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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오페라] 바그너 -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 Wagner - Der Ring Des Nibelungen: Das Rheingold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②

by Vanodif 2018. 11. 16.



노란색 하이라이트된 부분은 해당 페이지로 링크되어 있습니다.


※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나 오탈자 정정은 없을 예정입니다. 

읽는 분의 완전한 문장으로 읽어 주세요.





<바그너 -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 Wagner - Der Ring Des Nibelungen: Das Rheingold>

* 일시: 2018.11.14(수) ~ 2018.11.18(일) 평일(수,목,금) 20시 / 주말(토,일) 15시

*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6099






내용이 너무 길어 스크롤 압박이 심해서 이렇게 이어서 포스팅한다. <니벨룽의 반지>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는 

니벨룽의 반지: 라인의 황금 Wagner - Der Ring Des Nibelungen: Das Rheingold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① 

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초대권을 받고는 깜짝 놀랐다. 다시 보니 40만원이다. 두 장이면 80만원. 지금껏 공연에서 내가 산 가장 비싼 좌석이 18만원 정도였는데 그것도 오래 전 이야기고, 늘 D석에서 보다가 최근 들어 조금씩 욕심을 내고 있긴 하지만 40만원 좌석은... 생각도 못했다. 오페라극장 1층은 학부 때 이후론 2년 전 예당 회원 초대로 본 오페라 <리날도>와 올해 국립발레단 <말괄량이 길들이기> 프레스콜이 전부였던 터라 더욱 기대되었다. 그리고는 티켓 뒤에 있는 화이트와 골드 조합으로 아름답게 제작된 프로그램북은 1만 5천원인데, 이 또한 예당 골드회원용 프로그램북 교환권으로 받았다. 와... 정말 너무 놀랐다. 역시 예당이다. 물론 초대에 선정된 것은 주최사인 월드아트오페라 소관인데, 애초 예당 회원이었기에 초대 대상의 자격이 주어진 것이었으니. 예술의전당 유료회원은 꿀입니다, 꿀. 연회비의 수십 배가 넘는 혜택을 받고 있으니 이 멋진 혜택을 전파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골드회원 연회비가 10만원인데 이 공연 하나로 받은 티켓 두 장이 80만원이다.;; 거기다 12장의 12시간 주차권에 프로그램북 교환권, 매 공연마다 엄청난 할인 혜택에 회원음악제, 회원 초대 공연/이벤트에 어디서 돈 주고도 들을 수 없는 무료 강연들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회원 사랑이다. 더 많은 사람이 회원가입하면 물론 내가 선정될 확률이 줄어들겠지만, 그렇다고 이 멋진 헤택을 알리지 않을 수가 없지 않나.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근사한 예당이 나누는 예술의 혜택을 즐겼으면 좋겠다. 


음. 후기를 써야겠는데... 일단 프로그램북에 있는 인터뷰의 일부를 발췌해 실어야겠다. 그 인터뷰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할 것 같거든. 물론 프로그램북에는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작품 내용에서부터 가수분들에 대한 사진과 이야기, 대사에 인물관계도 등,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정보가 담겨 있다. 그 중 내가 이해하고 싶은 일부만 살짝 발췌하여 파란색으로 올리고 나서 후기를 계속하겠다ㅡ지만 오페라에 대해선 내가 아는 바가 적어서, 기실 부실한 후기를 만회하기 위한 전략임은 안 비밀.






<총연출 아힘 프라이어 Achim Freyer 감독 인터뷰>


(전략) 


Q.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전세대가 감동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화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당신의 공간연출이 담길 것으로 기대되는데 관람의 포인트를 어디에 두면 좋을지 팁을 준다면?


A. 예술에 있어서 '어른 안의 어린이'를 깨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깨끗함, 천진난만함, 그리고 깨달음이 이것을 도울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예술 작품이 어린이에게 적합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작품이 믿을 수 있고 설득력 있게 실현된다면 그것은 관객에게 작든 크든 의미 있는 시간이 된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오페라의 예술적 언어는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으로 읽힐 수 있다. <니벨룽의 반지>의 경우 '신들의 탐욕, 난쟁이와 거인, 권력과 치명적인 운명의 충돌'이 회화적 수단에 의해 형성된다. 즉 움직이는 페인팅이 오페라의 새로운 디자인 도구가 되어 표현의 투명성을 높일 것이다.


