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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시상식] 제4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by Vanodif 2018. 2. 8.








자세히 쓰려니까 부담돼 자꾸 후기를 미루거나 건너 뛰게 되어서 짧고 간단하게라도 후기를 남기려 한다.

제 4회 전당(예당) 예술대상.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석할 수 있어 영광스러웠던 자리.

공연부분이었나, 최우수상에 유니버설발레단의 <디스 이즈 모던>이 선정되어 기뻤다. 암, 수상할 만하고 말고.

모던발레에 대한 나의 불신을 단번에 불식시킨 작품들이었는 걸.

<디스 이즈 모던> 시리즈가 2001년부터 시작되었다니 그렇게나 오래... 깜짝 놀랐다.

문 단장님 말씀대로 고전발레를 하시던 무용수분들껜 뼈를 깎는 새로운 스타일의 춤을 익히는 일이었을 텐데.

덕분에 우리 관객이 성장하고 있다!

근데 수상소감에서 문 총재님 이야기를 다소 길게 하시는 건 좀 낯설긴 했다.

작년에 들었을 땐 충격이었더랬는데, 생각해 보니 뭐, 그리스도인들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나.

비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인들의 그런 멘트를 들으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었던.

무튼 언제나처럼 우아하신 문 단장님은 안 그래도 날씬하신데도 좀 더 여위신 것 같았는데, 그래선지 더욱 고아해 보이셨다.

건강하게 날씬해지신 것이었으면 좋겠다. 우아하고 아름다우셔요.♥







오늘 전체적으로 말씀이 길었다. 축하말씀도 그렇고 수상소감도 그렇고. 

조례 때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 듣는 것 같아 순간,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다들 그러하신 중에 우리 고학찬 사장님(고토벤 님)의 그 세련됨이란.

짧고 간결하게 개회사를 하시고는, 중간중간에도 고토벤 님 순서 때는 휙휙 진행하시는 센스.

그러다 딱 필요한 순간에만 필요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아...

창립 3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전시 부문의 최우수상과 전체 대상이 없다는 말씀을 해주시면서

'뽑을 대상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자그마치 1억명이에요.

지금껏 예술의전당을 방문해주신 1억명 모두가 다 대상입니다'라는 재치있는 멘트를 해주셨다.

30년간 1억명의 연주자분들이 예당을 거쳐가셨구나. 

어마어마한 숫자인 건 알겠는데, 구체적인 체감은 들지 않는다.

다만, 그러는 동안 예당이 예술의 인큐베이터이자 대중화를 위한 광장으로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만 어렴풋이 추측하겠다.

고맙습니다, 예당.♥



음. 이건 시상식과 상관 없는 이야긴데, 최근 몇 주 동안 심심하면 떠오르곤 하는 생각이 있다.

고토벤 님을 보면 예술과 예당을 참 사랑하신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지난 번에 라보엠이었나... 오페라를 위한 회원 대상 사전 설명회가 있어 갔던 적이 있다.

바리톤 분께서 너무나 도움이 많이 되도록 설명해 주셨고, 심지어 소프라노, 테너, 다른 바리톤 분까지 나오셔서 

중요한 부분의 노래를 직접 불러주셨어서 "이야... 굉장하구나!" 하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다만 시간대가 오전이어서 두 번은 못 가겠다 싶었다. 그 시간 마련하기 힘들었어. -_ㅜ 너무 좋았는데.

암튼, 노래가 끝나자마자 설명해주시던 바리톤께서 안타까워하시며 말씀하셨다.

"방금 노래하는 동안 강의실 저 뒤에 고학찬 사장님께서 오셨더랬는데 나가셨네요. 노래 끝나면 인사 말씀 들으려 했는데.

실은 이 설명회도 고학찬 사장님께서 말씀하셔서 이루어진 행사거든요."

역시, 싶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한 달, 혹은 3달, 혹은 1년, 암튼 주어진 기간 동안 

예당 안에서 고토벤 님의 사인을 받은 갯수로 선물을 주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사인은 한 사람당 하루 한 번만 받을 수 있으며, 고토벤 님은 사인하실 때 날짜와 장소를 함께 적어주시는 것으로 하고.

그렇게 3장, 혹은 5장, 10장 받은 사람들에게는 본인이 원하는 공연의 좌석 2매나 뭐 다른 상을 주는 것으로 하면...

ㅡ은 좀 고토벤 님이 넘 피곤하시겠지?

마치 "월리를 찾아라!"처럼 "예당 안을 누비시는 고토벤 님을 찾아라!" 게임 같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하면 뭐, 아카데미 회원분들이 상을 다 휩쓸 것 같긴 한데.

아니면 '공연장/전시장에 계시는 고토벤 님을 찾아라!'라든가?

괜히 혼자 생각하며 웃어 보는 이야기. 난 예술을 사랑하시는 고토벤 님 팬이니까. ♥







누군지 알아보기 힘드시지요? 무려 손열음 피아니스트십니다. 축하공연을 해주셨어요.

손열음 님 후기 쓰기 전에 다른 축하공연 게스트 먼저 언급합시다.


