해 양 손등을 머리 위에서 맞댄 채 손바닥을 바깥으로 보게 한다거나, 백조의 날개짓을 표현하기 위해 좀 더 가슴을 내밀고 팔을 뒤로 젖히는 것 등의 차이가 있으며, 궁정에서의 디베르티스망에선 손끝 동작에 힘이 들어간 스페인, 만돌린을 들고 춤을 추는 이탈리아, 우아한 헝가리, 역동적인 마주르카 춤 동작이 들어간 폴란드의 민속춤이 표현되는 캐릭터 댄스가 볼거리라는 것 등 많은 정보를 주셨다. 고맙습니다, 문 단장님. 문 단장님께서 표현해주시는 발레 동작은 언제라도 아름답고 우아해요. 좀 더 표현해주셔요.♥


무대가 작았나, 거의 모든 분들이 식사를 안 하신 것처럼ㅡ은 정말 식사를 공연 직전엔 안 하시는 걸지도;;ㅡ힘이 없으셨다. 그래도 황혜민 님이시니 기대를 했다. 그런데... 처음엔 황혜민 님인줄 몰랐을 정도로 달랐다...? 그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발등을 보니 황혜민 님이 맞는데, 어째서 아닌 것 같았지? 일단 가뜩이나 날씬하신데 더욱 날씬해지셨고... 그래선지 힘이 너무 없으셨다. 처음엔 아프신 줄 알았을 정도로 너무 힘이 없으셨는데, 일단 오데뜨이니 그렇겠거니 했다. 2막의 오딜에서 화려하게 날아 오르신다면, 오히려 황혜민 님의 오데뜨 연기가 훌륭할 수 있다 싶었다. 뭐랄까. 지그프리드가 왔어도 전혀 기뻐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자신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지그프리드가 앞서 다섯 명은 있었던 것처럼 왕자를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치 '그래 보아야 나의 이 운명에서 나를 데리고 나갈 사람은 없을 거예요'라는 듯 말이다. 그녀의 무의욕은 너무 많이 다쳐서 아예 무감각해진 상태인 것 같아 보였고, 그런 해석에 이르자, 황혜민 님의 그 모든 희망을 꺾고 체념한 듯 무기력해 보이는 연기가 뼛속을 파고 드는 한기가 되어 가슴이 저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실망에 절망을 했으면 저런 상태일 수 있을까. 몹시 슬퍼 보였는데, 그러한 슬픔의 표현이 이전 황혜민 님 특유의 엄청난 감정표현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마비된 듯한, 다른 표현으로 하면 절제된 듯한 모습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그러는 와중에 리프트 동작이 있을 때마다 내 심장은 마치 바이킹을 내려가듯 철렁거렸고. 그런 식으로 사뿐사뿐 공중으로 솟아 오르시니 말이다. 전막 호숫가 마지막 장면에서 황혜민 님을 보며 눈물이 핑돌았는데, 그런 연기에 그런 가벼움에 그런 표현력에 그런 비율에 그런 발등까지, 그 모든 걸 갖춘 이 대체 불가능한 발레리나의 연기를 공연당 한 번 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우리나라의 보물이지 말입니다.