(후략)

ㅡ<음악저널> 2018년 11월 인터뷰 내용 中


(전략) 


Q. 2011년 국립극장 수궁가가 '한국 작품을 독일 연출가의 손으로 연출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바그너 프로젝트는 '독일 작품을 독일 연출가가 연출해 한국 관객에게 보여주는' 공연이다. 바그너를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는 소감이 궁금하다.


A. 독일에는 바그너 추종자를 뜻하는 '바그네리안(Wagnerian)'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바그너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 나는 바그너를 싫어하는 편에 더 가까웠다. 우리 모두 바그네리안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바그너에 조금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


Q. '니벨룽의 반지'는 북유럽 신화에 기반한 바그너의 창작물이지만, 시대와 국가를 뛰어넘어 현대의 세계인들에게 끊임없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A. 모차르트가 보여준 혁신 이후 극음악은 한동안 정체되어 있었다. 바그너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이 세계에 대해 표현할 길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 작품을 오페라라고 부르는 대신 '음악극', 즉 종합예술이라고 이해했다. 작품 속 언어는 시로서 존재하고, 음악 없이도 스스로 존재할 수 있다고 바그너는 생각했다. 음악 자체도 그림이 될 수 있고, 무대와 조명도 예술적으로 표현된다. 낯선 시대와 환경에서도 충분히 연주될 가치가 있다. 과거에 만들어졌지만 지금에도 자연스럽게 공연될 수 있다. 신들의 왕 보탄과 난쟁이 알베리히 등 작품 속 인물들이 모두 지금의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다. 예컨대 알베리히는 히틀러의 독제정권을 연상시킨다. 관객은 작품을 보면서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게 될 것이다.


Q. 그중 1편인 '라인의 황금'에서는 황금을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갈등의 시작을 다룬다. 몇 년 전 '수궁가'에서는 버려진 페트병 등을 통해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연결한 바 있는데, 이번 '라인의 황금'에서도 사회에 대한 경고와 비판이 담겨 있는가?


A. 전쟁을 비롯한 한 사회의 심각한 갈등이 결국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는 것이 이 작품의 근본적인 메시지다. '라인의 황금'을 포함한 '니벨룽의 반지'에는 이런 문제의식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마르지 않는 우주 같은 작품이다. 한국의 상황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발전이 옛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니, 혹은 급하게 서구화된 것인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려고 한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Q. 의상과 무대미술을 다소 낯설게 느끼는 바그너팬들도 있을 것 같다. 시각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연출 의도는 어떤 것인가? 회화적인 표현을 많이 보여주는데, 화가로서의 정체성이 반영된 것인가?


A. '라인의 황금'은 라인강, 신들의 세계, 난쟁이들의 지하세계 등 여러 시공간을 표현한다. 바그너의 작품은 종합예술이다. 표면적인 스토리를 단순히 반영하는 것을 넘어, 바그너가 의도한 본질적인 의미를 담아내려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음악과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마치 '움직이는 그림'처럼, 소리가 가진 색채적 성질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마치 술에 취하듯, 소리에 취하고 컬러에 취하는 공연이 될 것이다.


Q. 굵은 붓터치의 의상과 배경, 그로테스크한 분장과 거대한 거인 등 작품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분명하다.


A. 난 그저 원작의 메시지와 의도에 충실할 뿐이다. 다르게 표현이 안 되더라. 관객이 작품을 보면서 소리와 색채에 동시에 흠뻑 취하도록 만들고 싶다. 그럼으로써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주려고 한다.


Q. 이번 '니벨룽의 반지'는 2010년 LA오페라극장, 2013년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에 이은 세 번째 버전이다. 앞선 두 버전과 차별화된 연출 포인트가 있다면? 