시작할 때의 예당 어린이 예술단의 연주는 다시 들어도 좋았다. 작년과 지휘자 님이 바뀌신 것 같았는데,

작년이 좀 더 소리가 곱다고 여겨지긴 하지만 그동안 내 귀가 또 달라진 거여서 확신할 순 없다.

그리고는 아름다운 강혜정 소프라노께서 동요 <별>을 어린이 예술단의 공연, 합창과 함께 불러주셨는데,

기대했던 맑고 아름다운 콜로라투라는 아니었지만 그것도 새로운 매력이었다.

어린이예술단은 오케스트라와 국악 악기, 그리고 합창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세 파트의 조합을 보는 것 만도 드문 일이다. 

그런데 거기에 어른 성악가인 강혜정 소프라노의 목소리까지 얹혀지니 색다른 느낌이 났다.

어디에 가서 그런 공연을 들을 수 있을 것인가. 예당의 예술대상이 아니면 보기 힘든 조합의 공연이다.

강혜정 소프라노는 목소리가 얇고 맑고 깨끗해서 여린 어린이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의 연주와도 잘 어율렸다 생각한다.

마이크가 아쉬웠으나 악기가 많았는 데다 합창단까지 있었으니, 

그냥 목소리로는 그 많은 어린이예술단원들이 내는 소리가 버거웠을 것 같기도 했다.

첼로가 적었던 것은 조금 아쉬웠던 점.


마지막의 국립현대무용단의 2018 창작신작인 <스윙>은... 잘 모르겠다.

예당에서 현대무용의 대중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은 아는데, 내게 아직 현대무용은 이질적이다.

대중예술과 다른 점을 잘 모르겠다... 좀 더 선이 곱고 멋지긴 한데, 이해하고 즐기기엔 내 수준이 너무 낮은 것 같아.


그리고 손열음 님!


F. Chopin, <Andante spianato et grande polonaise brillante


영화 <피아니스트>의 엔딩곡이었다 한다. 

그 영화를 너무나 잘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엔딩곡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겠다.;;


손열음 님의 연주를 직접 들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끝난 후 일행과 함께 '올킬'이란 단어를 썼다.

오늘 갔던 일행은 나와 같은 인팁이라선지 취향이나 반응하는 방식에 유사성이 있는 편인데, 그래서 그런가?

손열음 님 연주를 듣고 두 사람은 모든 에너지를 잃었다. 

제발 이대로 잠시만 시상식 진행을 좀 멈춰주시면 안 될까요.

저를 10분 만, 아니, 5분 만이라도 가만히 두어 주세요. 

이 귓고막을 넘쳐나는 청량한 음표들을 도무지 어찌 할 수가 없단 말이에요ㅡ 싶었던.

그러나 시상식은 진행되었고, 몇 명의 수상자가 바뀔 때까지 뇌를 뛰쳐나간 내 넋은 돌아올 줄을 몰랐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렸어.


손열음 님의 연주는 그랬다.

시냇물 위를 구르는 얼음구슬.

맑디 맑은 얼음으로 완벽한 동그라미를 자랑하는 작고 매끈하고 투명한 구슬을 만든 것이다.

건반 위 저음으로는 너무 차지 않고 부드러운 봄 또는 가을의 냇물이 흐르고 있고,

그 위를 얼음구슬들이 쏟아지는 순간, 수면 위를 차르르거리며 굴러다니는 소리.

그러면서 색채가 보이기 시작했다.

은빛 물결 위를 흐르는 하얗고 투명한 얼음 구슬이 ,어느 순간 노란 꾀꼬리 한 쌍이 되어 

서로의 사랑을 속삭이며 숲을 날아다니다가 갈색 흙 위를 초록색 나뭇잎이 덮는다.

그리고는 펼쳐지는 두 사람의 와인빛 농밀한 사랑 등

쉴 새 없는 이미지와 색채가 펼쳐지는 바람에 숨을 쉴 수가 없던 연주.

그 연주가 끝나고 나니, 이제 더는 무엇도 상관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버렸다.

에너지가 바닥났어.


손열음 님은 뜨거운 박수갈채 속에 커튼콜을 하셨지만 시간관계로 앵콜연주는 불가했고,

넋이 나간 표정의 일행과 나는 "더, 더, 듣고 싶다..."는 말을 좀비마냥 서로 나누었다.


행복하구나. 이런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세상은.


표 구하기도 힘든 손열음 님인데, 예당 덕분이다.

회원들을 알뜰히도 아끼는 예당이라니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나.

우리 예당의 회원 사랑은 이것이 다가 아니란 말입니다.

무려 노부스 콰르텟 공연 초대까지 있어요!


넋이 다시 나가는 모양이다, 나는.


제4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과 그 수상자분들 모두 축하합니다.

그 자리에 회원들을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예당과 함께 즐기는 자리, 즐거웠어요.





그나저나 손열음 님 연주 듣고 싶어졌는데. 공연을 검색해 봐야겠다.






키신!





랑랑!






2015년 쇼팽 콩쿠르 3위에 빛나는 케이트 리우. 부드럽고 드라마틱하고 여유로운 연주가 특색이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