그런데 후막이 되어 오딜의 연기에서, 황혜민 님은 전막과는 상당히 다른 연기를 보여주셨다. 오딜의 매혹적인 모습을 잘 연기해주셨는데... 이상하게... 왜 캐릭터가 읽히지 않지...?? 오딜의 성격을 모르겠는 거다. 오데뜨의 성격도 알기 힘들었어서 전막의 거의 끝부분에 가서야 저런 해석이 나왔더랬는데, 오딜은 이상하게 성격이 끝까지 잡히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황혜민 님 자체가 볼 만한 요소를 너무 많이 지닌 분이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른다. 오딜 분장 황혜민 님은 이소연 님인가... 암튼 그 아름다운 탤런트분을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다웠는데, 거기에 몸은 가볍지, 그런가 하면 동작은 낭창낭창하지, 그러다 화려한 회전이 펼쳐지면 넋을 놓다가 또 어느 순간 아름다운 발등이 눈에 들어오면 거기에 정신이 빼앗기고... 뭐, 그렇게 정신이 없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어째서지... 몹시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는데도 이상하게 힘이 없어 보이셨다. 느끼기로는 황혜민 님께서 그 자리를 그렇게 즐기시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달까. 그래서 내내 걱정이 되었다. 어디 아프신 걸까. 아님 컨디션이 나쁘신 걸까. 내가 잘 못 읽는 걸까. 내가 잘 못 읽는 것이면 좋겠다, 하며. 자세한 건 토요일 공연을 보면 알겠지. 홍향기 님 공연이니 홍향기 님과 다른 분들까지 그렇게 힘없이 공연하시는 거라면 공연장에 문제가 있는 거겠지는. 그런데 오늘은 전반적으로 모든 분들의 동작이 조그맣고 덜 시원하긴 했다. 암튼, 오늘의 오딜은 아버지의 말을 잘 듣는 딸래미 같았던 것 외 어떤 성격을 읽을 순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지그프리드가 다시 호숫가로 왔을 때 황혜민 오데뜨는 너무도 쉽게 그를 용서하였지. 이것은 안무 버전 차이일 수 있겠다만. 김지영 오데뜨/오딜이 많이 생각나는 시간이었다. 김지영 오데뜨는 해석의 묘미가 짜릿했거든. 내가 아직 감상 수준이 부족해서 느끼지 못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부디 어디 아프신 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황혜민 님 공연을 한 번만 보는 건 좀 너무 아쉽다. 두 번 볼 수 있음 좋겠어요.


3막의 백조/흑조 군무는 지난 번에도 그랬는데 참 매력적인 구성이다. 균형과 대칭을 보는 재미가 있어.


군무. 아... 군무. 넘 좋았다. 얼굴, 목, 상체, 팔, 다리에 치마 각도까지 다 맞춘 칼군무. 그런 통일성을 보는 쾌감이 있다. 대체 얼마나 연습을 하셨던 걸까. 코르 드 발레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정말 즐거웠습니다.


황혜민 님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발레축제나 그런 행사 등을 통해 한두 번 특별 이벤트로 각 발레단의 우수 무용수분들을 함께 출연시키면 안 될까? 하는 생각. 내가 보고픈 것은 황혜민-이재우의 파 드 되이다. 지젤이면 넋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좋겠고, 호두까기나 백조의 호수도 괜찮겠다. 나는 이재우 님과 황혜민 님의 리프트를 보고 싶은 거다. 아마 이재우 님이 들면 한 손에도 황혜민 님은 저멀리 핑 날아가 버릴 것 같은데. 그걸 보면 관객인 나는 황홀하다 못해 실신하고 말겠지.


일단은 모르겠다. 토요일 저녁 공연을 보아야 금요일 공연이 좀 더 명확하게 해석될 것 같다.










8월 5일 토요일 공연.


피곤한데 일찍 자야 하고 일요일에 쓰려니 일요일은 <댄스 인투 더 뮤직> 써야 하고, 기록을 않으면 기억은 휘발되고.

해서 간단하게나마 지금 쓰려고 한다. 맨날 피곤해. -_ㅜ



1. 문훈숙 단장님

ㅡ 어엇, 개... 개그를 하시다니...! 발레리나의 개그는 조금 선선하긴 했지만 그래도 우아하다. 휙휙 마임을 하시고는 "무슨 뜻인지 다들 아시죠?" 라니. ㅋㅋ 귀여우시기까지. >_<



2. 코르 드 발레

ㅡ 주인공이다. 어제고 오늘이고 가장 아름다웠다. 오늘은 3층에서 보았는데, 충무 3층은 자리도 좁고, 다 보고 나니 허리가 아플 정도로 쾌적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무 감상에 있어선 2층보다 훨씬 나았다. 일일이 딱딱 맞는 팔과 다리와 몸, 등등의 각도에 눈앞의 희미한 안경을 닦은 듯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칼군무의 매력이 한껏 발산되었던 시간. 문 단장님 말씀대로 등장 씬의 철새가 지그재그로 날아가는 듯한 동작도 참 아름다웠고, 모두가 정말 백조 같았다. 코르 드 발레 여러분, 수고 많으셨어요.



3. 광대

ㅡ 프로그램북을 사지 않아 누구신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솔리스트셨겠지는. 뛰어난 파워, 스피드, 그리고 점프력. 어제도 그랬지만 오늘도 광대 무용수분이 등장하여 단 번에 분위기를 화르륵 태워 올리셨다. 