A. '분단'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고자 했다. 또한 한국에서 한 번도 '니벨룽의 반지'가 제작된 적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다. 바그너의 작품은 가사에 사용된 언어 자체가 어려워서, 독일어를 아는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하지만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매우 직관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어린 아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ㅡ 월간 <객석> 2018년 10월 인터뷰 中


음... 이번 공연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것으로 아는데, 위의 인터뷰를 읽으면 이 작품의 연출의도를 이해하게 됨으로써 작품의 가치를 좀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 공연장의 불이 어둡기도 하고 공연 시작 전에는 다소 마음이 들떠 있어서 프로그램북을 보아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 안의 어린이를 깨운다'만 읽고 프로그램북을 덮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인터뷰 내용을 꼼꼼하게 읽으니 작품을 보면서 느꼈던 점이 꽤나 연출 의도에 맞았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만큼 명확한 의도와 방향성을 가지고 잘 연출된 작품이란 증거다. 다만 한국의 '분단' 상황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모르겠는데... 생각을 하면 나오려나. 다음은 프로그램북에 실린 <라인의 황금> 감상 포인트다. 유정우 한국 바그너협회 회장께서 쓰신 아주 유용한 팁이니 미리 읽으면 도움이 많이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나는 내 입맛에 맞는 일부만 발췌하니 이 외의 풍성한 내용은 프로그램북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라인의 황금 Das Rheingold> 모든 것의 시작 - 사랑인가? 권력인가?


(전략)


총체예술(종합예술: Gesamtkunstwerk)

바그너는 1849년에 저술한 <미래의 예술(Das Kunstwerk der Zukunft)>에서 음악과 시, 드라마의 융합체로서 "총체예술(종합예술)" 개념을 주장하였다.


유도동기(Leitmotiv)

<니벨룽의 반지>는 전곡 상연에 15시간이 넘는 장대한 작품인 까닭에 전곡을 관통하는 일관성을 부여하는 극적 장치로서 적극적으로 사용된 개념이다. 영화 음악 등에서 "ㅇㅇ테마"라고 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인물과 사물, 사건과 상황들에 부여된 세포와도 같은 동기들은 자유로운 변형과 조을 통하여 드라마 상에서 과거를 회상하게 하며 또한 미래를 예감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바그너가 말한 바와 같이 그의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있어 가이드 역할을 한다. <반지>에는 수많은 유도동기들이 씨실과 날실 같이 조합을 이루어 악곡을 구성해 나간다. 1876년 반지의 유도동기를 가장 먼저 분류한 한스 폰 볼초겐이 90여가지 유도동기를 처음 소개한 이래 20세기의 많은 학자들이 분류한 것을 종합해 보면 대력 130개에서 많게는 200개 정도의 유도동기들을 정리할 수 이다. 다만 학자들마다 동기의 명칭은 다를 수 있기에 각 동기의 명칭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가이드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후렴구의 반복이 없는 산문체 대본과 두운(Stabreim)

바그너는 근대적 일상언어로 신화적 세계를 그려내지 못한다고 보아 특별한 예술언어를 찾아내고자 했는데, 이를 위해 두운에 집중했다. 두운은 고대 북유럽 시의 기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13세기 아이슬란드의 시인 스노리 스튀를뤼손 역시 자신의 작품에서 두운을 많이 썼다. 이것은 공통되는 자음들의 첫 글자 소리로 운을 이룸으로써 영웅적 느낌을 줌과 동시에 산문체의 대사에 리듬감을 줄 수 있다. 특히 <라인의 황금> 1장 첫머리 라인강 처녀들의 노래와 2장 중 거인 파졸트의 등장 장면이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프로그램북에는 1장 라인강 처녀들의 노래 일부가 원어-한글번역으로 실려 있다.) 


무한선율(Unendliche Melodie)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구분이 명확한 전통적 오페라 양식에서 탈피하여 극의 흐름이 방해 받지 않도록 음의 흐름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 연결되는 것. 따라서 일반적인 악곡에서의 코다 형식, 다시 말해 종지부적인 마무리는 각 막의 마지막에만 등장한다. 음악은 연극과 호흡을 맞추기 위하여 감정의 고조에 따라 끊임없이 흘러가는 선율을 가진다. 바그너의 작품들이 그토록 긴 이유는 바로 연극의 호흡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오페라는 축약과 이야기의 도약이 심해도 무리가 없는 반면 바그너의 악극들은 연극적으로 감정과 정서가 점층적으로 축적되어야만 극적 논리가 성립되므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이탈리아 오페라가 운문이라면 바그너의 악극은 산문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성악과 오케스트라: 주종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입장

그에 따라 성악은 오케스트라의 한 악기와 같은 위치에 불과하고 중창과 합창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다. 성악은 드라마의 외면을 표현하고 오케스트라는 세계적 본질의 소리로서 드라마의 내면을 설명한다고 하겠다. (와... 이 부분은 넘 근사한데 지금의 나로선 어렵다. 이 정도를 감상할 수준은 속상하게도 안 된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


사랑을 포기하고 권력을 탐하는 자, 알베리히

<반지> 4부작의 제목에 등장하는 '니벨룽(Nibelung)'은 극중 알베리히가 우두머리인 난쟁이 족속을 가리킨다. (톨킨 작 <반지의 제왕>의 드워프족을 생각하면 된다.) 안개를 뜻하는 독일어 '네벨(Nebel)'에서 유래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낮게 깔린 안개처럼 작고 음습한 존재들로서 지하세계 니벨하임에 살고 있다. 알베리히는 중세 독일어로 '요정들의 왕'(헉;; 이런 뜻이라니;;) 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데,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과 베버의 <오베론>에 등장하는 요정들의 왕 오베론(Oberon)과 그 기원이 같다. 알베리히는 베이스바리톤 배역으로서 보탄과 음악이 거의 같아서 알베리히를 맡는 가수는 보탄도 부를 수 있다. 최대의 라이벌인 보탄과 알베리히는 권력에 대한 욕망이라는 측면에서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관계이다. 버나드 쇼는 이들을 가리켜 보탄을 구시대의 귀족으로, 알베리히는 자본을 통해 권력을 얻어가는 신흥 부르주아를 상징한다고 보았다. (멋진 해석이다!)


로게 = 로키 + 수르트

로게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영리하고 사악한 안티 히어로로서 신들의 멸망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로키<Loki)'와 마지막 신들의 전쟁에서 아스가르드를 모조리 불태우는 불의 거인 '수르트(Surtr)'가 모두 합쳐진 개념으로 바그너가 재창조한 캐릭터이다. 로게는 평소 프라이아의 사과를 다 먹지 않고 면역력을 키웠기에 황금사과 없이도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다. (로게를 읽자마자 로키가 떠오른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오... 프라이아의 사과를 다 먹지 않은 것이 면역력을 키운 것이었구나. 황금사과에서 파리스의 황금사과가 떠올랐는데 말이지. 그 사과가 그 사과려나?? 로게는 북유럽 신화의 로키,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 이집트 신화의 세트, 인도 신화의 시바에 해당하는 신 같다.)


신들의 안식처? 발할

독일어로 '발할(Walhall = 영어 Valhalla)'이란 이름은 고대 스칸디나비아어로 살해 또는 전사(戰史)(어... 한자가... 戰士인 것 같은데.;; valr은 'dead worriors'란 뜻이다. 그래서 보탄은 이 죽은 전사들의 영혼이 깃들 발할 성을 지은 것이다.)라는 의미를 지닌 '발(Valr)'이라는 어근전당이라는 뜻을 지닌 '횔(höll'을 하친 '발횔(Valhöll)'을 어원으로 하고 있다. (오... 그렇다면 '예술의전당'은 'Listhöll'이나 'Mennthöll' 정도 되려나?ㅡ는 또 삼천포) 신들이 새롭게 완성된 발할 성으로 입장하기 직전 보탄이 성을 바라보며 "두려움과 근심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줄 저 성을 맞이하노라!"라고 외칠 때 오케스트라는 처음 등장하는 새로운 선율인 '칼의 동기'를 연주한다. (아... 인식하지 못했다. 아직 감상 수준이 너무 떨어지는구나. 슬프다.ㅠ) 창과 망치 등이 신들의 무기라면 칼은 인간의 무기다. 앞으로 신들을 멸망으로부터 지켜줄 존재는 성이 아니라 인간의 영웅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아울러 <라인의 황금>을 마무리하는 "발할 성으로의 신들의 입장"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라인의 황금> 피날레의 음악은 정작 '칼의 동기'로 시작된다. (이 어마어마한 재미를 몰라서 다 놓침.ㅠ)