4. 아기 백조 4인무, 또는 네 명의 공주

ㅡ 이들은 똑같은, 혹은 거의 똑같은 춤을 똑같이 추시는 거였는데, 그 속에 각각 무용수분들의 성격, 혹은 그분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성격이 보이는 점이 희한했다. 보기에 왼쪽에서 두 번째 아기 백조분은 막내 같아 보인다거나, 공주 중 왼쪽 두 번째 공주는 자존감이 유독 높아 보인다거나 등으로 말이다. 재미났다.



5. 마밍 지그프리드

ㅡ 오늘 유니버설에서의 첫 주연이시라는데, 와... 팬이 되어 버리겠다 싶을 정도였다. 사진과 비교도 안 되는 실물깡패. 훤칠한 키에 손바닥 만한 얼굴, 길쭉길쭉하고 미끈한 팔다리. 미남형 이목구비. 아이돌이래도 믿겠다 싶도록 눈이 반짝반짝 정화되는 외모였다. 그 외모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이 그의 실력과 연기력. 이름에서 조금은 짐작했지만, 그의 발레 동작에서 단 번에 중국인임을 확신했다. 1막 초반에 어머니 왕비가 등장하고 함께 연기를 할 때 그의 자세와 분위기에서 '중국인이다' 싶었던. 그간 내가 만난, 그리고 매체에서 대했던 중국인 남성들 특유의 태도가 있다. 중국은 아시아의 중심이고 세계의 중심이다, 라는. 어떤 경우는 근자감으로 여겨져 불쾌해지기도 하지만, 이 마밍의 경우 그 중국인 특유의 자부심을 왕자다운 품위로 아주 잘 승화시킨 케이스다. 군무를 출 때 다른 무용수보다 훨씬 꼿꼿하면서도 팔 다리를 거의 쓰지 않는다. 딱 필요한 최소한의 동작만 하는데, 그것이 능력이 없거나 두렵거나 인색해서 조금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는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동작 하나하나 할 때 손끝 발끝 신체 어떤 곳도 허투루하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딱 그 만큼'하시는 것 같았다.


그것에 대한 확신은 그의 솔로 연기 때 증명되었다. 군무에서는 딱 필요한 동작을 의도적으로 깔끔하게 해내시지만, 혼자 맘껏 뽐낼 수 있는 독무 때 그의 동작은 다른 무용수보다 훨씬 컸다. 같은 동작도 팔과 다리를 최대한 길게, 손끝 발끝까지 힘을 실어 '의도적으로' 뻗고 또 뻗어 둥글리는 모양이, 같은 동작도 공간을 최대한 넓게 사용한다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시원시원한 춤이었고.


<백조의 호수>의 이 프티파 버전은 지그프리드가 그럴 수 없도록 참 매력 없게 그려졌는데, 그래서 지그프리드의 춤 중에선 딱히 인상적인 부분이 없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했더랬다. 그런데 2막이 되고 그랑 파 드 되의 솔로 부분이 되자, 마밍은 높고 힘찬 도약을 보여 주어 속이 다 시원했다. 그래도 안무상 많이 부족하긴 하지... 호두까기나 잠미녀였다면 좀 더 화려한 기술을 선보이셨을 텐데. 안무가 많이 아쉬웠지 뭔가. 정확한 회전은 빠르고 깔끔했다. 거기다 자신의 장래와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내면 표현 연기까지 뛰어나니, 이 정도면 유니버설에 들어오신 지 4개월 만에 주연 자리를 맡으신 것이 충분히 납득된다 하겠다. 눈이 참 즐거웠던 마밍 님의 연기였다. 좀 더 화려한 안무로 만날 수 있기를.



6. 홍향기 오데뜨/오딜

ㅡ 홍향기 님이 솔리스트셨단 걸 지금 알았네. 거 참... 홍향기 님은 참... ㅋㅋ 오데트 연기가 끝나고 인터미션이 되자, 일행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 오데뜨에서 벌써 저렇게 힘힘거리면, 오딜은 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는 거야? 힘 빠져서 안 될 텐데." 내가 답했다. "뭐, 더 힘을 내실 수 있나 보지 뭐." 그런데...


우리의 수퍼 에네르기 풀 빠워 플러스 업 에너자이저 홍향기 님!