ㅡ 글: 유정우 한국바그너협회 회장


어근 설명이 너무나 고맙고 작품 이해를 위한 고급 정보가 담겨 있는 글이다. 공연 전에 미리 읽었더라면 아주 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프로그램북의 일부를 발췌한 것 뿐인데, 읽고 나니 지금 수준의 나에겐 많이 아까운 공연이었단 생각이 드네. 좀 더 공부해야겠다. 그래도 감상할 수 있어 즐거웠다. 이렇게 멋진 기회를 주신 월드아트오페라와 예술의전당에 마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공연의 이해를 위해 이 포스트를 읽는 분이라면 여기까지의 정보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저의 후기보다 전문적이고 훌륭한 리뷰로는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487993&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이제 후기를 시작해 볼까. 근데 오페라에 대한 나의 지식이 미천하여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페라 가수분들에 대해선 거의 알지 못해서 개별 분석은 안 될 것 같고 그냥 전체적인 감상만 어떻게 써 볼 예정인데 아, 오늘도 역시 시간이... ㅠ 마린스키 돈키호테 예습해야 하는데.ㅠ 기억의 저장을 위해 간략히나마 써봐야지. 글의 목적성이나 방향성을 갖춘 구성 따위 생각 않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쓸 예정이다.






공연을 보기 전에 실망했다는 평을 읽었다. 그래서 '연출이 낯설겠구나' 예상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하고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자 생각 이상으로 당혹스러웠다. 라인강 처녀들과 알베리히를 본 순간 어...? 하며 몇 초간 모든 사고가 정지했다. 1장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기저기 관객들이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2장이 되자 한두 명씩 공연장을 나갔다. 2시간 반 동안 인터미션이 없기에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앎에도 나갔으니, '화장실이 급했나 보다' 싶었다. 그런데 3장과 4장이 되자 더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흔들며 나갔다. 내 좌석이 거의 뒤쪽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들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프라이아를 가릴 만큼 보물을 쌓는 장면에선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헉, 하는 반응이 나왔고, 파프너가 파졸트를 죽이고 목을 '뽁' 소리나도록 뽑았을 땐 '헐'하며 키득대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리고는 공연이 끝나고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들에게서는 '이게 무슨 동화냐', '애들 학예회 같다', '한국 관객 무시하나' 등의 평들이 들렸다. 사실 내 일행의 평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나 또한 그런 생각이 안 든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 가진 엄청난 무대를 반도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보았던 국립오페라단 <보리스 고두노프> 때의 예당 오페라극장은 상하좌우전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어마어마한 활용성을 자랑했기에, 그 이상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째서 이런 연출을 했을까. 한독수교 135주년을 맞이한 공연을 대충 만들었을 리는 없는데. 해서 생각했다. 이 공연의 독특함은 무엇일까. 곧 공연 직전 읽었던 프로그램북 내 프라이어 인터뷰 중 '어른 속의 어린이를 깨우다'가 생각났다. 어른 안의 어린이. 그것이었다. 그리고 아힘 프라이어는 그 목적을 충실히 달성했다.


인물들의 의상과 분장이 너무나 기괴해서 몹시 당혹스러웠을 텐데, 나로 말하자면 얼마 전 일신홀 연주회 예습하다가 찾은 진은숙 님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단번에 떠올랐다. <앨리스>를 보았을 때의 기괴했던 느낌. 그런데 좀 전 기사를 보니 그 진은숙 님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하신 분이 바로 아힘 프라이어라고 한다. 역시. 여기서 잠시 진은숙 님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상을 보고 넘어가자. 이 영상을 미리 접한다면 <라인의 황금>에 대한 충격?을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볼 때마다 무서운 대표화면이다.;; 암튼 이런 느낌인 겁니다.






* 사진 출처: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487993&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무대는 이런 느낌이다. 중앙에 반지를 연상시키는 링이 있다. 아, 사진 올린 김에 주요 인물 사진 올려 볼까.





자... 의상과 분장이 그로테스크하죠. 어째서 이런 분장을 생각해냈을까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것이 '아이의 그림'이었다. 아마 아이에게 이 캐릭터들을 그려 보라고 하면 이렇게 그리지 않을까.





그리고는 예당을 나오는 길 1층 비타민 스테이션의 전시실 옆쪽 벽에 걸려 있는 어린이의 작품이다(이름을 찍지 않아 미안해요). 어때, 꽤나 비슷하지 않아요? 프라이어가 말한 '어른 안의 어린이를 깨운다'는 이 분장에서부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는 찬찬히 살펴보면 신들의 왕인 보탄은 덩치가 크지만 아내 프리카를 얻는 과정에 한쪽 눈을 잃었다. 다른 공연들에선 애꾸눈으로 표현하는 부분인데 실제로 표현주의 화가인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는 이렇게 눈 하나를 가슴에 박고, 그의 머리를 눈동자로 이중표현하였다. 이것은 '오페라 관객'으로 보자면 유치한 어린 아이 그림 같다고 여길 수 있지만, 하나의 미술 작품으로 감상하면 굉장히 참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은 '작품'이다. 생각이 이에 이르자 캐릭터 표현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자신을 얻느라 날려 버린 보탄의 한쪽 눈은 프리카의 가슴에 조그맣게 박혀 있다. 그리고 그런 프리카는 바닥까지 늘어지는 팔에 빛나는 손을 가졌다. 젊음의 신인 프라이아는 봄을 상징하는 나비로 묘사되었다. 배 부분의 노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봄-젊음-아름다움은 설득력 있는 연상이다. 위 사진에서 돈너와 프로는 누가 누군지 좀 헷갈리긴 하는데, 일단 내가 쓴 대로 보았을 때 돈너는 팔레트를 든 화가로, 프로는 북을 멘 음악가로 표현된다. 이는 가사 뿐 아니라 음악과 미술 모두에 메세지를 담은 바그너의 종합예술을 분장 자체로 보여주는 설정이다. 이렇게 관점으로 보면 프라이어의 연출은 천재적이라 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반지를 만드는 미메는 기술공의 의상을 입고 있고, 운명의 여신 에르다는 검은 배경 속에 검은 의상의 몸이 사라지고 하얀 얼굴만 떠서 미래를 예언한다.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운명다운 표현이다. 탐욕스러운 알베리히는 버나드 쇼의 평처럼 탐욕스러운 자본가의 우스꽝스러움을 나타내는 인형 분장을 했는데, 앞뒤 얼굴이 같았던 기억인데 지금 헷갈린다. 피콜트와 파프너 분장은 사실 이해 못했다. 뭔가 정장을 한 좀비스러운 느낌이 있긴 한데 모르겠다. 일만 하는 회사원을 표현한 것이려나? 가장 난해한 분장은 역시 로게다. 일단 두 명이 등장하는데, 앞의 로게 역 가수분에 바짝 붙어 따라다니는 검은 옷의 마이미스트mimist는 기사를 읽고서야 '로케의 불꽃'임을 알았다. 계속 궁금했는데 처음에는 그림자인가 싶었다가 나중에는 또 다른 인격이란 생각을 했더랬다. '다른 인격'을 떠올리고는 '다중인격의 표현인가!' 싶어 또 혼자 짜릿해했는데. 신화에서도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도 로케는 가장 예민한 캐릭터다. 반신半神으로서의 정체성도 그러하고, 이전에는 니벨하임에 살았던 니벨룽이었다가 지금은 신들의 세계인 발할에 거주하고 있는 신분도 그러하다. 모든 이에게 술수를 쓰면서 계책도 제시하는 로케는 복합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언제 도와주고 언제 배신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존재다. 해서 그의 복장은 몹시 난해한데, 딱 보았을 때 서양의 광대와 한국의 무당 옷을 섞어 놓은 것 같았다.


의상을 하나하나 생각하니 작품 보는 재미가 점점 더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의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체 의상/분장을 크게 둘로 나누면 신들 vs 니벨룽 + 거인들로 나뉜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신들의 의상은 추상 또는 사물의 형상화였던 반면, 니벨룽과 거인들은 실제 인간들이 입음직한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는데, 신인 보탄과 니벨룽인 알베리히, 그리고 거인들 모두가 절대권력에 대해 욕심을 가진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권력을 위해 사랑(라인강의 처녀들과 프라이아)를 포기하는 자들이 니벨룽과 거인들이며, 그래도 프라이아(사랑)를 되찾기 위해 권력의 반지를 버리는 자가 신인 보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연출가의 의도를 나는 알 수 없다. 음... 신들의 분장은... 신이라기 보단 외계인에 가까운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외계인을 신으로 본 것은 혹시 아닐까?