거, <백조의 호수>의 백미이자 소름의 오딜 푸에떼 32회전을 말이다... 길쭉한 다리를 휭휭 돌리시면서 35회전을 했지 뭔가 (일행은 36이라 했는데, 내가 헤아린 것은 35였다). 보고는 "미친 오딜!" 하고 나도 모르게 내뱉어 버렸... 죄, 죄송합니다;; 믿을 수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 남들은 30회전도 겨우 하는 걸, 이번엔 일, 이, 삼, 사 하면서 흥미롭게 세고 있는데, 아니, 30, 31이 되었는데도 음악도 남았고 빠른 속도도 전혀 늦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웃으며 휭휭 돌고 계시더란 거다? 설마, 설마 싶었는데, 망설임 없이 32를 휭! 지나더니 33, 34, 35... 근데 말이지, 그러고도 더 하실 수도 있어 보였던 건 뭐지. -_- 무대가 짧아서 밖으로 튀어나가실 것 같아 그만 두신 것 같은 인상이 들었는데, 예당 오페라극장이었다면 그대로 "40회전 보여주까??" 하며 휙휙 회전해 버리셨을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1도 지치지 않는 그 에너지 빰빰. 와... 오늘부터 홍향기 님은 힘향기 님이라 부르기로.; 아무래도 강한 힘이 실리다 보니 자리를 조금씩 이동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스피드 훌륭하고, 꼿꼿하고, 힘도 튼튼하고, 무엇보다 그 자신감 가득한 에너지가 보는 사람의 기분을 참 좋게 했다. 분명 사악한 오딜인데, 왜 같이 있고 싶지? 그 밝고 건강한 에너지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 뭔가. 그런 면에서 보자면 참 독특한 오딜이었다 하겠다. 물론 오데트도... 슬프지만 아름답고, 꼬이지 않고, 마음이 건강한 오데트였다. 홍향기 님의 매력이 이런 것이었구나, 새삼 다시 깨달았다.


이 힘 푸에떼를 보고 떠올린 건데, 올 봄에 보았던 유니버설의 <돈키호테>ㅡ내가 후기를 쓰지 못했던 ㅜㅠ ㅡ2회가 바로 홍향기 님과 황혜민 님의 키트리였다. 그때 홍향기 님 공연 때 음악사고가 났었는데, 홍향기 님을 비롯한 무용수분들께서 너무나 성숙한 태도로 감쪽같이 연기하며 넘어가셔서 '음악사고가 아니었나...?' 싶었을 정도였다. 그 다음 황혜민 님 공연 때는 음악이 멈추었던 그 부분이 멀쩡하게 나오길래 목요일의 공연이 음악방송사고였구나 하는 걸 알게 되었던 일이 있다. 그때도 바로 이 홍향기 님의 망설임 없는 파워회전에 놀랐었다. 유니버설의 힘 테크니션 홍향기 님. 오늘의 35회전에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멋진 회전 보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음. 쓰다 보니 회전 이야기만 썼는데, 그것은 그만큼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테크닉이나 감정연기는 기본으로 뛰어난 분이다.



7. 안무

ㅡ 나는 마리우스 프티파 보다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가 더 취향에 맞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프티파의 지그프리드와 오데트/오딜은 캐릭터가 매력이 별로 없다. 춤은 멋지고 아름답지만.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이 무용수 개개인의 인물 해석을 반영하기에 훨씬 용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 로트바르트는 프티파 버전에선 돌하루방 같은 캐릭터에 불과한 정도인데.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이 어느 모로 보나 훨씬 매력적이다. 프티파 버전이 좋은 것은 마지막의 백조ㅡ흑조 군무인 것 같다. 그 군무는 정말 보는 쾌감이 상당했다.



8. 금요일 저녁에 <백조의 호수>를 보고, 토요일 낮에 <댄스 인투 더 뮤직>의 '빈사의 백조'를 보았을 때 이미지가 연결되어 참 좋았는데, 그러고는 저녁에 다시 <백조의 호수>를 보니 시너지효과가 빛을 발했다. 가는 곳마다 백조가 보여... 두 발레단 덕분에 참 바쁘고 힘들긴 했지만 (하루에 발레 두 편은 좀 너무 무리다;;), 또 한 편으로는 그만큼 행복한 주말이었다. 좋은 시간 즐길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