이처럼 성별을 알 수 없는 분장의 최강점이 있다. 가수들의 외모가 상관없다는 점. 시각적 요소가 주는 영향력이 압도적인 만큼 성약가의 인종이나 생김새 역시 감상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이런 분장이라면 오로지 가수의 실력만을 듣게 되지 않을까. 


1층에서 보았을 땐 선명하게 보여서 그런지 너무 실력발휘를 못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우리나라 무대와 의상, 영상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데 이 정도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나 싶었다. 그런데 이 공연을 4층 뒷좌석에서 본다면 또 굉장히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는 정말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정말 기다란 거인처럼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1층의 뛰어난 소리를 따라갈 순 없지만. 1층에서 듣는 소리는 정말 좋았다. 한 분 한 분 바로 앞에서 노래 부르시는 것처럼 풍부한 음량과 세밀한 기교가 거의 들려서 귀가 즐거웠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이 되자 딱 드는 생각이 '그림으로 표현한 오페라'였다. 호안 미로가 떠오르기도 하고 칸딘스키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힘 프라이어는 '오페라의 피카소'라는 별명이 있다 하는데, 피카소스럽기도 하다. 그리고는 후기를 쓰면서 본 인터뷰에서 '움직이는 그림을 의도했다'는 말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 제작 의도를 이토록 명확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면 어마어마한 연출력이 아닌가! 움직이는 그림이라 해서 예쁘장한 것이 아니다. 기괴하고 낯설다. 그리고 동화적이다. 뭐랄까, 잔혹동화에 가깝다.





검색하다 이번 공연의 제작과정을 담은 이 영상을 찾았는데, 독일어 인터뷰에 독일어 자막이다.ㅠ 독일어 공부하기에 좋을 것 같다... 암튼 이 영상을 보면 프라이어의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그림들이 그대로 체화된 것이 오페라 속 캐릭터라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영상은 저 위의 인터뷰 어디쯤에 있는 2013년 독일 만하임에서 했던 <니벨룽의 반지> 트레일러 영상이다. 프라이어가 연출한 작품인데 역시 그의 작품다운 분위기가 있다.






프라이어 버전의 <니벨룽의 반지>가 많은 한국 관객에게 이토록 곤혹스러운 이유는 어쩌면 <니벨룽의 반지> 자체가 우리에게 낯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선 아직 제작된 바가 없는 초대규모 오페라인 만큼, 우리에게 있어 <니벨룽의 반지>는 어디엔가 존재하는 신기루 같은 오페라였다. 그렇기에 그 꿈 속의 오페라를 직접 대하게 되는 사람이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전통적인' 버전일 것이다. 유투브에서 쉬이 접할 수 있는 공연에 익숙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처음 대하는 <니벨룽의 반지>가 이토록 혁신적이고 기발하게 예술적인 버전이다 보니, 이 작품에 노출이 되지 않았던 관객으로선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기존의 전통적이고 친숙한 무대를 이미 여러 번 보았던 사람이라면 아힘 프라이어의 이 독특하고 재능있는 연출에 열광할 것 같다.







 이 두 무대와 같은 연출이라면 <니벨룽의 반지>를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는 사람에게도 너무 낯설지는 않지 않을까.





예습하던 중 스웨덴에서의 이 무대는 경이로웠는데, 사실상 내가 생각했던 완벽한 무대는 이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프라이어의 버전은 위에 있는 세 개의 공연 중 어떤 것과도 같지 않다. 오직 프라이어 무대 만의 독특함과 미술적 감각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연출이었기에, 하나하나 곱씹을 수록 그 가치가 빛난다.






아쉬움이라 하면 무대 앞에 엷은 스크린이랄까 화면이 영사되는 막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오페라극장의 깊이감이 빛을 발하긴 했으나 보기엔 좀 답답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그... 밤과 파도를 묘사한 바닥 펄럭임은 좀... 음. 훨씬 멋진 기술력이 있었겠으나 '동화적'으로 보이기 위해 그렇게 표현하신 건가 싶기도 하네. 전체적인 철근 무대는 지난 번 보았던 오페라 <리골레토>의 무대와 비슷했다. 서커스 아티스트도 그러했고. 개인적으로는 와이어를 사용한 연기나 무대 전체를 사용한 장치가 좀 더 있었으면 좋았지 않을까 싶다.


가수분들, 아... 가수분들 후기를 쓸 에너지가 없네.;; 하지만 뭐, 지식도 딱히 없다. 귀는 황홀했습니다. 양준모 보탄은 탄탄하고 탄력있는 목소리였고, 오스카 힐레브란트 알베리히 역시 풍성하면서도 탄력적이었다. 양준모 로게는 작품 거의 내내 노래하시느라 와... 강철성대에 감탄했는데, 가볍고 폭신하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다채롭게 표현하는 멋진 테너였다. 김지선 메조소프라노는 풍성하고 안정적인 프리카를 보여주셨으며, 김민지 프라이아는 맑고 깨끗한 소프라노셨다. 에또 돈너셨나 프로셨나... 어떤 부분에서 몹시 아름다운 음색이 들렸는데, 짧은 부분이어서 어떤 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양송미 에르다는 짧지만 굵고 풍성하고 인상적이었으며, 파졸트와 파프너 굵직하고 단단한 베이스와 바리톤이 전체 극의 든든히 받치고 있었다. 라인강의 세 처녀분들 역시 파워풀하면서도 깨끗한 음성으로, 짧았지만 화음이 아름다웠다.


초록 뱀을 감고서 반지를 상징하는 링에서 연기하신 서커스 아티스트 수고 많으셨고요, 또 로게의 불꽃분도 너무 튀지 않으면서 적절하게 잘 연기하신 것 같다.


또 뭐가 있을까. 조명은 화려했다. 피가 터지는 장면이나 눈 하나가 떠다니는 영상에 눈 내리는 영상 등. 아, 보탄과 로게가 니벨하임에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는 장면이 가장 놀랍고 화려했다.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내가 시각과 청각에 동시 노출되면 시각 쪽에 훨씬 집중하게 되는 편이라 사실 내 귀에는 잘 들리지 않았다. 보느라 정신 없었고, 그나마 오페라 가수분들 노래 듣느라 남은 에너지 다 쓴 것이어서. 하지만 중간중간 인식된 연주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듣는 귀가 더 좋은 일행은 오케스트라 연주가 꽤 좋았다고 말했다. 





아 참, 그리고 커튼콜 때 오케스트라 지휘자 뿐 아니라 단원분들까지 다 올라오셔서 즐거웠는데, 수많은 공연을 보았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올라온 악기들을 보니 접때 정치용 지휘자님 취임 기념 브루흐너 8번 연주회 때 보았던 '바그너 튜바'가 보여서 깜짝 놀랐다. 에이, 집중해서 들었을 걸ㅡ은 귀 기울였어도 나의 막귀로는 짚어낼 수 없었겠으나. 아련하고 부드러운 음색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진에서 분홍색으로 표시된 악기 세 개가 바그너 튜바입니다. 오른쪽 파란 점은 튜바다.






두서 없이 썼지만 확실히 보고 나서 남는 인상이 강렬하다. 20세기 초 독일에서 일어난 표현주의 미술다운 장면 장면들이 하나의 작품처럼 인상에 남아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나 새롭고 혁신적인 연출인 만큼 한 번만 보는 것은 좀 아쉬운 감이 든다. 여러 번 볼수록 더 즐겁게 보게 될 것 같은 작품이다.


아 참, 바그네리안 성악가 라인업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성악가분들의 기량은 세계적이라 난 확신하는 만큼 그런 쪽의 아쉬움은 없다. 


독특하고 참신한 공연 잘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꿈만 꾸던 <니벨룽의 반지>를 볼 수 있었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런 귀한 기회를 제공해주신 월드아트오페라와 예술의전당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합니다♥.